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에 대한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 손을 뒤로 묶는 비둘기 고문을 받다 피를 흘리는 두 사람, 공중 매달리기 고문에 피 흘리는 사람...
북한 주민 고문 모습을 담았다는 동영상을 지켜본 서울 강동지역 A초등학교 학생들이 충격에 빠졌다. 현역 육군 소령이 강사로 나선 이 강의에서 6학년 여러 여학생들은 눈을 가린 채 "악!"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이 학교 교원들은 "어떤 여학생은 강의를 들은 뒤 한 시간 동안 우느라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충격 받은 초등 여학생, 한 시간 동안 눈물
서울 A초교와 서울시교육청, 국군 수도방위사령부 등에 따르면, A초교는 지난 17일 3교시 수업을 한 군부대가 마련한 '나라사랑교육'에 할애했다. 하지만 3교시가 끝나기 7분 전 쯤 끔찍한 동영상에 놀란 6학년 학생들 가운데 25명이 담임교사와 함께 강의실에서 빠져나갔다. 강사로 나선 현직 장교가 강의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학교 교장은 "다른 학교에서 더는 그 군부대 강의를 안 들었으면 한다"는 건의문을 서울시교육청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3교시 문제의 강의를 들은 이 학교 6학년 학생은 모두 120여 명. 5학년 학생 120여 명도 이날 4교시에 40여 분 동안 같은 강의를 들을 예정이었지만 강사가 가버리는 바람에 중단됐다.
이날 3교시 강의를 직접 본 한 교사는 "삽화 형태로 보여준 동영상 속 고문 모습은 아이들이 보면 안 될 정도로 혐오감을 주는 것이어서 학생들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며 다음처럼 동영상 모습을 설명했다.
"칼 같은 도구를 든 남자들이 앞에 서 있고 한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피가 흐르는 것 같은 장면도 보였다. (여자) 배를 갈라 강제 낙태시키는 모습이었다. 자막으로 '영아살해, 강제 낙태'란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본 영상은 내가 예비군 훈련 당시 본 동영상과 비슷한데 그때도 이런 영아살해의 끔찍한 모습은 없었다"면서 "군인이 강사를 맡아 반공교육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감도 "6학년 교사들과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봤는데, 아무리 나라사랑교육이 필요하더라도 동영상 장면은 초등학생에게 과했다"고 밝혔다.
이날 강의를 진행한 B소령은 "해당 동영상은 국방부 표준교안에 제시된 것이라 그대로 진행한 것"이라면서 "학생들이 갑자기 빠져 나가는 바람에 당황하고 놀라서 교육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나라사랑교육을 주관한 군부대는 올해 서울 강동·송파·강남·동작·남부·강서 교육지원청 소속 초·중·고에 강사를 파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만 해당 부대가 진행하는 교육에 33개 초·중·고 2만여 명 이상의 학생이 강의를 듣거나 들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해당 부대의 강의 내용을 A초는 물론 강동송파교육지원청, 서울시교육청 모두 미리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 군인 정신무장 교육을 위해 훈련받아온 정훈장교들이 군인이 아닌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참교육학부모회 "강의 중단하라"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강제낙태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은 평생갈 텐데 과연 누가 치유할 수 있느냐"면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건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도록 하기 위함인데 왜 난데없이 군인들이 강사로 나서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박 회장은 "적에 대한 적개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군인들을 어린 학생들 앞에 세우는 반교육적 행위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당 부대가 소속된 수도방위사령부 관계자는 "해당 동영상은 국방부에서 제작한 것"이라면서 "국방부와 교육부가 협약(MOU)을 체결해 전국 학교에서 신청을 받아 교육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의 인권유린이 얼마나 잔혹하게 자행되는지 그림으로 표현한 해당 동영상을 본 다른 학교에서는 A초교와 같은 문제제기가 없었다"면서 "학교, 학생별로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