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가 오더니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네요ㅜ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오늘은 제가 고3 때 독서실에서 겪었던 일을 들려드릴까해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고3이었던 저는 학교 친구들과 동네 시장 안쪽에 있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곤 했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4층이 여자 5층이 남자 독서실이었던 것 같네요.
다른 분들은 어떠하실지 모르겠지만 저와 제 친구들은 11월 수능이 다가오자 오히려 더 풀어졌달까..
그래도 한 방에 세네명은 사용하곤 했는데 10월부터는 여섯 명이 쓰는 방에 한 명 정도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독서실 구조를 설명해드리면 한 층에 임시벽 같은걸 세워서 복도와 벽을 만들고
다시 그 한 방을 책상끼리 마주보게 만들어서 방을 만들었는데.......그림으로 설명드리자면
이런 구조였습니다. (갈색이 책상이에요)
그냥 큰 방에 책상끼리 붙여서 방 아닌 방을 만드는 그런 구조? (저런 방이 독서실 전체에 대여섯 개 정도 있었어요)
그래서 방음도 정말 안됐어요. 책상이 천장까지 오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높이다보니 그냥 윗쪽은 다 뚫려있었네요.
저 분홍으로 칠해져있는 부분이 제 자리였어요.
전 보통 저 자리에서 새벽 1-2시까지는 공부하곤 했는데 그 날은 왠지 집에 일찍 가고싶더라구요.
기분도 안좋고 수능도 얼마 안남아서 뒤숭숭했달까..
그래서 10시정도에 부모님께 11시에 집에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부에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건너편 방1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소리 아시죠? 비오는 날 꿉꿉한 방바닥을 맨발로 걷는 소리. 뭐라 표현이 잘 안되는데
쫘악- 쫘악- 쫘악-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처음엔 방1 창문쪽에 고양이가 왔다갔다 하나 싶었는데 4층이잖아요...
밖은 시장쪽이라서 고양이가 올라올 수가 없었어요;
그 소리가 계속 계속 나길래 점점 불안해지는데... 왜 사람이 확인해보고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처음엔 누가 돌아다니나...하고 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위쪽으로 봤는데 아무것도 안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엔 바닥쪽으로 고개를 숙여서 봤는데 소리가 멈췄던 것 같아요.
'그냥 내가 잘못들었겠지'싶어서 또 앉아서 공부를하는데 또... 그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라구요.
그 때부턴 불안해서 미치겠더라구요. 가기로 마음 먹은 시간은 좀 남았지 소리는 계속 나지...
결국 방1과 제 왼쪽에 있는 방 문을 다 열고 불을 다 켜봤어요.
방1에 들어가서 제가 그 소리처럼 맨발로 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비슷하긴 한데 다른느낌?
애기 발걸음 소리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방바닥에 닿는 전체 면적이 굉장히 작게 들렸거든요.
좀 더 확인을 하려고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데 그 순간
제가 있는 방2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거에요... 또.. 쫘악- 쫘악- 쫘악-
무섭긴 한데 궁금한 마음이 더 커서 그랬는지 뛰어서 제 방으로 가봤는데 아무 것도 없더라구요..?
진짜 미칠 것 같았어요. 그 방, 방1, 방2에 사람이라곤 저밖에 없고 독서실 통틀어서는 사람 두세명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너무너무 무섭고 더이상 공부고 뭐고 안되겠다 집에가자, 싶어서
방, 방1에 문을 다 닫고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는데
제 책상 바로 맞은 편에서....
쫘악- 쫘악- 쫘악-쫘악- 쫘악- 쫘악-쫘악- 쫘악- 쫘악-쫘악- 쫘악- 쫘악-쫘악- 쫘악- 쫘악-쫘악- 쫘악- 쫘악-쫘악- 쫘악- 쫘악-쫘악- 쫘악- 쫘악-쫘악- 쫘악- 쫘악-쫘악- 쫘악- 쫘악-쫘악- 쫘악- 쫘악-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쫘악-
마치 3-4살 아이가 제 바로 앞에서 작은 원을 그리며 계속 빙빙 도는 소리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정말 제 바로 맞은 편에서 나던 그 소리...
그소리 듣고 진짜 미친듯이 짐을 챙겨서 바로 튀어나왔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이틀 정도 독서실을 안갔고 돈이 아까워서 끝날 때까지 공부하긴 했지만... 공부하면서도 별로 마음이 좋지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졸고있었다면 차라리 꿈이거나 헛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때 저는 정말 쌩쌩했어요ㅜ...기분이 안좋긴했지만 기가 약해지고나 허약한 상태는 전혀 아니었으니까요..ㅜ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니 차라리 제가 귀신을 직접 보거나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ㅜ
만약 그 소리를 내는 실체를 제 눈으로 목격했다면 전 안그래도 망한 수능 더 망쳤을테니까^.ㅜ...
이후에 그 독서실은 2-3년 정도 더 운영을 하다가 피시방으로 바꼈더라구요.
요즘도 그 근처를 자주 지나가곤 하는데 그 때 기억에 가끔 소름이 돋곤 합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아버지께 혹시 귀신보신적 있으시냐고 물었더니
시골에 사셨기 때문에 자주 보셨대요. 대화도 나눠보셨다고 하길래 무슨 대화를 나누었냐고 여쭤봤더니
시크하게 그러셨대요.
"귀찮으니까 내 눈앞에 다신 나타나지 말고 꺼져."
쫄면....지는 거니까..... 제가 아버지를 닮았다면 그 때 그 소리를 내는 무언가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을텐뎈ㅋㅋㅋㅋ...
지금부터 아버지의 시크함을 닮아야겠어요.
아. 방금 생각난 건데 제가 얼마 전에 자는데 가위를 눌렸거든요.
보통 가위눌릴 때 그냥 온몸이 마비되듯 굳어있다가 깨어나는데 그 날은 좀 달랐어요.
제가 옆으로 누워서 구부리고 잘 자는데 그 날은 뭔가 검은 물체가 제 배쪽으로 머리를 하고 쪼그리고 있더라구요?
근데 그 때 갑자기 전에 공게에서 본 가위 눌릴 때 보는 귀신은 머리속에서 만들어낸 환영이라는게 생각이 나서
"아 ㅆㅂ. 환영주제에." 라고 속으로 말했더니 그 순간 가위가 뿅! 풀렸네요^^
근데 그러고 나서 허리가 하루종일 아팠는데 ... 그냥 제가 ... 잘못 자서 그런거겠죠^.ㅜ..
(아빠.. 나 아빠의 시크함을 쪼끔 닮은 것 같앙..)
아이..매번 마무리는 너무 어렵네요.
재미있게 읽으셨길 바라면서
매번 실화 올리는데 주작이라고 하는 댓글 볼 때마다 너무 맘이 안좋아요ㅜ... (그래서 한번은 글 삭제했어요ㅜ..)
글재주 없지만 항상 재밌게 보고있는 공게에 제 경험담 올려봤습니다^^
서울은 비가 오는데, 그쪽지역은 어떠하신지요?
감기도 더위도 조심하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시길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