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장교로 군대를 다녀왔는데요. (병기 병과, 정비대대, 양구 2사단)
부사관과 장교의 관계는 솔직히 저희 부대는 무척 좋았습니다.
부대 특성상 간부 숫자와 병 숫자가 비슷할 정도로 많아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죠.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라 모난 사람은 어디나 똑 같은 것 같습니다.
제 고참 중에도 부사관들과 친하다고 갈구는 사람도 있었고
나이 어리다고 소, 중위 무시하는 중, 상사들도 몇명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었고
서로 친하게 어려운 일 힘 합쳐 잘 지냈던 것 같아요.
군 지침에는 정확히 부사관과 장교간에는 상호 존칭을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주로 끝말에 '요'자를 붙여 이야기하죠.
제일 난감한게 이름을 부를땐데요. 이건 부대마다 좀 달랐습니다.
저희 부대는 그냥 편하게 손위거나 행보관 등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면 '님'자를 붙여 불렀지요.
동기가 있는 보수대에서는 보직에 '요'자를 붙여 이상하게 부르기도 했어요. ㅎㅎ
(주임원사요. 이런식...솔직히 반말보다 더 이상했음. 하지만 그 부대에선 원래 그리했기 때문에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치 않음)
여튼 말씀드리고 싶은 건 생각보다 장교와 부사관들 사이가 안 좋진 않아요.
또라이 같은 사람들이 간혹 있긴 하지만 어디나 마찬가지라 생각하구요.
보통은 재미나게 잘 지냅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범위내에선 동기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크게 서로 날을 세운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에피소드-
여기서 부턴 편하게.
중위 달고 참모로 빠진 나는 유격 같은 훈련이 제일 좋았음. 행정 업무가 없으니까...
보통 참모들은 유격이나 혹한기를 가면 평소에 행정 업무 하느라 뺑이 치는걸 아니까 건드리지 않음.
유격을 간 하루는 점심먹고 잠깐 잔다는게 많이 잤음.
일어나니 옆에는 주임원사님이 나와 같이 자고 있고 대대장님 포함 다른 간부들은 모두 훈련 받으러 갔음
나도 늦었어도 가려고 주섬주섬 장구를 챙기니 주임원사가 깨서는 어디가냐고 함.
훈련 받으러 간다고 하니 자기랑 저녁 반찬이나 구하러 가자고 꼬심.
나도 좋아라 하고 둘이서 요대 차고 산속으로 나물 캐러 감.
두어시간 캐니 가져간 껌정 비닐 봉지 두개가 꽉참. 두릅, 취나물, 더덕, 알 수 없는 것들...
신나서 내려오다가 유격대장님 만남.
훈련은 빼주지만 그래도 장교가 나물 캐는건 갈굼당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에 나는 살짝 쫄았음.
다행히 주임원사님 유격대장님과 친함
유격대장님이 뭐 좋은거 많이 캐셨냐고 물음. 화기애애함.
그런데 갑자기 유격대장님이 나보고 넌 뭐냐고 물음.
주임원사님이 우리 부대 새로온 신병인대 관심사병이라 관리한다고 하심.
나는 졸지에 관심사병이 되어버림 ㅋㅋ
수줍은척 가만히 있었음.
문제 없이 넘어가나 싶었는데 유격대장님이 갑자기 우리가 캔 나물 한봉지를 달라고 하심
주임원사님은 안된다고 버텼으나 뺐김
내려오는 내내 분에 차서 유격대장님 욕함.
저녁에 우리 대대장님이랑 밥먹는데 주임원사님이 꼰지름. 우리꺼 뺏어갔다고.
참고로 우리 대대장님과 유격대대장님은 3사관학교 동기임.
대대장님 빡침. 감히 내 먹거리에 손을 대!
전화기 바로 들어선 전화해서 욕함.
이야기가 들리진 않았지만 안준다고 버티며 놀린거 같음.
전화 끊고 씩씩 거리던 대대장님. 한동안 생각하시더니 작전부사단장님에게 전화 함.
부사단장님. 제가 부사단장님 드릴려고 주임원사 시켜서 좋은 나물들 좀 따서 왔는데 유격대대장이 홀랑 뺐어 먹었다고 꼰지름
다음날 유격대대장님은 한봉지 가져간걸 두봉지로 토해냄
우리 대대장님 win.
군대 있을땐 하늘 같은 지휘관님들이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정말 유치한 동네 아저씨, 할아버지 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