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차기 대선후보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아 한번 써보고자 합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이 네 사람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요.
각각 특징, 장점과 단점을 살펴볼까요.
1. 과거와 경력
네 사람 모두 훌륭하게 살아왔고 정치권의 평균치로 보나 일반인의 눈으로 보나 결격사유가 없습니다.
- 출신지와 활동지역 -
문재인 의원은 함경도 실향민 가정의 아들로 경남 거제출생, 부산에서 자라고 활동하였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부산에서 태어나 자랐고 서울에서 활동하였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남 창녕, 주 활동지는 서울입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충남 논산에서 나고 자랐으며 20대 이후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충남지사가 되었습니다.
(이하 호칭생략해도 되겠지요?)
지역적 장점은 문재인(부산), 박원순(서울), 안희정(충남)에게 있습니다.
특히 지자체장인 박원순과 안희정이 더 강하며, 2014년 6월말 현재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박원순의 지역기반이 가장 단단합니다.
문재인은 지역구가 부산 사하구로서 안철수보다는 지역기반이 더 크나 두드러지는 변별력은
앞으로 부산경남에서 치뤄질 크고 작은 선거에서 자기 사람을 당선시키느냐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 병역 -
문재인은 특전사 출신이라 아무도 감히 뭐라 할 사람이 없지요.
안철수는 해군장교 군의관으로 복무했지요.
박원순은 방위병으로 복무하여 흠결이 없습니다.
안희정은 투옥되어 병역을 하지 않았습니다.
병역은 1997년, 2002년 대선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화약고 같은 지점입니다.
가히 대한민국 성골이라 할 수 있는 이회창 후보가 큰 타격을 입었지요.
군필자들은 이유를 잘 아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안철수의 경우 군입대 당시에 대해 발간한 자서전과 부인의 증언이 엇갈리는 것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박원순은 자녀의 미필사유가 논란이 되었으나 하자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안희정은 부적격한 사유가 아니나 미필인 것이 약점입니다.
그러나 병역문제는 꺼져도 꺼진 불이 아니기에 언제나 불거질 수 있습니다.
- 학력과 경력 -
문재인은 경희대 법대, 민주화운동, 투옥, 사법고시, 변호사 활동,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실장 역임을 하였지요.
안철수는 서울대 의대, IT 선구자, 백신개발, 개인무료배포 등 IT기업가로 살아오다 정계데뷔를 했습니다.
박원순은 서울대 중퇴, 민주화운동, 투옥, 사법고시, 검사, 변호사, 시민운동 활동을 하였습니다.
안희정은 고려대 졸업, 민주화운동, 전대협 결성, 투옥, 민주당 노무현 의원의 비서로 활동합니다.
차근차근 볼까요.
세 사람은 공통점이 많고 한 사람은 적습니다. 셋은 학창시절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한 명은 아닙니다.
문재인은 변호사로 일하며 민변 활동을,
박원순은 검사를 거쳐 변호사로 이후 민변과 시민운동의 선구자격인 참여연대에서,
안희정은 국회의원 비서로서 정계에서 활동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안철수가 부족한 건 아닙니다. 그는 모범적인 IT선구자, 기업가로서 살았지요.
비슷한 셋 중에서도 다른 점은 안희정에게 있습니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의 큰 기둥인 전대협과 그 모체가 되는 조직을 전국을 돌며 만들어 낸 뛰어난 조직가였거든요.
다만 그것이 NL계열, 곧 주체사상파가 있던 조직이어서 공격받을 수 있는 약점이나 그는 결과물인 조직을 떠나
국회의원 비서, 그것도 위험성이 벤처 저리가라 할 노무현 의원실의 비서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통진당과 같은 잔류NL과 친하지가 않지요.
이 넷의 공통점은 모두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각기 민변, 참여연대, 안철수연구소, 전대협 등 다른 조직이지만 미개척 영역에서 활동했습니다.
또한 존경받을 만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 행정경험 -
문재인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국정운영, 국회의원으로서, 대선후보로서의 경험이 있습니다.
안철수는 국회의원으로서, 현재 당 대표로서의 경험이 있습니다.
박원순은 서울시장을 압도적인 지지로 연임하여 2기에 들어섰습니다.
안희정은 충남지사를 무난한 지지로 연임하여 2기에 들어섰습니다.
문재인의 비서실장 경험은 큰 것이나 2인자이며 과거형이라는 점이 약합니다.
안철수의 김한길과의 공동 당 대표는 굳건하지 못하며 현재진행형입니다.
박원순의 서울시장은 행정실무가로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해주었습니다.
안희정의 충남지사는 차세대 대권주자의 입지를 강하게 해주었습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귀환한 박원순과 안희정을 살펴보면
박원순은 서울시민의 만족도가 매우 높으나 과거 지자체장들이 자주 해왔던 큰 계획이 없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고,
안희정은 중간 정도의 만족도를 가지나 무얼 딱히 했다고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다만 충남도민의 마음을 과반수 이상 사로잡는 데에 성공했으니 차세대라 할 수 있는 거지요.
요약하면 문재인은 과거형, 안철수는 미지수, 박원순은 높은 합격점, 안희정은 낮은 합격점입니다.
2. 현재와 미래
- 당내 지지 -
문재인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과 단일화 상대인 안철수 측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안철수는 단일화 과정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합당 이후 당 대표는 됐으되 강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원순은 당내 세력이 없다시피 합니다.
안희정은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있으나 노통 당선 이후 10년간 야인에 가까운 행보를 걸었습니다.
이 상황은 이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민주당(민주당, 국민회의, 열린우리당, 민주통합당, 새정치국민연합 통칭)의 역사와 구조에서 기인합니다.
굵직한 계파만 보아도 DJ의 동교동계, 노무현의 친노계가 있고 작은 것으로도 손학규계, 김근태계, 김한길계 등이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보아도 전라도, 충청도, 경남을 기반으로 하는 세력이 각기 있지요.
이를 어떻게 나누건 어떤 시각으로 보건 확실한 것은 계파가 복잡한 편이라는 겁니다.
새누리당이라고 다르지 않아서 친박, 친이는 물론이고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자민련 등 별의 별 출신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새누리당 보고 가도록 해요.
새누리당은 그 구성원들의 이념이나 지향점이 비교적 단순한 조건부 이익결사체에 가깝기 때문에 정리가 빠른 장점이 있습니다.
충성도, 청렴도, 신뢰도는 낮지만 문턱이 낮고 응집력이 약한 것이 장점이기도 합니다.
새누리당의 내부토론과 합의는 불가능에 가까워서 잘 시도하지 않는 대신 리더가 제시하는 큰 선택지에 동의여부로 계약하는 식이지요.
종북친노 덧칠, 박정희 찬양, 세 과시 이런 낮은 수를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컨텐츠가 없어서 내부적으로 뭐 얘기해봐야 마찰과 다툼이 나지 좋은 미래가 없거든요.
위기가 오면 당 핵심의 합의 하에 공천조직을 외부인사로 채워 비교적 쉬운 결격사유인 비리나 지지율로 쳐냅니다.
이익에 따라 모인 조직이라 끈끈하지 못해 퇴출이 쉽고, 퇴출이 쉬우니 인물 영입이 편합니다.
특별한 이념이나 지향점 없이도 행정관료, 사법관료, 기업인, 언론인, 학자 등 엘리트의 수혈이 쉽습니다.
내부핵심이 되긴 어려우나 'easy come easy go' 기조로 문턱이 낮습니다.
이 반대편에 민주당의 약점이 있습니다.
각자 지향점이 있고, 계파가 끈끈하며, 비리가 적어 한 마디로 물갈이가 어렵습니다.
인구전체로 보면 그 사유가 관망이건 반대건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보다 안 한 사람이 더 많습니다.
공천줄 자리가 적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핵심이 분산되어 있어 진입에 불편함이 있습니다.
대선 당시 제3후보였던 안철수에게 질은 둘째치고 사람이 구름처럼 몰렸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마디로 민주당은 정리나 전폭적인 물갈이가 어려운 조직입니다.
문재인이 다른 세력의 지지를 받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안철수가 다른 세력의 지지를 받는 건 문재인보다 세 배쯤 어렵습니다.
박원순은 당내 세력이 없습니다.
안희정은 문재인과 세력이 겹칩니다.
- 확장성 -
어떤 대선에서건 후보의 득표율은 50%에서 3% 위아래의 근소한 차로 승부가 납니다.
약 절반이라는 숫자의 아래 지지세력의 결집과 중도 및 상대후보 지지표를 얼마나 끌어들이는가가 있지요.
유권자를 크게 산업화와 민주화 두 가지 가치를 중시하는 두 집단으로 보고 각자 결집한다면
투표인구로 볼 때 산업화를 중시하는 집단이 향후 20년간은 늘 이깁니다.
문재인은 지난 대선에서 지지부진한 야권연대 판에서도 49%의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안철수는 중도표의 강력한 대변자였으나 단일화 과정의 미온함, 합당 이후의 행보 때문에 미래가 어둡습니다.
박원순은 총 56%, 강남3구에서도 높은 지지를 얻었고 보수세력 끌어안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안희정은 이념이나 이슈에 수도권만큼 민감하지 않은 충남에서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 장점과 과제 -
문재인은 보수표에게도 어필하는 면이 있으나 지난 대선의 패배는 약점이며 노무현의 그림자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노무현의 그림자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당 내적으로는 타 계파를 안거나 쳐서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며
당 외적으로는 보수세력의 거부감을 불식시키는 것입니다. 최근 국방위로 옮긴 것은 바로 이 지점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저 좋은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을 뛰어넘어, 이기는 사람으로서 당을 장악할 수 있다면 차기 대통령은 그가 될 겁니다.
대선후보가 되지 않는다면 킹메이커로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얼마 전 밀양 송전탑 농성장을 방문하고도 며칠 뒤 강제집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엄청난 실책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종이호랑이가 되었고 빈 손으로 다녀온 셈입니다.
야당의원으로서 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는 게 사실이지만, 거물 정치인의 움직임은 달라야 합니다.
간다면 반드시 이기거나, 이기지 못해도 최선을 다해 싸웠어야 합니다.
가까운 예로 노무현 때의 세종시 계획을 이명박이 백지화하려 할 때 박근혜는 사활을 걸어 당 해체 수준까지 갔었습니다.
결과는 충청권과 당 장악, 멀게는 대선 승리였지요.
갈 데와 할 것 싸울 지점을 신중히 파악하며 이미 거물이 된 자신의 위치에 맞는 정치적 감각을 길러야 합니다.
안철수는 승리와 생존에 대한 감각이 좋습니다.
그가 자리매김하기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JP의 자민련 모델이었으나 지역기반이 없었고 정치9단의 경륜과 조직이 없었습니다.
합당으로 민주당 비주류 계파와 연합하여 당 대표까지 잘 안착하였으나 기업주의 감각으로 득실만 따지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노회찬의 빈 자리인 노원보선 당선, 대선후보 단일화 이후 행보, 자기사람을 우선시 한 지방선거 등을 보면
미래는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지요. 김한길계와의 동거도 영원하지 않은 거구요.
현재로서는 막힌 좁은 길이지만 틈새시장의 중소기업 사장 마인드를 버리고 정치인으로 거듭난다면 미래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박원순은 영리합니다.
자신의 장점인 시민운동의 경험과 수요자의 눈높이를 살려 성공적인 1기시정을 마치고 재선에 성공했지요.
정계에서 퇴출된 386과 전대협의 상징 임종석을 부시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임종석은 아이콘답게 한량끼가 많으나 한량은 친구가 많습니다. 임종석의 사람들이 서울지자체 곳곳에 많이 당선됐습니다.
박근혜의 아무도 모르는 주문 창조경제를 차용하고, 박정희 정권의 긍정적인 면을 치켜세워 보수세력을 끌어안았습니다.
박정희 정권 평가, 천안함 등 안보문제에서 보수세력과의 대결보다는 수용과 통합을 하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특징입니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듯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상수지요.
그림으로만 보면 지방정부 인물을 중용하고 여의도 및 당과 괴리되었던 이명박과 가장 비슷한데 그에게는 이상득이 없습니다.
선거는 자원봉사로도 할 수 있지만 국정운영은 입법부의 요체인 당과 함께 가야합니다.
행정가로서는 최상이나 정치가로서는 입지가 약합니다.
이것이 박원순의 숙제입니다.
안희정은 진지하고 무난합니다.
뭘 해서 사랑받는 것보다 이유 없이 사랑받는 게 더 상수입니다.
충남에는 별 일이 없었습니다. 안희정은 도지사로서 할 일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했습니다.
정적들이 노무현을 빌미로 공격해도 그는 오히려 지극하게 자신을 드러내었고 주어진 도정을 했습니다.
충남이 수도권보다 이슈에 민감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상대후보도 그가 한 일이 없다고 공격했고 안희정 측의 고민도 같았습니다.
52%의 득표율로 서울만큼 크게 이기지 못했으나 세대별로 고르게 지지받은 당선자는 안희정입니다.
당내에도 그의 기반이 되어줄 세력이 많습니다.
단, 문재인과 겹치므로 경쟁이 아니라 후원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문재인의 당내과제인 계파한계가 그대로 남습니다.
3. 과제와 결론
과거 정동영 후보 같이 지지자들도 투표를 꺼리게 한 미달이 아니라 넷 모두 야당 유권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후보라고 한다면,
과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응집성. 당 장악이나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가. 본인이 하거나 이를 할 후원자를 찾을 수 있는가.
둘째, 확장성. 보수와 중도표심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가.
표나 도식을 만들면 디테일들이 사라지는 약점이 있지만 간결한 결말을 위해 그렸습니다.
| 응집성 (내연) | 확장성 (외연) | 종합 |
문재인 | 중 | 중 | 중 |
안철수 | 하 | 중 | 중하 |
박원순 | 하 | 상 | 중 |
안희정 | 중 | 상 | 중상 |
표 안의 상중하 평가는 보는 사람마다, 행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 카테고리가 중요합니다.
저는 아직 대선에 나오지 않은 두 지자체장에게 더 후하게 점수를 주었습니다.
제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졌지만 훌륭한 후보들이 있다는 점이 기쁩니다.
세종대왕과 한국사 올스타 내각이 와도 대한민국의 문제점이 일거에 해결될 수 없지만 좋은 후보군은 유권자의 행복이지요.
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너무 긴 글로 여러분들의 시간을 뺏어....... 미안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