오늘도
여러모로 화제거리가 많은 오늘의 프로야구(5월30일) 입니다.
직관가셔서 짜릿한 승부를 만끽하신 분들,
테레비와 컴퓨터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셨던 모든 분들,
오늘은 특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특히 더 그렇게 느껴지네요.
네.
저는 오늘 잠실 3루 응원석에서 소주 2병과 김밥 한줄을 손수 포장해서
천국과 지옥(이 표현 밖에 쓸 말이 없네요^^)을 왔다갔다 한
일만 여명의 이글스 팬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확률 상으로 적어보이네요! 일만분의 일이라니!!
항상 직관 때마다 준비한 소주 2병과 김밥 한줄이 사라져갈 순간에
경기 막판, 한상훈 쪽으로 빠른 타구가 굴러갑니다.
(실제 직관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기보다 타구가 꽤 빨랐습니다)
...
그리고
음.
그 후의 심정은 경기 후 한화 팬들이 느꼈던 감정 그대로 입니다.
항상
소주 2병과 김밥 한줄 외에는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직관을 마감해왔었는데
오늘은 유달리 친구와 소주가 더 먹고 싶었습니다.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중간중간 욕지거리가 나오더군요.
정말 이겨야 할 게임이었는데,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추승우가, 김혁민이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추승우와 김혁민의 인터뷰가 보고 싶었는데.
...
술먹다가 혼자 열내는 절 보고 조용히 듣고 있던 친구가 한마디 하더군요.
"난 그래도 한상훈...그리고 강동우, 고동진, 박정진은 뭐라고 하기 싫다.."
"?"
"06년에 한국시리즈...한상훈 때문에 거기까지 갔어..고동진,강동우,박정진도..생각하면 참 고마워.."
"..."
"왜그러냐, 낼 한상훈, 김경언이 잘하면 난 더 좋을거 같은데..
의미는 다르겠지만 결국 한 게임이라면 한게임이여.."
"..."
순간 저게 맞는 말인지, 한상훈이 정말 수비를 못한 것인지,
득점권 찬스 날려버린 중심타자들을 욕해야 되는 내가 맞는지,
이 와중에 김 감독님한테 한마디 장문의 편지를 써야되는지.
오늘 치어리더들은 왜 이렇게 아름다웠는지,
한화의 육성응원은 왜 오늘따라 더 빛이 났는지,
트윈스는 우리의 파도타기를 왜 호응해주지 않았는지,
너는 정말 부처 중의 부처인지 등등
그리고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길고 긴 패넌트레이스, 우리고 앞으로 봐야할 이글스의 많은 게임 중 한게임 입니다.
어제 경기 못 잊으면 우리만 손해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쉬워도 .. 지금은 31일입니다.
그래도
아쉬워서 정신 못차리는 저를 일어서게 만든 한마디가 있습니다.
참 맞는말 같아요.
...
"한잔해라, 먹고 들어가자. 이따가 또 야구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