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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고향 집에 갔다가 겪은 멘붕(멘붕 맞나요?)
게시물ID : menbung_532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남신경그만써
추천 : 19
조회수 : 2134회
댓글수 : 148개
등록시간 : 2017/09/12 15:47:41
어느 날 남자친구가 저에게 자기네 고향 집에 같이 가자고 합니다.

시골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본인이 가는데, 저보고 같이 가자는 겁니다.

저는 싫다고 했습니다. 일단, 사귄 지 겨우 일 년 넘었을 때였고, 또 이런 식으로 갑자기 부모님을 뵙는 게 많이 부담스러웠죠.

다음에 정식으로 찾아 뵙겠다고 계속 거절했지만, 남자친구는 일주일 가까이 저에게 졸라 댔습니다.

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맛있는 것만 먹고 오자고, 자기네 부모님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라고, 넌 내 옆에 붙어서 아무것도 안하고 놀다 오면 된다고...

그 말을 믿었던 제가 바보였죠.

그 주 주말에 남자친구 고향 집에 같이 내려갔습니다.

남자친구 어머님을 뵙고 인사 드리자 저에게 처음으로 하신 한 마디,

"여기 왜 왔어? 김치 얻으러 왔어?"

남자친구가 부모님께 여자친구랑 같이 간다고 전화까지 드렸는데 저를 보자마자 무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 뭔가 쎄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느꼈습니다. 아! 내가 여길 괜히 왔구나!

남자친구 부모님은 저에게 오느라 고생했다, 네가 여자친구냐, 등등 상투적인 질문 하나 하시질 않으셨습니다. 

저녁 때 쯤 도착해서 다같이 밥을 먹는데, 다들 아무런 말씀이 없으셔서 진짜 내가 밥을 먹는건지 혼 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어색했네요.

그리고 주말 이틀 내내 매 끼니 제가 설거지를 다 했습니다...

빈 그릇들을 싱크대에 놓으니, 어머님께서 전기포트에 물 데워서 설거지 통에 부으면서 말씀하시더군요.

"뜨거운 물로 해야 기름기 잘 져~."

네. 거짓말 안하고 설거지 제가 다 했어요. 저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하면서도 계속 했어요. 

남자친구는 밖으로 나가서 들어오지도 않고...

다음날 새벽 5시에 어머님이 깨웁니다. 일 하자고... 

나가보니 마루에 장갑과 신발, 옷가지를 가져다 놓으셨습니다.

네. 빨리 옷 갈아입고 사과 따러 가자는 겁니다.

옷 갈아 입고, 사과 밭에 가서 하루종일 사과만 땄어요.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다같이 저녁 먹고 자려고 눕는데 남자친구 웃으며 말하더군요.

사과 잘 따더라고...남자친구 아버님이 저 사과 잘 딴다고 엄청 칭찬했다구요...

사실 이 땐 그냥 때리고만 싶었어요. 그리고 집에 간절히 가고 싶은 마음만 들었습니다.

둘째날엔 남자친구 아버지의 외가 쪽 친척들이 사과 따는 걸 도와주러 왔더군요.

네. 10명 넘는 인원들 밥상 제가 다 차렸네요.

어떤 아주머니는 제가 밥을 푸는데 밥을 너무 많이 푼다고 타박까지 하셨어요. (나중에 어르신들 그보다 밥 더 드신 건 더 고구마)

그리고 또 설거지...

밤에 자려는데 어머님이 뜨거운 차 한 잔을 들고 오십니다. 남자친구 고생했다며 주시고 가셨어요. 저는 안 보이셨나봐요.

남자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너희 부모님 정말 너랑 나랑 사귀는 거 알고 계시냐고...그것도 결혼을 전제로 만난다는 걸.

본인은 전부터 이 여자와 결혼할 것이라고 부모님께 말했었답니다. (저희 둘 다 30대에요.)

그리고 사과 따는 거 도우러 같이 가는 게 아니라, 인사드리러 간다고 말씀까지 드렸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어요. 

남자친구 부모님께서는 제가 맘에 안 드셨나보다, 그리고 시골 분들이라 많이 가부장적이셔서 그렇구나, 애써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봤지만

제 상식 선에서는 이해가 도무지 되질 않았어요.

내 아들이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온다면 절대 이렇게 대하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에 많이 속상했네요.

그리고 그 후에 헤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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