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KIA의 간판 거포였던 김상현이 6일 SK로 둥지를 옮겼다. KIA에서만 두 번째 트레이트 통보를 받은 김상현이 부진을 털어내고 다시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김도훈기자 [email protected](스포츠서울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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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가 나에게 이럴줄 몰랐다."
6일 오전 SK로 트레이드 소식을 접한 김상현(33)은 감정을 꾹꾹 눌러담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김상현은 "프로이기 때문에 트레이드 통보는 냉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또 이럴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KIA는 김상현과 좌완 진해수(27)를 SK에 내주고 투수 송은범(29)과 신승현(30)을 영입하는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마운드 보강이 시급한 KIA와 타선 보강이 절실한 SK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트레이드지만, 이미 고향팀을 한 번 떠난적 있던 김상현은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절망과 영광을 모두 안긴 애증의 타이거즈
2001년 KIA에 입단한 김상현은 거포 3루수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광주일고 출신으로, 고교 때부터 스타플레이로 불린 정성훈(LG)과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2002년 LG로 트레이드 됐다. LG전에서 쏘아 올린 홈런포에 매력을 느낀 당시 LG 김성근 감독이 러브콜을 보냈던 것이다. 김상현은 "그 때는 아, 이런게 트레이드구나 싶었다. 기회를 많이 받았지만 부상 때문에 날개 한 번 펴지 못하고 꺾였다"고 회상했다. 2009년 개막 직후 김상현은 친정팀의 러브콜을 받았다. 타선과 내야 보강이 시급했던 KIA는 강철민을 LG에 내주고 김상현과 박기남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친정으로 돌아온 김상현은 0.315의 타율에 36홈런 127타점으로 폭발해 KIA의 통합 챔피언 등극에 일등 공신이 됐다. 김상현은 "선수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린 한 해였다. 두 번째 트레이드라 개인적으로도 절박했고, 3루라는 확실한 내 땅이 생겼다는 자부심까지 생겨 말그대로 미친 듯 방망이를 돌렸다"고 밝혔다. 절망과 영광을 동시에 안겨준 팀이라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다는 게 김상현의 설명. 이번 트레이드는 그래서 더 비수가 됐다.
| [스포츠서울] SK로 둥지를 옮겼지만 그의 등번호 '27번'은 계속 달 수 있게 됐다. 원조 '타이거즈의 4번타자 김봉연'의 백넘버를 물려받은 김상현은 이제 '와이번스 4번타자 이호준'의 뒤를 잇게 돼 묘한 인연의 끈에 눈길이 모인다. 김도훈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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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버린 팀 "귀띔이라도 해 주지"
2010년부터 부상과 부진으로 제자리를 잡지 못할 때 김상현은 "팀에 미안하다. 내가 역할을 못해 (최)희섭이 형이 집중견제를 받는 것"이라며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이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게 본인 때문이라는 죄책감까지 일었다. 2011년 일본생활을 마친 이범호가 팀메이트가 됐을 때 김상현은 "내가 못했기 때문에 팀에서 (이)범호를 필요로 한 것"이라며 포지션 변경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연봉협상 테이블에서도 "알아서 달라. 명예회복 해서 내 권리를 찾겠다. 보여준 게 없으니 대폭 삭감을 해도 감수하겠다"며 사실상 백지위임을 했다. '타이거즈 맨'이라는 자부심이 강해 호랑이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됐던 것이다. KIA로부터 두 번째 이별통보를 받은 김상현은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더라면 이렇게 섭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모님과 가족들이 모두 광주에 정이 들어 당장 집을 옮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혼자 인천에서 생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밤 아빠를 찾는 어린 두 자녀의 모습이 당장 이날부터 눈에 밟히게 됐다.
| [스포츠서울] 친정팀으로 돌아온 2009년 대폭발한 김상현이 개인통산 세 번째 트레이드의 아픔을 딛고 다시한 번 해결사 본능을 과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김도훈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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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프로세계 "성적으로 존재가치 증명할 것"
지난해부터 김상현의 목표는 '태극마크'였다. 정성훈 이범호 등 국가대표 3루수들에게 밀려 두 번이나 짐을 싼 기억 때문에 'MVP'라는 자존심만으로는 위안이 안됐기 때문이다. 김상현은 "프로는 성적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낯선 SK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그는 "선수로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모두 누려봤고, 좌절도 겪을만큼 겪었기 때문에 정말 아무생각 없이 야구에만 올인하고 싶다. 꾸준히 출장하면, 내 몫은 할 수 있다. 성적을 내고 마음속으로 잡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FA 자격도 얻고, 태극마크의 꿈도 이루겠다는 마지막 목표를 구체화 시킨 것이다. 그는 "KIA 투수들은 내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께 인사는 드리고 인천으로 가야겠다"며 씁쓸히 웃었다. 그 웃음 속에 비장함을 감춘 김상현이다.
장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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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