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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주의..]비빔면 먹고싶다.
게시물ID : cook_445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모나몽
추천 : 5
조회수 : 91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5/27 01:26:10

배고프니 음식으로 글을 써 보아야 겠다.

새벽 3시, 그는 일어나 선반을 열어젖힌다.

새벽 공기의 상쾌함과 곁들여진 그의 공허한 위장 소리가 부엌을 울린다.

그는 가장 원색적인 빨간색의 포장지들로 도배된 선반을 보며 찡그린다. 보기만 해도 속이 쓰리다.

오늘따라 비빔 냉면이 먹고싶다. 거짓말처럼 눈에 띄었다. '팔도 비빔면',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팔도 비빔면.

 

그는 부엌 여기저기를 뒤적 거리다가, 본능적으로 냉장고를 연다. 닫고, 잠시 생각하고,

이내 또 다시, 연다.

허리를 숙여 야채 서랍을 연다. 아무것도 없다. 아, 자취! 자취! 엄마!!!가 보고싶다.

그는 빨리 상해 버리는 오이를 얼려놓았던것을 기억해 낸다. 언제였을까, 그게 봄이었던가, 하며 오이를 꺼낸다.

 

없다.

 

다시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일주일 전만 해도 엄마가 냉장고 가득, 반찬을 채우고, 재료도 가득 채워놓았는데, 우렁각시는 사실 우리 엄마였을까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자, 재촉하듯 위가 울린다.

 

그는 주인집 텃밭에 있는 작은 오이도 떠올렸다. 그의 옥탑방 옆, 화단으로 가 가장 잘 여물은 놈에 손을 대다가,

이내 비실한 놈을 톡, 뗀다. 너는 떨어져도 나랑 행복하게 사는거야, 라고 하려다 멈춘다. 부끄럽다, 아직 중2병이 남아있나 보다.

 

대충 물을 냄비에 받는다. 쏴, 하는 소리가 설렌다. 식탁에는 이미 비빔면이 차려진거 같다.

오늘따라 가스 불이 탁, 또다시 틱, 오래도 어긋난다. 최대로 불을 맞춘다. 어서 끓어라....!!!!! 이렇게 간절히 염원한 적이 언제였던가.

또 대충 오이를 씻고 도마에 오이를 올려놓고는 통, 통, 통 썬다. 서걱, 서걱, 툭, 툭,툭. 에피타이저로 남은 오이는 먹어야지..라고 하고

입이 심심해서 먹는다.  서걱 서걱 씹히는 오이가 새벽 공기와 닮았다. 상쾌하다.

 

드디어 물이 끓었다. 비빔면을 집어 넣는다.

빨리 끓기를 바라며 뒤집어 주고, 젓가락으로 담금질도 해보고 ,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돌리고, 뚜껑을 10초정도 닫았다가

성급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열고, 또 담금질... 김이 나풀나풀 올라온다. 밀가루 익는 냄새가 보골보골 올라온다. 참을 수 없다.

낼름 먹어보다 혀도 덴다. 하지만 조금 만족한다. 비빔면, 빨리 먹고싶다.

 

드디어 다 된 것 같다. 오늘따라 꼬들꼬들하게 잘 되었다.

체를 찾아서 붓는다. 김이 올라오고 안경이 흐려져 비빔면을 조금 쏟았다. 아깝지만 흘려 보낸다...

경쾌하게 세번 털어서 접시에 툭하니 던져 넣는다.

 

소스 한 방울도 남길 수 없기에 젓가락 사이로 꼭 꼭 눌러서 넣는다. 식욕을 돋구는 빨간 소스. 안에 김도 들어있고 상큼한 사과도 들어있다.

상큼한 향내, 그리고 매콤한 향내가 이내 올라온다. 속이 쓰리다. 오이가 생각났다.

아까 썰었던 오이를 넣는다. 칼로 슥슥, 작은 조각이라도 남길 수 없다.

 

성급하게 비빈다. 오른쪽으로 원을 그리며 휙휙, 왼쪽으로 원을 그리며 휙휙, 짜장면 섞듯이 휙휙.

꼬불꼬불 밀가루 면 의 사이사이로 상쾌함과 매콤함이 번져간다. 밀가루 냄새 사이로 비빔면 냄새가 몰려온다.

젓가락으로 그 사이를 빠르게 집어 올린다.

 

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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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저사람 비빔면 먹음. 근데 나는 못먹음 배고픔.... 자러가야겠음. 저녁에 요게가 더 활성화 되는 듯...주말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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