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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간 목원대제사깽판사건때문에 고민..
게시물ID : gomin_7088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모태간지
추천 : 2/4
조회수 : 80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5/26 06:26:20

기독교인입니다. 그래서 저 사건을 듣고서 참 서글퍼졌네요.


원래부터 오유가 기독교에 배타적이었던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 놀라울 만한 일도 아니죠.

허나 댓글들을 보면 '일부는 없고 기독교는 전부 개독이다.'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는 것 같아 고민을 하게 되었네요.


첫 번째로, 이 사건이 오직 기독교의 독선 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깽판을 친 학생도 신학과 학생이지만, 제사를 허용한 사람도 기독교인인 총장이라는 점이죠. 

 한마디로 기독교 내부에서도 모두 같은 의견은 아니라는 겁니다. 오유인들이라고 모두 착하지 만은 않듯이 말입니다.


 동조하시긴 어려우시겠지만 좀 더 쉽게 비교 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누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인가요? 박근혜씨죠? 그 사람을 지지한 사람들은요? 우리나라 사람들 아닌가요?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독재를 옹호하는 사람들인가요?


지금 누가 일본의 총리는 누군가요? 아베씨죠? 그럼 그 사람을 지지한 사람은 일본 사람들이니 일본 사람들은 모두 아베처럼 생각할 까요?


기독교는요? 종교 지도자들이 썩었고 그들을 지지하며 예수천국 불신지옥 외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넘쳐 나니 기독교인 모두는 극단적인 종교인들 일까요?


답은 이미 아실 것 아닙니까. 아무리 우리가 정부에 항의해도 이 나라가 바뀌지 않는 것 처럼 기독교도 똑같아요. 잘못된 종교관에 항의하는 사람들 충분히 있습니다. 세상은 당신들이 보는 것 처럼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구요. 그런데도 아직도 기독교를 혐오 하는 댓글이 추천을 많이 받는 다는 게 참 가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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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할게요. 기독교인들께선 꼭 봐주셨으면 해요.


언급한 베오베간 글에서 댓글 중에서 기독교와 불교를 비교하면서 둘은 상극이라고 말씀하신 분이 계시더라구요.

반은 옳고 반은 그르다고 생각합니다.


불교는 인간의 깨달음을, 기독교는 초월적 존재로부터 의 구원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니 불교는 인간의, 인간을 위한 종교 기독교는 신을 위한 종교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요. 그렇지만 기독교의 교리가 어떻게 이루어져 나왔는지 알게 된다면 기독교(개신교..)의 대표적 이미지인 광적인 신앙이 얼마나 모순 되어있으며 바보 같은 짓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지금 기독교 상황은 엉망진창입니다.


기독교는 뿌리는 이스라엘일지 모르지만 서양의 종교입니다. 한국에서 흑인이 태어나고 자란다고 해서 그 아이가 한국인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마찬가지 입니다. 로마에서 근,현대까지 기독교는 2000년이 넘는 세월 간 서양의 종교였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의 교리는 모두 서양인들의 시점에서 해석한 내용입니다. 절대로 2000년 전의 예수의 순수한 육성으로 전해진 언어들이 아니라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를 파고 들기 위해선 서양인들이 어떻게 생각 했는지 공부해야죠.


사실 이 내용에 대해서 이미 철학 게시판에 적었던 내용들이 있습니다.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hil&no=5474&s_no=5214721&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229076


간단하게 정리하면 신플라톤주의가 기독교 교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신플라톤주의에 따르면 '세계는 (완전한 이데아) 절대자에서 시작 되며 세계는 절대자로 향한다.' 는 겁니다. 그리고 그 세계엔 인간도 포함 되어 있는 거구요. 그리고 그 단계 단계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삼위일체의 모티브가 됩니다. 성경에 삼위일체? 안 나와요. 근원은 여기서 시작 되는 겁니다. 힌트가 되는 구절들은 있어도 대놓고 삼위일체는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모티브가 신플라톤주의임에 따라 현재 기독교의 교리와 모순이 생깁니다.


아까 보았던 초월적 존재로부터의 구원을 이야기 하는 한국 기독교에선 성령은 그냥 신성한 영혼입니다.  근원이 어딘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것이 왜 존재하는지 어디서부터 오는지 아시는 기독교인들 없어요. 왜나면 교회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신플라톤주의로부터 파생된 기독교 교리에서는 성령을 인간의 영혼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영혼(프시케)이 예수의 구원(누스 = 앎,지성)을 얻으면 하나님과 한 몸(삼위일체)가 된다는 설명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불교와 다를 바 없습니다. 불교와 기독교는 모두 깨닳음을 통해 절대적인 존재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불교를 악마의 종교라고 하는 사람들은 누워서 침 뱉는 격이죠.


실제로 제가 이 이야기를 다른 기독교인들에게 이야기 했을 때 대부분 이단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과 인간이 어떻게 동일 시 될 수 있느냐 신성 모독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맞아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생각이죠. 왜냐하면 종교는 그리 올바른 길을 걸어오지 못했으니까요.


중세 시대에는 이러한 종교관이 신분제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과거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립한 피라미드의 존재론적 계층구조를 통해 절대적인 존재를 향하는 무수한 단계들이 확립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신분제를 유지하기 위해 방금 이야기한 신플라톤주의의 계층구조를 통해 태생적 한계를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주어진 신분을 버리는 것은? 곧 신에게 대항하는 것 과 같은 모습이었지요. 심지어 종교 개혁이 일어난 시점에서도 칼뱅, 루소 같은 사람들도 이 같은 구조를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칼뱅이 이야기한 '소명'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칼뱅이 이야기 했던 이 '소명' 이란 단어가 지금 기독교가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 계층 구조에 빠져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소명' 기독교인들에게 얼마나 친숙한 단어인가요? 우리가 얼마나 중요시 하는 단어인가요? '존재의 대연쇄'라 불리는 계층구조는 18세기까지만 진리로 통용 되었던 말들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들 생각은 18세기 때 까지나 했던 생각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 보고 너흰 아무것도 모르고 다 죄인이야 하는 꼴 인 거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가 순수하고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하물며 우리 생활에서 작은 사건이라도 금세 왜곡되어 퍼지기 마련인데 수많은 세월을 지나 그렇게 많은 논란과 논란속에 존재해왔던 기독교가 완벽하다? 그건 너무 과한 욕심이 아닐까 하네요. 하루 종일 고민하고 공부해도 모자랄 판에 착하고 교회 잘 다니면 구원? 기독교인들의 가장 큰 핵심인 구원을 그렇게 날로 먹으려 하지 마세요.

아까 신플라톤주의에서 인간의 영혼이 앎을 통해서 신과 일체가 된다고 했죠? 이 앎이 절대(!) 이성적인 생각 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려고 노력하셨으면 좋겠네요..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된 고민이었는데 막상 적어 놓고 보니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네요.

전 오유에서의 기독교에 관한 왜곡된 관점들은 부당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유 내에서 기독교 인이라면 경계하고 본다는 댓글이 더 이상 추천 받지 않았으면 하는 따름입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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