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라 자임하던 김영삼 때부터 ys는 못말려 같은 게임도 나오고 하는 등 과거 군부출신 통수권자들이 만들어놓은 위압적인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려는 시도는 계속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PC통신 시절, 그리고 심지어 김대중 전대통령 때의 인터넷 초창기때조차도 감히 전현직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야유를 보낼 수 없었다. 당시 그런 글이 올라오면 그런 글은 곧바로 어드민에의해 삭제되고 해당 사용자는 경고를 받는 것이 다반사였다. 아니, 일단 우리 스스로 자체검열을 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풍조가 노무현 대통령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며 누구나 대통령을 그것도 현직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심지어 안주거리삼아 놀 수 있게 된 것이다.
권력의 실체는 권력 그 자체가 아니라 권력이 있다고 믿게끔하는 것에 있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공권력에 대한 공포와 그로 인한 공권력 비판의 사전자체검열을 만드는 것은 자신에게 실제로 가해지는 위해라기 보다는 자신이 공권력에 의해 위해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영삼과 김대중 전대통령이 '공권력에 의해 실제로 가해지는 위해'를 없앴다면 노무현 전대통령은 '자신에게 공권력의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없앴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노무현이 낳은 최고의 명언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당시 대통령이 노무현이라서 그랬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한창 발전하기 시작하던 인터넷 문화도 적지 않아 영향이 있다. 무엇보다 언론 독립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험사태(?)에 처한 조중동의 끝없는 노무현까기도 크게 작용했다. 이 노무현까기에는 자칭 진보라고 외치던 몇몇 기회주의적인 작자들 또한 동참했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 또한 노무현이었기에, 모두에게 만만한 대통령 노무현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최근의 일베사태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표현의 자유란 누가 싸워 얻어낸 것인가. 오글거리는 단어지만 정의. 정의는 과연 정의로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