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때로 기억하는데요.
그때만 해도 세상에 무서운게 없었던 시절이었어요.
딱히 잘난건 없었지만, 남한테 꿀릴것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일에 당당했었지요.
그날은 학교 체육대회가 있던날.
우리 과가 전체 학과에서 2등인가 해서 다들 기분 좋게 회식을 갔던 날이었어요.
지금은 심경에 변화가 있어서 잘 마시지만
그때는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았던 때였어요.
선배 한분이 제 앞에 오시더니 술 한잔 하자고 하셔서
전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었어요.
흔한 레파토리가 나오더군요.
일단 술 잔만 채워라 -> 짠만 하자 -> 입술에만 갖다대라.
입술에만 갖다대라고 대목에서
저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싫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선배가 따라주면 마시는거라고 그런류의 얘기를 하셨던것 같아요.
사실 그때 얼굴 처음보는 이름도 모르는 선배였는데..
그때 딱한마디 했던것 같아요.
"제 이름이나 아세요? 언제봤다고 선배 대접 받을려고 하세요."
그랬더니 당황하셨는지 그냥 일어나서 다른데로 옮겨가시더군요.
근데 좀 있다가 다른 선배가 같은 자리에 앉더니
자기 술 한잔 받으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종교적인 이유를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잔은 술이 차 있습니다."
그랬더니, 술잔 비우고 자기 술을 받으라고 하시던군요.
그 얘기가 한잔 마시고 다시 받으라는 얘기인줄 알아들었지만
그냥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술을 버리고 잔을 내밀었더니
"에잇, 자리 잘못 골랬네" 하면서 자리를 뜨시더군요.
그후로 딱히 학교에서 불이익 당한것도 없었고 불편한것도 없었어요.
어차피 레포트들은 제일 먼저 작성하는 편이라
제것이 거의 초안이었고 ( 공대 다녔는데 레포트 베끼는 분들이 많았음 )
학점도 나쁜편은 아니어서 알아서 장학금도 받고 다녔고요.
걍 당당하게 행동하셨으면 좋겠어요.
아, 저 놈은 건들면 안되겠구나 라고 보여주면
왠만한 놈들은 못덤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