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어느 나라의 영토입니까?'
최근 올림픽 국가대표 박종우 선수가 경기 직후 '독도는 우리땅' 글귀가 적힌 세리모니를 선보여
국민들에게 큰 공감을 받은 한편, IOC에서 이를 정치적 행위로 해석해 메달 자격 박탈을 두고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비석을 세워 독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굳건히 한 바 있는데요,
이에 일본 정부에서는 정식으로 한국에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제안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무력 도발' 이야기마저 나올 상황이라 하니,
이처럼 한국과 일본 간 독도를 사이에 둔 갈등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이를 두고 최근 일본 네티즌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멘션이 공유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좋아 일본, 가진 건 일단 전부 내려놓도록 해. (1945년 포츠담 선언)
한국: 찬스! 저 섬 갖고 싶다...
미국: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토니까 안 돼. (1951년 라스크 서간)
미국: 다케시마는 일본의 것으로 한다! 이 약속은 내년 4월 28일부터 유효야!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한국: 안돼! 일본 게 되어버리겠어! 저 섬은 한국 거예요-! 데헷. (1952년 이승만 라인)
일본: 어어어어. 이쪽은 에도시대부터 도항허가(1656년) 내고 있었다구. 그쪽은 지도에도 안 나와 있었잖아!
한국: 아니, 이 지도에 섬 써 있잖아. (1530년 팔도총도)
일본: 방향도 사이즈도 완전 다르잖아...
한국: 아니, 이 책에 "날씨가 좋으면 섬이 보인다"라고 쓰여 있잖아.
일본: 그 "섬"은 전에 울릉도라고 자기도 말했으면서... (1694년)
한국: 시끄러-! 이 도둑! 시꺼시꺼! 이거 내꺼야-!
일본: 다툼이 있으면 싸우지 말고, 서로 얘기해서 해결하자고 정했지? (1965년 일한국교정상화)
한국: 아니, 이건 다툼이 아니야!
일본: 다투고 있잖아 ㅋㅋㅋ 확실하게 ㅋㅋㅋ 우리 거니까 이름표 붙이게 해 줘.
한국: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오면 때린다! 도둑놈! (군사점거)
일본: 그래그래... 이쪽이 도둑인 거구만... 알았으니까, 경찰한테 가자?
한국: 싫어! <- 지금 여기
여러분께서는 위의 글에 나온 내용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고, 또 얼마나 반박할 수 있으신가요?
현재 오늘의 유머를 비롯한 각종 한국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한국과 일본, 독도 관련 논박을 보면,
대개 초점이 '고지도'에 맞춰져 있고 위처럼 근현대와 연관한 논쟁은 드물고, 자료 또한 적습니다.
검색해도 마땅한 자료를 찾기 쉽지 않음 또한 물론입니다.
이 글은 그런 현 상황에서, 위 멘션에 대한 반박임과 동시에 독도 관련 일본 근현대사를 되짚어보고자 작성하는 글입니다.
먼저, 이 글을 전개하면서 말씀드릴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이 글은 짧지 않습니다. 요약도 없습니다.
짧은 글 읽으시려면 외교통상부 사이트나 청와대 페이스북 가서 짧게 짧게 쓴 글 읽으세요.
읽기 쉽게 쓰면서 핵심적인 내용을 걷어내라 하시면 저는 차라리 읽기 힘든 자세한 글을 쓰겠습니다.
둘째,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굵은 줄기들입니다.
각각 자료에 대한 세세한 논쟁까지 다루기는 힘듭니다.
마치 진화론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교과서에서 여전히 다루듯이, 어떤 정리된 글은 당연히 큰 줄기를 다룰 수 밖에 없고
또한 대개 그 줄기는 세부적인 자료들에 대한 논박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세세한 논박에 대한 것은 다른 글을 참조하세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둘째, 샌프란시스코 조약? 러스크 서간은 또 뭐야?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본은 카이로 선언-포츠담 선언(거부)-일본항복문서(수락) 순서로 항복을 선언합니다.
이로써 일본의 야욕은 완전히 꺾이게 되며, 제 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하면서 연합국은 이를 명문화하고자 일본과 조약을 맺습니다.
이 조약에는 평화와 정치, 영토 등 일본에 대한 연합국의 처리 방침을 담고 있는데요, 이 조약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9.8)'입니다.
(위 멘션에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라 적혀있으나 통상 '샌프란시스코 조약', '대일강화조약' 등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하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 고쳐씁니다.)
이 조약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제 2장 영토'의 (a) 항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 2장 (a)항 (1951.9.8)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를 포함하는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
눈치 채셨겠지만 위 조약의 해당 항에는 '독도'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는 방폐해야 할 영토에 독도가 없으니 일본령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 조약의 해당 항에대한 일본의 주장에는 몇 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먼저, 한국의 섬은 삼천 여개에 달합니다. 이 섬들도 언급을 하지 않았으니 일본의 땅이 되는 것일까요?
당연히 아니죠. 위의 항에서 열거한 섬은 한국의 대표적인 섬을 나열한 것에 불과합니다.
정말 연합국이 독도를 일본의 것으로 파악, 조약을 작성한 것이라면 보다 명백한 명시가 필요할 것입니다.
일본의 반론 : 아니, 위 섬들은 '최외곽 섬'을 명기한 거야! 거문도, 울릉도, 제주도 죄다 한국 최외곽 섬이잖아!
한국의 최남단 섬은 어디일까요?
대한민국 최남단 섬, 마라도!
만약 정말 최외곽 섬만을 나열한 것이라면, 당연히 '제주도'대신 '마라도'가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해당 항에는 '제주도'만 적혀있죠. 마라도도 일본 땅인가요?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왜 하필 연합국은 '거문도, 제주도, 울릉도'의 세 섬을 든 것일까요?
속 시원히 지도를 첨부한다든지, 아니면 좀 더 명백히 적는다든지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이쯤에서 일본의 비장의 무기, '러스크 서간'이 등장합니다. (멘션 본문에는 '서간'으로 적혀있으나, '서한'이 옳으므로(일본 한자어) 이하 '러스크 서한'으로 고쳐씁니다.)
미국 국무차관보(딘 러스크, Dean Rusk)로부터 한국대사에의 서한 (1951. 8. 10)
서한을 통해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는, 대일 평화 조약 초안에 관련되어, 합중국 정부의 검토를 요청하는 1951.7.19 및 8.2자의
각하의 서한을 수령한 것을 확인하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초안 제2조(a) 일본이 '한국 및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 독도 및 파랑도를 포함한 일본에 의한
한국의 병합전에 한국의 일부로서 섬들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및 청구권을, 1945년 8월 9일
포기한 것을 확인한다.'라고 개정 요청하는 한국정부의 요청에 대해서, 유감스럽게도 합중국
정부는 해당 제안의 수정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중략)
독도, 또는 타케시마, 리앙쿠르바위로 알려진 섬에 대해, 통상 무인도인 이 섬은,
우리의 정보에 의하면, 한국의 일부로서 취급되었던 적이 전혀 없고, 1905년경부터 일본의
시마네현 오키 지청의 관할하에 있었습니다. 이 섬은, 일찌기 한국에 의한 영토 주장이
있었다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중략)
저는, 이상으로 말씀을 드리며, 거듭하여 각하께 경의를 표합니다.
국무장관을 대신하여 딘.러스크
위의 서한을 보면, 미국 정부는 독도를 일본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딘 러스크 서한과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비추어 볼 때 독도는 일본령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이러한 해석은 (러스크 서한을 봐라! 미국은 독도가 일본땅이랬다!) 미국과 연합국을 동일시 하는 데에서 오류가 발생합니다.
미국은 연합국 중 하나이지, 연합국이 곧 미국인 것은 아닙니다. 미국 또한 이 입장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 국무장관 덜레스(1953.12.09)
"미국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러스크 서한을 통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한국에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사인한 많은 당사자 중 하나의 입장일 뿐이다.
그리고, 독도문제에 대한 한국과 일본과의 분쟁에서 미국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의 러스크 서한을 통한 입장에 대해 연합국인 영국, 호주 등이 동의한 근거는 없습니다.
애초에 국제법 상 효력도 없는 러스크 서한으로 즐거워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미국이 분명 최종적으로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왜곡하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미국은 연합국이 아닙니다.
또한 미국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도 아닙니다.
일본측 반론 : 아니, 이러이러한 자료들을 봐봐! 미국은 독도가 일본땅이랬어!
물론 샌프란시스코 조약 이전과 이후, 미국의 입장은 왔다갔다 합니다.
미국의 입장을 살펴보죠.
먼저, 미국 외교관 윌리엄 시볼드(William J. Sebald)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달합니다.
>독도는 일본땅! (샌프란시스코 조약 초안 작성 중)
미국의 일본정치고문(United States Political Advisor for Japan)인 William J. Sebald의 '비밀전문의견'
(1949.11.19)
"독도에 대한 재고를 권고한다. 이 섬에 대한 일본의 주장은 오래되고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곳에 기상 및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는 안보적 고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Recommend reconsideration Liancourt Rocks(Takeshima) Japan's claim to these islands is old
and appears valid. Security considerations might conceivably envisage weather and radar stations
thereon"
한편, 미국 국무부 지리담당관 새뮤얼 보그스(Samuel W. Boggs)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전달합니다.
>독도는 한국땅! (샌프란시스코 조약 초안 작성 중)
미국 국무부 지리담당관 보그스의 답변서 (1951.7.13)
"...1949년의 강화조약 초안에서 독도는 한국영토로서 일본이 포기하는 섬으로 되어 있다.
(중략)
독도는 한국 영토이며, 강화조약 초안에서는
독도의 명칭을 특정해 제 2장 (a)항 말미에 울릉도 '및 독도'라고 추가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이후에도 미국 정부는 일본에 "리앙쿠르 락스(독도)는 일본령이며, 최종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생략되었다"라고 전달하기도 하며(1952.11.14),
미국대사관 서기관 존 스티브(John M. Steve)는 '독도의 한국인들'이라는 보고서에서 (1952.10.3)
"물개들이 자주 새끼를 낳는 이곳은 한때 한국의 영토였다. 미국 정부는 이미 이 섬의 역사를 한 번 이상 검토한 적이 있으며,
더는 재고할 필요가 없다."라고도 작성했습니다.
곧, 미국은 1.독도에 대해 역사적으로 어느 나라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일관되지 않으며 2.결국 어느 입장을 취한 것인지도 불분명합니다.
다시 말해, 1.샌프란시스코 조약의 해당 항목이 지시하는 바 또한 명백하지 않으며 2.그나마 미국의 입장도 일관되지 않고
3.미국의 판단 근거인 '오래 전부터 독도는 일본령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거짓이라는 점,
4.또한 미국은 연합국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점에서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허점 투성이입니다.
무엇보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카이로 선언에서 내려오는 연합국의 일본에 대한 처리 방침을 명문화 한 것이므로,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다른 지시를 하고 있지 않은 한 '일본의 폭력으로 약탈한 영토'인 독도는 당연히 한국의 땅인 것이 명백합니다.
이는 조약의 초안을 살펴보면 명백합니다.
1.제 1차 미국초안 (1947년 3월 20일) ->독도는 한국땅 (독도 명기)
제 4조
일본은 이에 한국과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 및 독도를 포함하는 한국의 모든 해안 제 소도에 대한 모든 권리와 권원을 포기한다.
(Japan hereby renounces all rights and titles to Korea and all minor offshore Korean islands including Quelpart island,
Port Hamilton, Dagelet(utsuriyo) Island and Liancourt Rock(Takeshima).
2.제 2차 미국초안 (1947년 8월 5일) ->독도는 한국땅 (독도 명기)
제 4조
일본은 이에 한국과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 및 독도를 포함하는 한국의 모든 해안 제도에 대한 권리와 권원을 포기한다.
(Japan hereby renounces all rights and titles to Korea(Chosen) and all offshore Korean islands, Quelpart(Shishu To)...
Liancourt Rocks(Takeshima).
3.제 3차 미국초안 (1948년 1월 2일)~제 5차 미국초안(1949년 11월 2일) (제 4조의 내용이 전부 동일)
->독도는 한국땅 (독도 명기)
제 4조
일본은 이에 한국인을 위하여 한국과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 및 독도를 포함하는 한국의 모든 해안 제도에 대한 모든 권리와
권원을 포기한다.
(Japan hereby renounces in favor of the Korean people all rights and titles of Korea(Chosen) and all offshore Korean
islands, including Quelpart(Saishu To); the Nan How group (San To, or Kumun Do which forms port Hamilton(Tonakai);
Dagelet Island(Utsuryo To, or Matsu Shima); Liancourt Rocks(Takeshima)
4.제 6차 미국초안 (1949년 12월 29일) ->독도는 일본땅(독도 명기)
제 3조 (일본 영토에 대한 조항)
일본의 영토는 혼슈, 큐슈, 시코쿠 그리고 홋카이도의 4개 주요 일본의 본도와 내해의 제 소도; 대마도 독도...등...일본에 위치한
모든 다른 제 소도를 포함하는 인접 제 소도로 구성된다.
(The territory of Japan shall comprise the four principal Japanese islands of Honshu, Kyushu, ShiKoku and Hokaido
and all adjacent minor islands, including the islands of the Inland Sea(Seto Naikai); Tushima, Takeshima(Liancourt
Rocks), OKi Retto, Sado, Okujiri ... and all other islands in the Japan Sea (Nippon Kai)...)
5.제 7차 미국초안 (1950년 8월 7일)->독도 관련 내용 없음
제 3조(일본의 영토에 대한 조항)과 제 6조(한국의 영토에 대한 조항) 모두 삭제.
6.제 8차 미국초안 (1950년 8월 7일)->독도 관련 내용 없음
제 3조(일본의 영토에 대한 조항)과 제 6조(한국의 영토에 대한 조항) 모두 삭제.
7.제 9차 미국초안 (1951년 3월 29일)->독도 관련 내용 없음
제 3조(일본의 영토에 대한 조항)과 제 6조(한국의 영토에 대한 조항) 모두 삭제.
(영국 초안, 영미 합동 초안은 생략)
결국 미국은 어떤 입장을 취했다기보다, 한국과 일본 양 국의 문제에서 손을 뺀 셈입니다.
애초에 일본 잘못으로 망쳐놓은 판을 그나마 정리하는 차원에서 발효한 조약을,
근현대 이전의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어떠한 검토도 없이
타국의 영토를 어떻게 하면 일본땅이라고 주장할까 고민하는 시도 자체가 뻔뻔하다 못해 사악합니다.
독도는, 한국땅입니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