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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일화.txt
게시물ID : bestofbest_544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버풀우승
추천 : 239
조회수 : 44987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1/08/13 12:09:10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8/13 01:40:26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안드로이드 위상을 감안하면 루빈은 잡스에 버금가는 천재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는 “내 돈으로 항공권을 끊었다”며 제 발로 갓 만든 안드로이드를 팔기 위해 삼성전자를 찾아왔다.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도 선명하다. “동료와 둘이서 청바지 차림으로 거대한 회의실로 갔다. 청색 정장 차림의 간부 20명이 벽을 따라 도열해 있었다. 삼성의 본부장(루빈은 실명 대신 Division head라 표현했다)이 들어오자 일제히 착석했다(그에겐 한국의 특유한 기업 문화가 인상 깊었던 것 같다).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본 본부장은 너털웃음부터 터뜨렸다. ‘당신 회사는 8명이 일하는구먼. 우리는 그쪽에 2000명을 투입하고 있는데…’. 전혀 칭찬이 아니었다.” 가격을 물어보기도 전에 협상은 깨졌다.

이듬해 구글은 구멍가게 안드로이드를 5000만 달러에 집어삼킨다. 그 직후 16억5000만 달러를 쏟아 부은 유튜브 인수와 비교하면 얼마나 ‘껌값’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삼성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무려 3년 전에, 그것도 OS(운영체제)를 공짜로 나눠주자는 황당한 풋내기 벤처를 누가 선뜻 믿겠는가. 고작 직원이 8명인 실리콘밸리의 애송이를 세계적 거대기업인 삼성전자 본부장이 만나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일지 모른다. 만약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지금처럼 세계적 히트를 쳤을지도 궁금하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구글이 미래를 내다보며 과감하게 선(先)투자를 한 반면, 삼성은 제 발로 찾아온 천금 같은 비즈니스 기회를 걷어찼다는 점이다. 땅을 치고 후회한들 어쩔 수 없다. 인재를 보는 안목이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지금 삼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목을 매고 있다. 루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이 출시될 때마다 “근사하게 만들었다”며 등을 두드려주는 거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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