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인데, 논의해볼만한 가치가 있고 궁금하기도 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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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정의당은 시대가 지나면서 좋아질 것이다? 글쎄요...
많은 청년 정의당 지지자들은 정의당의 미래를 낙관합니다.
20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의당의 인기가 높고, 세대 투표에서 2030 세대는 야성이 강하고 그 중에서도 정의당 지지율은 유의미한 수준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리고 현재 중고등학생들, 즉 '세월호 세대'는 기존 정당을 부정하지만 정치와 사회에 대해 불신을 가지면서도 관심이 높은 세대가 되었기 때문에 정의당의 미래가 밝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새누리에게 위기인 것이지, 정의당에게 기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 3040 세대에서의 정의당보다 1020 세대에서의 정의당이 더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먼저 말씀 드리겠습니다.
1. '경험'의 부재.
2. '신선함'의 상실.
1. '경험'의 부재.
한국 사회에서 정치는 종교입니다. 박정희라는 신을 모시는 새누리당. 反 박정희와 故노무현 대통령을 신으로 모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양대 종교입니다.
통진당이야 뭐.... 가장 종교성이 강하지요.
정의당은 합리성의 근간한 당일까요? 역시나 아닙니다.
反정치, 反새누리라는 종교를 모시는 사제들 중 가장 믿음이 강한 집단이 정의당입니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성스러움(聖) 과 속스러움(俗)의 끊임 없는 대결의 분화 속에서 종교성을 가장 공고히한 집단이지요.
스스로 나아갈 잠재적 유토피아 역시 건실하게 도안을 그린 집단이기도 합니다.
정의당 창당까지 끊임 없는 내적, 외적 탄압이 존재했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과정이 가장 잦은 집단이 정의당이었습니다.
종교를 믿고, 종교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어렸을 때부터 종교 공동체 속에서 자랐고, 이런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종교 공동체의 주변부에서 생활을 영유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집단이 아주 크지 않은 범주에서 본인이 능동적 참여가 가능한 수준의 집단 크기 속에서 존재했던 사람들입니다.
정의당이라는 종교는 민주화 세력과 노동운동 세력의 핵심부와 주변부에서 존재했던 사람들의 집합체입니다. 그 수가 많지도 않았고, 각기 다른 파벌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능동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었기에 강력한 집합성원 의식이 존재했던 정당이 정의당입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진보적 정치를 할만한 '경험'이 존재하는 사람들이란 것입니다.
지금 1020 세대에게 정의당을 '경험'할 기회가 있을까요? 그나마 유시민, 진중권 당우님이 제공한 경험이 아닌 이상 1020 세대에게 정의당은 말 그대로 '없는' 당입니다.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친노 세력이 故노무현 대통령의 노제와 전국민적 추모 분위기와 문재인 의원의 대선 정국으로 인하여 1020 세대에게 정치적 '경험'을 더 많이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1020세대의 안희정 지사나 문재인 의원. 그리고 유시민 당우에게 가는 관심과 지지가 여기서 발원 한다고 봅니다.
1020 세대에게 정의당은 경험을 주지 못합니다. 기초의원도 무의미한 수준인 정의당이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유심조라는 핵심 축도 이제 안전하지 못합니다.
지금의 청년 당우들에게 진보정당이라는 '경험'을 제시한 그들의 영향력마저 감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미래라는게 존재할까요?
노동운동도, 민주화 운동이라는 경험도 없는 1020 세대에게 정의당을 지지할, 아니 관심이라도 갖게 될 '경험'이라도 줄 수 있는가요?
2. '신선함'의 부재
위 문단의 마지막 의견에서 이어집니다. 이제 反새누리는 10대에서 30대까지 거의 확고해진 추세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봅니다.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지지를 선언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저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A. 경험.
B. 승리 가능성.
C. 反 새누리 성향의 정도.
A는 위에서 다루었습니다. C야 우리 당만큼 확고한 곳이 없지요. B는 처참합니다. 오늘 제가 올린 다른 글에서도 한번 다루었습니다.
그럼 결국 우리는 C를 통해서 관심을 얻고, A를 줌으로써 지지자를 얻고 B를 높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C를 충족시키는 최대 가치는 '신선함' 입니다. 새누리가 상징하는 바의 극치는 보는 것마저 거부감이 드는 신물나는 이미지이니까요
핵심 질문으로 가봅시다.
"정의당은 '신선'한가요?"
아닙니다. 잔인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제 주변에는 다 정의당 지지자입니다. 가족들 모두가 서울 서북권에서 정의당에 비례대표 투표를 합니다. 대학원을 같이 준비하는 10명의 친구들 중 정의당 당원만 6명입니다.
이 사람들 모두가 정의당이 '신선'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알고 보니 유일한 해답이라고 생각해서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심에 노회찬 전 대표와 심상정 의원, 조승수 전 대표가 있었습니다. 신선했지요.
2012년 대선 이후 정의당이 반등한 것도 유시민 당우와 천호선 대표와 같은 '신선'함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정의당이 신선하냐고 질문을 해볼까요. 이야................. 이야................
정의당이 신선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인물 충원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인물이 살지가 않습니다.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오늘 제가 올린 게시물에서 다루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이제 反새누리 대중들까지 정의당으로 올 유인 요소가 없습니다. 진짜 공부하면 지지할 수 있는 그런 아카데믹 정당이 되었습니다.
노동당과의 차이성마저 희미해진 것입니다. 잡설이지만 이 기세면 언젠가 노동당 보다도 지지도가 안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20 세대에게 노동당이 훨씬 더 신선하니까요.
3. 그래서 무엇을 하란 말인가!
여기서부터 환장할 노릇입니다. 대부분의 사회과학 글이 그러하듯이 대안은 뻔한 말 밖에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A.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B. 지역기반 역량 재고
이것도 사견입니다만, 조승수 전 대표가 차라리 구청장이나 도의원으로 다시 시작하셨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봅니다.
센세이션이라도 일으켜야 하는게 사실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 광역 의원 선거에서 이슈가 된 후보가 있나요?
김복열 후보가 그나마 이슈화 될 수 있는 요소였으나, 낙선했습니다. 새누리당에게 압도적인 표차이로.
결국 정의당이 '신선' 하다는 '경험'을 줄 수 있는 이슈 생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다시 지역에서 시작해본다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으면 정의당에 대한 인식이나 바람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다시 B에서 시작했으면 합니다. 고양시나 관악처럼 재생 가능 지역에 집중해서 다양한 지역 활동을 펼쳐야 합니다. 지역활동이 통진당의 생존을 유지한 최대 기반임을 다들 아실겁니다.
그리고 대학으로 가야 합니다. 서울 소재 대학들만 지방선거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정의당이 제2당은 되었을겁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개간이 안 된 표밭입니다. 남은 씨앗만 대충 버려두고 왔는데 자라나고 있는 텃밭이기도 하구요.
주요 인물들이 릴레이식 강연회를 하던, 정치 스쿨을 열어서라도 대학생들을 유치해야 합니다.
참 길고, 재수없고, 기분 나쁜 글입니다.
쓰는 저도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그런데 어찌하겠습니까. 잔인하고 냉정하게 진단해야 합니다.
진단이 정확해야 치료가 가능합니다.
옛날에 먹혔던 민간요법은 몸이 건강해서 면역력이 좋았기 때문에 먹혔던 겁니다.
지금 정의당은 건강하지 않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있습니다. 글도 쓰고, 운동도 가능하니 멀쩡해보이지만 걸을 수가 없습니다.
면역력은 제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운동' 할 때입니다. 지금이 그 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봅시다.
각 시당이라도 구조화를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