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절에가고 놀러가는데 나만 방에 찌박혀 공부하려니 서글프던 차에
갑자기 생각나서 혼자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빡쳐서 음슴체로 씀.
몇 년전 우리 집 제사 날,
우리집 주택인데 그 날 대문 열어 놓고 있었음. 글고 할머니랑 나는 더워서 현관 문 앞에서 한참 콩나물 다듬고 있었츰.
그 때가 초 여름 비둘기색 톤의 누덕 누덕한 긴 옷을 입은 남루한 아저씨가 현관 앞에 등장함. 난 순간 놀래서 얼어 있고
울 할머니는 누군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 오냐고 화냈음. 그러니까 그 거지 아저씨 쓸쓸한 말투로
배가 너무 고프다고 라면 하나만 달라했음. 난 여전히 얼어있고 할머니는 구시렁 거리시더니 라면 가지러 감.
근데 그때 옆에서 놀고 있던 울 사촌동생이 아저씨를 계속 빤히 보고 있었음. 그러다가 당당하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아저씨 여기 슈퍼 아닌데요."라고함.ㅋㅋㅋㅋ 난 순간 얼어있다 그말 듣고 얼어있다가 풉.ㅋ
거지 아저씨도 그 말 듣고 좀 당황한 듯 보였음.ㅋ그 말 듣더니 조용하고 잽싸게 발 길을 돌림.
항상 이 이야기는 생각나면 웃다가 씁쓸함. 아.. 걸인 아저씨도 진짜 배고파서 어려운 걸음 한 것일 건데.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