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양목 홍화색 한복에 자수가 놓인 노리개를 늘여뜨리고 다관을 살며시 붙들고 있는 아주머니.
살포시 내리깔은 시선은 대나무 말차시에서 숙우로 옮겨간다.
살짝 식힌 끓인 물을 부으며 이야기도 낙낙하게 채워넣으신다.
[보성에 놀러오시려거든 시월도 좋고, 삼사월도 좋아요.
시월에 오면 차꽃이 하얗게 흐드러지게 핀 걸 볼 수 있고, 차 열매가 영글어요.
아무래도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장관이지요. 보성은 봄도 참 좋아요.
삼사월에 오시거든 일림산을 오르세요. 철쭉이 가득히 피어오른답니다.]
고운 아주머니 손길에 대나무 찻솔이 말차거품을 가득히 내기 시작한다.
이윽고 진한 초록색 쌉싸름한 향이 피워오르는데, 나는 아주머니의 말을 통해 일림산도 오르고 초암산도 오르고, 대원사 벚꽃길도 올라가버렸다.
데워진 잔 가득 여유롭게 담소나누는 이 상황.
말차, 연꽃잎차, 홍차, 우엉차, 세작 차에 따라 이야기도 바뀌고, 다식과 함께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고즈넉했던 어느 오후.
출처 |
차 게시판이 있네요.
여유로운 하루가 되시길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