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적고나니 낚시성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강행돌파합니다.
시사회에서도 약간 거슬린 문제지만 배급사의 홍보과정에서 '국민'이 강조되는 게 영 불편합니다. '위안부'에는 한국인만 동원된 것도 아니고 일본인과 식민지 여성들이 동원되었는데(사실 자발/준자발적 '위안부' 동원이 있었더라도 인간 존엄의 불가침성을 파괴했다는 본질은 변함이 없습니다) 왜 한-일간의 문제로만 보는 걸까요. 국민모금이라고는 했지만 한국인이 대다수라도 엄연히 외국 시민들도 함께해 만든 영화입니다. 그걸 '국민'이라 함은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국민'이라는 표현이 '황국신민' '비국민' '국가주의'가 떠올라 마음에 안 들기도 합니다.
'위안부'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지, 민족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홀로코스트가 유태인-독일인간의 민족 문제가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 제작진과 배급사의 지적 느슨함은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합니다. '위안부'를 민족문제로 좁히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심각하게 해치는 겁니다.
홍보측면에서는 배급사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마음에 안 듭니다. 티저를 무슨 3류 헐리웃영화처럼 만들어다가 오해를 잔뜩 사게 만들었어요. 덕분에 극렬 페미들이 '여성의 신체를 전시했다 빼애액!' 하면서 발광을 하고있네요. 걔네들은 자기들 코르셋 벗는 대신 남한테 구속복을 입혀줘야 속이 시원한가봅니다. 실제 영화는 자극성과 거리가 멉니다. 극적 전개상 필요하며 무리가 없는 자극적 장면마저 문제삼으면(심지어 영화를 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창작할 수 있다는 건가요. 소위 '엑기스'라며 자극적 소비를 하는 일부들 때문에 자기검열을 해야한다면, 성폭력을 피해자가 조심하지 못한 탓이라 타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하긴 아이유마저 아동성애 변태로 만드는 음란마귀들이니....
'무엇이 소녀들을 지옥으로 보냈나'??? 애초 내세웠던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가 그리도 구려보였습니까? 영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싶다는 과욕이 영화의 본질마저 해치고 구리기까지 해 참으로 한심해보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한일간의 민족문제를 다룬 걸로만 취급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위안부' 문제, 전쟁과 여성, 민간인학살, 국가폭력, 성노동에 대한 멸시와 천대, 소수자에 대한 타자화 등 모두가 '인간 존엄성의 불가침성에 대한 파괴'라는 담론으로 논의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저는 "귀향"이 던져준 화두가 비록 당장 '위안부' 문제를 환기시키는 데 그쳐도, 장기적으로 더 넓은 문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영화 자체의 극적 짜임새가 못미덥고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한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진심과 열정이 담긴 영화입니다. 어렵게 만든 영화지만 결코 영상에 돈을 아끼지는 않았으며 연기가 모자란 것도 아닙니다. 특히 '귀향굿'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것과 '괴불노리개'라는 상징물을 훌륭히 활용한 것은 단점을 크게 덮어주고 뜨거운 눈물을 흘러나오게 합니다. 공식에 의해 짜여진 눈물로 영화 보고 난 후 '당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상영관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더이상 상영관이 멀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습니다.
감독은 영화가 한 번 상영될 떄마다 '위안부' 피해자의 넋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합니다. 부디 이 간절한 염원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한국인이라면 봐야한다'고 말하기는 싫습니다.
다만,
역사를 왜곡할 수는 있어도 진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고 믿는 분들,
인간의 존엄성은 그 누구도 파괴할 수 없다고 믿는 분들,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며 특정 목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 믿는 분들,
함께 해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