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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교수 “이제, 유권자를 욕할 때다”
게시물ID : sisa_5423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fsavafsv
추천 : 21/5
조회수 : 991회
댓글수 : 44개
등록시간 : 2014/08/04 01:21:16
7월 30일 있었던 재보선 결과 새누리당이 무려 11석을 석권했다. 새정치민주연합(난 이 당명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명이 너무 길고, 약자도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은 4석에 그치는 참패를 했다.

당사자는 몰랐을 수 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사람은 별로 없었으리라. 공천파동부터 시작해서 야당이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했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야당의 참패를 자업자득으로 본다.

과연 그럴까? 이번 선거가 야당이 그간 너무도 정치를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져야만 하는 선거였을까?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 수준과 일치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정치라는 게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바, 국민 수준이 엄청나게 높은데 정치만 진흙탕에서 뒹구는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민은 위대하다”는, 정치인들이 노상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정치인들 중 정말로 국민을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정말 국민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면 지난 대선 때 정보기관이 댓글 공작을 벌이고, 몇 십 년 간 우려먹은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선거의 주된 쟁점으로 부각시킬까?

대운하 사업에는 반대하면서 이름을 4대강 사업으로 바꾸자 찬성으로 돌변하는 게 우리 국민들이라면, 여당과 야당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정확히 우리 수준의 반영이라 봐야 한다. 





물론 집권세력이 분탕질을 치는 와중에 엄청나게 훌륭한 야당이 존재한다면 좋겠지만, 그걸 바라는 건 크립톤 행성에서 슈퍼맨이 날아와 외계인을 막아내는 것처럼 턱없는 기대다. 

혹자는 “과거 야당은 이렇지 않았다”라며 지금의 야당을 비난하지만, 이거야말로 과거를 아름답게만 보는 추억의 감성팔이다. 군사정권을 종식시켜야 할 1987년 선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을 깨고나와 야당을 분열시킨 장면이나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고 난 뒤 자기당 후보를 흔들던 민주당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지금 야당이 특별히 더 모자란 건 없어 보인다. 

2012년 대선은 야당으로서는 선거에서 이길 절호의 기회였다. 허풍으로 끝난 747공약을 비롯해서 이명박정부는 민간인 사찰, 내곡동 땅, 친인척 비리 등 숱한 잘못들로 점철된 5년을 보낸 터였으니까.





얼마 전 미국의 전 하원의원이 박근혜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면서 “미군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마라”고 일침을 가했지만, 그 터를 닦은 분은 바로 위대한 각하셨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정권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졌어야 하건만, 우리나라는 유감스럽게 그런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놀랍게도 6.4 지방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한 달여 만에 열린 재보선에서는 숫제 압승을 한다. 

야당이 잘 못했고, 그래서 이 패배가 당연하다고 비판하기 전에 우리는 이걸 물어야 한다.





“여당은 잘 했는가?”

간첩을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것도 모자라 어마어마하리라고 추측되는 세월호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특별법을 유언비어를 동원하면서 뭉개고 있는 집권세력의 행태는 덜 떨어진 야당에 비해 수십 배 더 나쁘건만, 왜 패배의 원인을 야당에만 돌리는 것일까? 선거라는 게 집권세력에 대한 심판이지, 야당에 대한 심판이 아닌데 말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언론이나 정치인이나 국민들을 등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늘 표가 아쉽고, 언론은 판매부수가 줄어들까봐 국민에게 쓴소리를 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은 자신들이 위대하다고 착각하고,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며 정치인을 꾸짖는 사람들까지 있다.





진실은 이렇다.

우리 국민들은 철지난 색깔론에 세뇌당하고,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에 열광해 자기 지역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반대 편 세력이 무상급식을 주장하면 나라가 거덜난다고 난리를 치면서도, 우리 편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겠다”고 하면 열광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기간 내내 50%를 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자기네 세력이 어떤 짓을 해도 지지하겠다는 고정표가 많다보니 선거를 통한 심판은 이루어지지 않고, 집권세력이 구태여 깨끗하고 바른 정치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야당에 대한 쓴소리도 필요하지만, 그 비난을 유권자에게도 좀 나눠드리자.

새누리의 나라가 계속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말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031841141&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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