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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게시물ID : panic_52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티타노마키아
추천 : 14
조회수 : 163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0/03/06 22:15:57
1
도깨비는 한국의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심술맞은 존재이다. 
사람의 형상을 띠기도 하고, 
비상한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도깨비가 등장하는 대표적 전래동화는 '흥부와 놀부'이다.


도깨비는 사람을 형상을 하고 있지만 사람은 아닌, 
상상의 생물이다. 
한국 고유의 도깨비는 한복을 입고 패랭이를 쓰고 다닌다고 설정되어 있다.


귀신, 
괴물로 인식되어 있으나 도깨비는 사람을 괴롭히거나 혼내 주는 걸 좋아하기보다는 같이 놀고 싶어하고, 
친하게 지내려 했다. 
또 따돌림을 당하면 화를 내고, 
체면을 중시하는가 하면 시기와 질투도 많고, 
약간 멍청하기까지 한다.


메밀묵, 
막걸리, 
이야기, 
노래, 
씨름 등을 좋아하고, 
붉은 색을 싫어한다. 
붉은 색을 싫어하기 때문에 팥, 
피 등은 도깨비를 쫒아낸다고 알려져 있다.


'처용가'를 통해서 알려진, 
처용의 부인과 동침하려했다가 처용에게 혼이 난 도깨비는 처용에게 용서를 빌고, 
다시는 처용의 모습이 보이는 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붉은 색과 더불어 처용의 얼굴을 그려붙여 도깨비를 쫒기도 했다.
그래서 동짓날에는 붉은 색 팥죽을 먹거나 처용의 그림을 문 밖에 그려붙이는 풍습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도깨비 이야기로는 도깨비 대왕이라고 하는 귀왕의 본래 전신 치우(戰神 蚩尤), 
이야기로 사람을 홀린다는 허깨비, 
사람과 친해지려 했다가 피를 보고 도망쳤다는 도깨비, 
빈쌀독에 쌀을 채워넣거나 삼년이 지나도록 돈을 갚는다는 도깨비, 
바늘을 무서워하는 도깨비 등이 있다.


빗자루나 부지깽이,
깨진 사발, 
짚신 등이 오래 되면 혼이 깃들어서 생긴다는 것은 일본식의 귀신이 생기는 방식이다. 
위의 방식들은 일본의 백귀 야행에 등장하는 옷갖 잡신들의 모습이다. 
따라서 한국 도깨비와는 관계없다.
일본의 오니는 뿔이 있고, 
피부가 붉거나 푸른색이며, 
험상궂게 생겼고,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한국인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도깨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머리에 뿔이 솟아 있다. 
원시인 복장을 하고 있다. 
도깨비 방망이를 잡고 있다. 
그러나 어떤 학자들은 이 도깨비의 모습이 일제 강점기 때 들어와, 
한국의 도깨비로 잘못 알려진 오니라고 주장한다.
이화여대 인문학 연구원에서는 일본의 '오니'가 변형된 국적 불명의 도깨비를 벗어나,
우리 고유의 도깨비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사안을 재검토한 후 오류라고 밝혀질 경우, 
초등학교 교과서를 수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머리에 솟은 뿔은 명백히 일본의 오니이며, 
그 유래는 일제강점기 소학교 교재에 나온 이후에, 
지금까지도 우리의 동화처럼 인식되어버린 혹부리영감(과 노래주머니) 이야기다. 



2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비상한 힘과 괴상한 재주를 가져서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는 귀신정도의 사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도깨비다. 
여기에서 말하는 귀신은 신이한 존재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넓은 의미이고, 
현실적으로 자주 쓰이는 정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따라서 도깨비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신이하다고 믿었던 존재 중의 하나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무섭고 두렵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도 곧잘 해서, 
친근한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성격을 지녔다. 
그러면서 거기에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욕망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도깨비다. 


도깨비는 허상이고 실체가 아니라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뿐만 아니라 옛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도깨비는 예로부터 '헛것' 또는 '허체(虛體)'로 불렸다. 
둘 다 실체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도깨비의 실체성 혹은 실존성은 부정하면서도, 
실체를 나타내는 '것'이 '체(體)'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실체를 부정하면서도 실체를 인정한다는 묘한 모순이 담겨있다. 
실체가 없기 때문에 증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항상 뚜렷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헛것이고 허체이기는 하나 도깨비에 관한 의식은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아 있기에, 
도깨비는 실체일 수 있고 도깨비의 이야기는 계속 전승될 수 있는 것이다. 
부정과 긍정이 교차하면서, 
실체와 허상이 교차하면서 그야말로 도깨비를 더욱 묘한 존재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전승되고 있는 구비설화를 보면,
도깨비는 주로 밤에 나타나 사람을 홀리거나 무섭게 하는 존재인데,
낮에 나타나는 특수한 도깨비를 낮도깨비라고 하기도 한다. 
허상으로 드러나는 그것의 형체는 불의 형태인 것도 있고, 
구척장신의 거인형으로 묘사된 것도 있고, 
달걀이나 삼태기, 
홑이불 등으로 묘사된 것도 있어서 다양하다. 
문헌이나 지역에 따라서 도채비,
독각귀(獨脚鬼),
독갑이(狐魅),
허주(虛主),
허체(虛體),
망량,
영감(제주도)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삼국유사' 등 여러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삼국시대에 이미 도깨비신앙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추측된다. 
인간에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의 양면성을 보이고 있으나 인간을 살해할 만큼 악독하지는 않고, 
인간의 꾀에 넘어가 초자연적 힘을 이용당하는 미련함도 함께 보여주는 것이 특징적이다. 


도깨비의 기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흔히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와 '도깨비 보 쌓기 이야기'가 언급된다. 
두 이야기는 각각 중국과 한국에 기록되어 있는 문헌상의 최초의 기록들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9세기에 기록된 것이고, 
후자는 13세기에 기록된 것이다. 
이것으로 볼 때, 
우리의 도깨비 이야기는 대략 천 년 정도를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온 우리 고유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가장 오래된 도깨비 이야기는, 
9세기 중국의 단청스(段成式)가 지은 '유양잡조(酉陽雜俎)'라는 책에 있다. 
여기에 수록된 '방이'이야기는 신라의 이야기로 소개된다. 
방이는 도깨비의 '금방망이'를 얻어 부자가 되고, 
그것을 모방한 욕심 많은 동생은 코가 열자나 늘어지는 벌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방이는 가난하지만 동생은 부자였다. 
동생은 방이가 누에 종자와 곡식 종자를 좀 달라고 부탁하자, 
주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안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종자를 몽땅 쪄서 주었다. 
방이는 비록 찐 종자일지언정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성껏 보살폈다. 
그러자 마침내 누에 종자에서 누에 한 마리가 기적처럼 생겼다. 
더구나 그 크기가 유달리 커서 방이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이 소식이 동생에게 전해졌다. 
이 동생이 어떤 동생인가. 
샘 많은 동생은 소식을 듣자마자 배가 아파 자리에 눕고 말았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몰래 방이 집에 가서는 그만 누에를 죽여 버리고 말았다. 
방이의 낙심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난데없이 나타난 수많은 누에들이 방이의 집으로 기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방이는 그 누에들을 잘 키워 많은 고치를 거두었고 동네 사람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기까지 했다. 


또한 방이는 동생한테서 받아온 찐 곡식 종자를 정성껏 심어 가꾸었다. 
곡식 종자에서도 누에 종자처럼 종자 하나가 싹을 틔웠다. 
싹은 무럭무럭 자랐고, 
자란 높이가 한 자나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그 곡식을 꺾어 물고는 달아나 버렸다. 
놀란 방이는 그 새를 놓칠세라 따라갔다. 
계속 날아가던 새는 갑자기 어느 바위틈으로 들어가더니 사라져 버렸다. 
힘들게 뒤쫓아온 방이는 바위 구석구석을 뒤지며 새를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이미 날도 저물었다. 
방이는 할 수 없이 바위 옆에서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방이는 바위 사이로 몸을 숨겼다. 
아이들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이들이 몰려와서는 금방망이를 꺼내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글쎄 아이들이 요구하는 대로 술이며 떡이며 고기가 방망이에서 마구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한참 동안을 이렇게 먹고 놀다가 금방망이를 돌 틈에 끼워 놓고는 가버렸다. 
방이는 아이들이 두고 간 금방망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한 것처럼 방망이를 두드리니 금은보화가 쏟아졌다. 
방이는 부자가 된 것이다. 
방이는 보물을 동생한테도 나누어주었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방이를 보고 놀란 동생은 이상하게 생각하여 방이를 졸라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결국 방이는 금방망이 이야기를 동생에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동생도 그 금방망이를 갖고 싶어 방이처럼 흉내를 냈지만, 
아이들한테 금방망이를 훔쳐간 도적으로 잡혀 코가 열 자나 늘어난 채 도망쳐왔다. 
 
 
이상의 '방이'이야기를 보면 아이들,
원문에서는 아이들이 '소아적의(小兒赤衣)'라 되어 있다.
이 아이들을 도깨비라 생각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도깨비 방망이 얻기'와 같은 유형의 이야기라고 하겠다. 


우리 문헌의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삼국유사'의 '도화녀비형랑'이다. 
이는 '도깨비 보 쌓기'유형에 속하는 이야기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륜왕은 신라 제25대 임금으로 성은 김씨, 
시호는 진지대왕이라 했다. 
그 왕비는 기오공의 딸 지도부인이었다. 
진나라 선제 8년(576)에 즉위하여 나라를 다스리기 4년, 
정치는 어지러워지고 왕은 쾌락에 빠져 방종만을 일삼자 나라 사람들이 그를 왕위에서 끌어내려 버렸다. 
사륜왕이 왕으로 군림하고 있을 때다. 
사량부의 일개 민간 여자로 얼굴이며 맵시가 복사꽃처럼 요염하게 생긴 한 여인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도화랑(桃花郞)이라 불렀다. 
사륜왕은 도화랑의 아름다움을 전해 듣고 그녀를 궁중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동침을 요구했다. 

"여자가 지켜야 할 것은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다는 것이옵니다. 
지아비를 두고 다른 남자에게 가게 하는 것은 비록 제왕의 위엄으로써도 결코 안 되는 일이옵니다."

왕은 도화랑을 위협해 보았다. 

"죽어도 좋은가?"

도화랑은 태연히 대답했다. 

"차라리 저잣거리에서 목을 베일망정 지아비 밖의 다른 남자를 따르고 싶진 않사옵니다."

왕은 슬쩍 희롱하며 말하기를, 

"만약 지아비가 없다면 되겠지?"

"될 수 있사옵니다."

왕은 도화랑을 놓아 보냈다. 
바로 그 해에 사륜왕은 왕위에서 폐위되고 죽고 말았다. 
사륜왕이 죽은 뒤 3년 만에 도화랑의 남편도 또한 죽었다. 
남편이 죽은 지 열흘쯤 되는 날 한밤 중, 
죽은 지 3년째 되는 사륜왕이 생시와 꼭 같은 모습으로 도화랑이 자는 방으로 들어왔다. 
왕은 도화랑에게 말했다. 

"네가 이전에 허락했듯, 
이제 네 지아비가 없으니 되겠지?"

도화랑은 가벼이 응낙치 않고 그 부모에게 사실을 알렸다. 
도화랑의 부모는 말했다. 

"군왕의 말씀인데 어찌 피할 수 있겠느냐?"

왕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그녀는 들어갔다. 
왕은 도화랑에게서 7일 간을 머물러 있었다. 
그 사이 늘 오색구름이 도화랑의 집 지붕을 덮고 있었고 향내가 방안에 가득했다. 
7일 후에 사륜왕은 자취 없이 사라졌다. 
사륜왕과의 7일 간의 동거로 도화랑은 임신을 하게 되었다. 
달이 차서 아이를 낳으려는데 천지가 진동하였다. 
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이름은 비형(鼻荊)이라고 했다. 


당시의 임금 진평대왕은 그 신기함을 듣고서 비형을 궁중에 데려다 길렀다. 
비형의 나이 열다섯 살이 되자 왕은 그에게 집사란 관직을 주었다. 
그런데 이 비형 소년은 매일 밤 궁중을 빠져나가 어느 먼 곳에서 노닐다 돌아오곤 했다. 
왕은 비형이 하는 짓이 의심스러워 용감한 군졸 50명을 시켜 그를 감시하게 했다. 
비형 소년은 번번이 월성의 성벽을 날아 서쪽 황천 냇가 언덕으로 가서 도깨비 떼를 모아놓고 놀았다. 
군졸들이 수풀 속에 숨어 몰래 엿보았더니, 
도깨비들은 한창 놀다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를 듣고는 뿔뿔이 흩어져 가고, 
비형 소년 또한 궁중으로 돌아오곤 했다. 
군졸들의 보고를 듣고 난 진평왕은 비형 소년을 불러 물었다. 

"네가 도깨비 떼를 거느리고 논다던데 참말이냐?"

비형 소년은 그렇다고 시인했다. 
비형 소년이 시인하자 왕은 그에게 한 가지 명령을 내렸다. 

"그렇다면 네가 도깨비 떼를 부려 신원사 북쪽 개천에 다리를 놓도록 해라."

비형 소년은 진평왕의 명령을 받들어, 
그가 거느리는 도깨비 떼를 부려 돌을 다듬고 하여 하룻밤 사이에 커다란 다리를 만들었다. 
도깨비들의 손으로 이루어진 그 다리는 귀교(鬼橋)라 이름지어졌다. 
진평왕은 비형에게 또 물어보았다. 

"도깨비들 가운데서 인간계에 출현하여 정사를 도울만한 자가 있겠는가?"

"길달이란 자가 있습니다. 
그가 국정을 도울 만할 것입니다."

진평왕은 다음날 길달을 데려오라 했다. 
이튿날 비형을 길달을 데리고 함께 왕을 뵈었다. 
왕은 길달에게 집사의 직책을 내려주었다. 
길달은 과연 충직하기 비할 데 없었다. 
그때 각간 임종은 아들이 없었다. 
왕은 임종에게 길달을 양자로 맞아들이게 했다. 
임종은 길달을 시켜 흥륜사 남쪽에 문루를 세우게 했더니, 
길달은 문루를 세우고 매일 밤 그 문루 위에 가서 자곤 했다. 
그래서 그 문을 길달문이라 이름했다. 
어느 날 길달은 여우로 변하여 달아났다. 
비형은 도깨비들을 시켜 길달을 붙잡아서는 죽여 버렸다. 
이로 해서 그 도깨비 무리들은 비형의 이름만 듣고도 무서워 달아나게 되었다. 

 
우리 민족에게 도깨비는 이웃사촌처럼 친근한 존재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초월적인 존재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럴 경우 대체로 풍농이나 풍어를 기원하는 신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고, 
돌림병을 주관하는 역신(疫神)으로 인식되기도 하였으며, 
집에 불을 일으키는 화재신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도깨비는 초월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곳에 따라서는 풍어나 풍농을 기원하는 신앙의 대상으로 섬겨지기도 했다. 
충청남도에서 경상남도의 해안 지방으로 이어지는 어촌에서는 도깨비불을 보고, 
그해의 흉풍어를 점치는 산망(山望)이라는 풍습이 전승되고 있다. 
여기에서 산망이란 산에서 바다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산망은 대개 섣달 그믐날 밤에 행해지지만 정월 초사흗날 하기도 한다. 
이때는 달도 없어 매우 깜깜할 때다. 
우선 뱃고사나 도깨비고사 등 마을제사를 지내고 난 다음 산망으로 이어진다. 
산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도깨비불이 많이 나타나는 곳을 찾는다. 
도깨비불이 많이 나타나는 곳에 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속신이 이러한 풍습을 만들었다고 하겠다. 
이때 금기가 하나 있다. 
그곳을 찾은 사람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혼자만 알고 있다가 고기잡이를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해 버린 경우는, 
비록 그곳이 도깨비불이 많이 나타난 곳이라 하더라도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산망 풍습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민들에게만 전해 오는 것은 아니다. 
고정된 그물인 덤장을 설치하는 사람들도 산망을 한다고 한다. 
물론 고기를 많이 잡고자 하는 바람에서다. 
이러한 산망 풍속은 동해안을 제외한 서해와 남해안 지역에서 광범하게 전승되고 있다. 


또한 도깨비 자체를 고기를 몰아다주는 신으로 생각하여 도깨비에게 고사를 지내는 풍속도 전한다. 
전라남도 무안 해제 지방에서 전해 오는 어장고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도깨비고사는 경기도 화성군에서 전라남도 신안까지 서해안 지역에서 주로 전승된다. 


바다의 도깨비불이 이렇듯 풍어를 미리 알려주는 역할을 하듯이, 
육지의 도깨비불도 농사의 풍흉을 이미 예견해준다. 
도깨비불은 보통 어슴푸레한 저녁때도 나타나지만, 
부슬부슬 비가 내릴 때 혹은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 날이 어둠침침하고 음습할 때도 나타난다. 
이를 보고 도깨비가 습기, 
즉 비를 몰고 온다고 여겼다. 
논농사와 밭농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인 바로 비다. 
때에 맞추어 비가 잘 내려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도깨비불이 비를 몰고 온다는 생각에서 도깨비불 자체가 비를 상징한다고 여겼던 것 같다. 
이에 따라 도깨비불이 많이 그리고 자주 나타나는 마을은 곧 비가 많이 내린다는 것이므로, 
당연히 풍년이 들 거라고 생각되었을 것이다. 


도깨비가 돌림병을 주관하는 역신의 형태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었다. 
대체로 돌림병을 퍼뜨리는 주범으로서의 신인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는 도깨비굿을 통해 역신으로 나타난 도깨비를 쫓아내야만 돌림병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도깨비굿 중에서는, 
전라도 진도와 순창의 도깨비굿에서 역신으로서의 도깨비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비슷한 형태의 무속 신앙으로는 제주도의 영감놀이가 있다. 
영감놀이의 영감은 도깨비의 제주도식 이름이다. 
제주도에서는 여자들이 병에 걸리면 도깨비가 여자 몸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감놀이는 도깨비 형제들을 불러다가 잘 먹여 보내면, 
여자들로부터 병의 원인이 되었던 도깨비가 떨어져나갈 것이라는 생각에서 펼치는 주술적인 제의다. 
이 영감놀이에는 영감, 
곧 도깨비가 신으로서 제주도에 들어오게 된 내력을 알 수 있는 영감본풀이라는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다. 
영감놀이에 나오는 영감본풀이의 줄거리는 이렇다. 


서울에 사는 짐치백은 세 아들을 두었다. 
그런데 이 세 아들들의 행실이 워낙 좋지 않아 결국에는 셋 모두 만주로 귀양을 보냈다. 
만주로 가던 세 아들은 송 영감이라는 사람의 집을 찾아가서 잘 대접하면,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송 영감은 이 말에 따라 이들을 잘 대접해 주었는데 곧 부자가 되었다. 
송 영감은 이들이 사람이 아니라 도깨비인 줄 알고, 
도깨비 능력 밖의 일을 시키느라 안동 땅을 베어오라고 말한다. 
이들이 안동 땅을 베어오지 못하자 송 영감은 이들을 각각 세 토막을 내어,
백말가죽과 백말피를 뿌려 합체될 수 없도록 만든다. 
이들 아홉 몸체는 각 지역의 명산으로 가서 신으로 좌정하는데, 
제일 막내가 한라산으로 오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도깨비설화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옛날 어떤 마을의 집들에서 계속해서 불이 났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불을 끄고 나면 아무리 주의를 해도 삼일에 한 번씩은 불이 났다. 
점쟁이를 찾아가 물어보니 도깨비에게 고사를 지내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도깨비고사를 지내기 시작했다. 
그 이후 불이 나지 않았다. 
 
 
예전 시골집을 거의 대부분 초가집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불이 나가 쉬웠다고 할 수 있다. 
건조한 날씨에,
조그마한 불씨에도 불이 나기 쉬운 그런 계절에는 여러 집에서 연이어 불이 나기도 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사람들은 도깨비가 불을 질렀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도깨비가 가지고 있는 심술, 
장난스러움이나 변덕, 
짓궂음 등이 이러한 생각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 
연이어 발생하는 불을 차단하기 위해서 도깨비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서 도깨비 신앙, 
즉 화재신으로서의 도깨비가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라북도의 내륙지방에서는 아직까지도 도깨비고사가 전승되고 있다. 

 
흔히 우리 도깨비를 중국의 귀(鬼)나 일본의 오니(鬼)와 비교하여 상호 영향 관계를 이야기하곤 한다. 
어떤 경우는 도깨비가 중국에서 태어나,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해졌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중국의 귀(鬼)나 일본의 오니(鬼)는 우리의 도깨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이물(異物)들이다. 
도깨비는 나름의 존재 이유를 갖고, 
우리 민족의 심성 속에서 자생하여 성장해 온 독특한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한국의 도깨비와 동일한 성격을 갖는 신이한 존재를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기는 힘들 것 같다. 
그만큼 성격 자체가 우리 민족 고유의 독특한 사유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귀(鬼)가 사람이 죽어서 되는 귀신뿐 아니라, 
뭔가 인간과는 다른 존재 전체를 아우르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 데 반하여, 
우리의 도깨비는 일상의 친숙한 무엇(사람 또는 사물)이, 
특수한 조건에서 신비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화하였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이보다는 훨씬 범위가 좁은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귀면문양이 한국에 전래된 것을 가지고, 
흔히 중국의 귀와 한국의 도깨비를 연결시켜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귀와 도깨비는 상관성이 없는 존재이다. 


일본의 요괴 또는 오니는 중국의 귀(鬼)와는 또 다른 존재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죽어서 되는 귀신이 아니다. 
원래는 비정상적인 사람을 일컫는 말로 매우 포괄적으로 사용되다가, 
후대로 넘어오면서 점차 악령의 의미로 활용되게 되었다. 
따라서 일본의 오니는 부정적인 의미의 신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한국의 도깨비와는 다르다. 
보통 뿔이 하나 혹은 두 개가 나 있고 어금니는 앞으로 튀어나와 있고, 
키는 사람의 두 배나 되는 거구이고 온 몸에 털이 많이 나 있는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러한 괴기스러운 형상 역시 한국의 도깨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도깨비는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친근하고 소박한 이미지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신이한 존재들은 인간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 위에 군림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길흉화복을 좌지우지하는 힘이, 
인간으로 하여금 경외감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도깨비의 경우는 좀 다르다.


가난하게 살던 과부에게 어느날 도깨비가 나타나 일을 도와주었다. 
결국 나중에는 정까지 통하게 되었다. 
그리고 과부에게 많은 금은보화를 주어 부자가 되게 해 주었다. 
부자가 되자, 
과부는 딴 생각이 들었다. 
도깨비에게 은근히 제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순순히 백말피라고 말해주었다. 
과부는 자기는 돈이 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말했다. 
도깨비가 나간 사이에 백말피를 구해다가 울타리에 칠해 놓았다. 
도깨비가 돌아오다가 말피를 보고 놀라 도망치면서 과부집 마당에 돈을 하나 가득 던져 놓고 갔다고 한다. 


가난하게 사는 과부에게 많은 금은보화를 가져다주어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도깨비가, 
어이없게도 과부에게 당해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더군다나 돈을 제일 싫어한다는 과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쫓겨나면서까지, 
되레 과부에게 당하는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느 신이한 존재와는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 도깨비가 가지고 있는 순박한 일면을 읽을 수 있다. 
우리에게 도깨비가 신이한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친근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도깨비는 순박하면서도 친근함이 넘치는 존재이다. 
돈을 빌려가 갚으면서 갚았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먹고, 
계속해서 갚아서 결국 그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나, 
노래를 잘하는 것은 노래 주머니인 혹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혹을 떼어주었다는 이야기 속에서도 도깨비의 이러한 순박한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하겠다. 
도깨비를 부르는 말로 '김서방', 
'할미', 
'할배', 
'각시', 
'총각' 등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우리 도깨비의 순박함 혹은 친근함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견주어 볼 수 있는 다른 나라의 이물(異物)들을 살펴보면,
러시아의 도모보이(Domovoj), 
레쉬(Leshij), 
바바야가(Baba-jaga), 
독일의 룸펠쉬틸쯔헨(Rumpelstilzchen), 
하인쩰맨헨(Heinzelmannch-en), 
코볼트(Kobold), 
아일랜드의 레프러콘(Leprechaun), 
푸카(Pooka), 
영국의 홉고블린(Hob goblin), 
로빈 굿펠로우(Robin Goodfellow), 
북유럽의 드워프, 
그리스의 헤파이스토스(Hephaistos)등도 흔히 우리의 도깨비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도깨비만큼 순박하거나 친근한 존재는 아니다.


중국의 귀(鬼) 혹은 독각귀(獨脚鬼)와 우리의 도깨비를 혼동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우리 민족이 도깨비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생긴 왜곡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용재총화'를 보면 도깨비불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귀화(鬼火)'라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히 도깨비를 지칭하는 한자가 없어서 그렇게 한 것일 뿐이다. 
독각귀(獨脚鬼)나 이매(리매?)나 망량(??)의 경우도 모두 중국 귀의 일종인데, 
우리 도깨비와 일부 속성에서의 비슷함 때문에, 
그 명칭을 표기의 수단으로 차용한 것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귀면와(鬼面瓦)에서 우리 도깨비의 형상을 찾는 경우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문헌에 도깨비를 귀(鬼)로 기록하는 것에서 유추하여, 
귀면와의 형상이 도깨비의 형상일 것이라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잘못된 것이다. 
귀면와의 형상은 용의 형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우리 도깨비와 중국의 귀(鬼)와 혼동하고 있는 것은, 
우리 도깨비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한자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벌어진 오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도깨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는, 
원시인의 복장을 하고, 
뿔이 나고, 
손에는 못이 박힌 철퇴를 들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우리의 동화책이나 인쇄물에서 흔히 보는 도깨비의 모습도 여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도깨비의 이미지는 일본의 오니(鬼) 형상과 매우 닮아 있다. 
오니는 원래는 산에서 출현하는 귀를 뜻했었는데, 
차츰 의미의 영역이 넓어져서 지금은 일반적인 귀(鬼)를 모두 포괄하면서도, 
특히 악령의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도깨비의 형상이 일본의 오니와 매우 유사하게 된 데에는, 
일제침략기 교과서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 
일제침략기의 국어독본 교과서에는, 
우리에게 흔히 '혹부리 영감'이라 알려진 도깨비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었는데, 
거기의 삽화에 등장하는 도깨비의 형상으로 일본의 오니 형상을 그려 넣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의 오니 형상에서는, 
한국 도깨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순박함이나 친근함이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는 일본 오니 형상이 기본적으로 악령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도깨비는 친근한 이웃의 아저씨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는 점이, 
여러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 있다. 
때로는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심한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특별한 악의는 없으며, 
때로는 자신에게 먹을 것을 대접한 사람에게 큰 돈을 가져다주어 부자로 만들어 주기도 하는, 
매우 순박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도깨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 '김서방'이라는 것은, 
이러한 도깨비의 친근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이제는 일본의 오니 형상의 올가미에서 벗어난, 
한국적인 순박하고 따뜻한 도깨비의 형상을 되찾아야 때라고 생각한다. 


도깨비불의 정체에 대해서는 동물이나 사람 뼈, 
또는 오래된 나무에서 나오는 인이 자연발화한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는 도깨비불이 대체로 파란색의 형광빛을 낸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도깨비불을 본 곳을 나중에 찾아가 보았더니, 
동물의 뼈나 고목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도깨비불의 특징 중의 하나는 움직임이다. 
불이 하나였다가 둘로, 
다시 여러 개로 흩어져서 움직이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는 표현을 여러 이야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고목의 토막이나 동물의 뼈를 개나 산짐승이 물고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이외에도 실제로 발생하는 화재를 도깨비불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체로, 
정체를 알기 어려운 도깨비불의 특징을,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도깨비에게 제사를 지내면 이러한 도깨비불이 없어진다는 믿음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도깨비에 대한 형상은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다만 일제침략기 때에 일본 교과서에 실려 있던 '혹부리 영감'이야기가 우리의 교과서에 실리게 되면서, 
거기의 삽화에 뿔 달린 도깨비가 그려져 있어서, 
일반 사람들이 도깨비에게 뿔이 달려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 일제가 만들어 놓은 교과서의 힘에 의해, 
도깨비의 특징적인 이미지로 뿔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겠다.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도깨비 이야기에는 뿔이 달려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기관(奇觀)'이라는 책에 보면, 

"기기괴괴한 형상의 무리 40여 귓것(鬼)들이 둘러싸고 앉았는데, 
그 중 상석에 앉은 귓것은 머리에 뿔(角)이 하나 돋쳤고, 
붉은 털에 푸른 몸뚱이를 한 '야차(夜叉)'라 하는 물건이었다.”

라는 내용이 있다. 
'야차(夜叉)'를 도깨비의 한자식 표현이라고 보면, 
도깨비의 우두머리가 머리에 뿔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도깨비의 가장 특징적인 이미지를 뿔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뿔이 묘사되어 있는 문헌설화를 보면, 
대개 괴수 도깨비만이 상징적으로 뿔을 가지고 있다고 되어 있거나, 
아니면 도깨비의 괴물스러운 형상을 강조하기 위해서 뿔을 묘사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친근함을 강조하는 한국적인 도깨비상과는 약간은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도깨비는 괴기함보다는 친근함 내지는 온순함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의 도깨비와 견줄 수 있는 일본의 신이한 존재로는 오니(鬼)를 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니를 일본의 도깨비로 부르곤 하기도 하는데, 
도깨비라는 용어를 오니에 붙이는 것은 그리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일본 오니는 매우 험상궂은 인상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우리 도깨비가 매우 온순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일본 오니가 험상궂은 인상을 갖고 있는 것은 이것이 주로 공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행동도 역시 괴팍함과 잔인함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우리 도깨비는 우직하기도 하고, 
변덕스럽기도 하고, 
장난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멍청하기도 한 행동을 보여준다. 
물론 우리 도깨비도 공포스런 면이 없지는 않지만, 
다른 성격과 비교해 볼 때 그리 강조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일본에서 '오니같다'고 하면 큰 욕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도깨비같다'고 하면 행동이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지, 
비하하는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오니와 도깨비의 차이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치우천황은 고대 중국 제왕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단고기'라는 책에는 우리 민족의 제왕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특징 중의 하나가 구리로 된 머리에 뿔이 달려 있는 것이다. 
또한 안개를 일으켜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뿔과 방망이를 통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유사점이, 
도깨비와 관련성을 의심해 보게 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전통기와의 도깨비 문양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귀면와라고 하는 전통기와를 보면 부리부리한 눈과 뿔이 달려 있는 모양의 이미지가 새겨져 있는데, 
특히 뿔이 있다는 점에서 도깨비 기와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귀면와는 도깨비가 아니라 용의 이미지라는 주장이 최근에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직접적으로 도깨비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도깨비는 음(陰)귀적의 속성,
즉 음습한 곳을 좋아하고 밤에 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연유된 속성을 가지고 있는 신이한 존재이다. 
따라서 습한 곳에서 잘 나타난다. 
시간적으로는 밤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개는 비가 내리거나 내릴 것 같은 밤에 사람의 통행이 드문 한적한 곳에서 잘 나타난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음습한 장소이다. 
고갯길, 
묘지근처, 
다리밑, 
덤불숲, 
물가, 
바닷가, 
물레방앗간. 
그런데 도깨비 중에 특이하게 낮에 나타나는 도깨비가 있다. 
낮도깨비라고 하는데 아주 부정적인 도깨비이다. 


도깨비에게는 식탐이라는 성격이 있다. 
음식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인데, 
이야기에서는 일반적으로 메밀묵을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나온다. 
떡을 좋아하기도 한다. 
이러한 음식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음식을 대접하는 사람은 꼭 부자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또 음식을 대접받고 튼튼히 보를 쌓아주기도 한다. 
반면 도깨비가 싫어하는 음식으로는 개국,
즉 보신탕이 있다. 
개국을 머리에 끼얹으면 도깨비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음식은 아니지만 도깨비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있는데 백말피이다. 
음귀적 속성을 지닌 도깨비에게 양의 속성이 가장 강한 백말피는 두려움의 대상인 것 같다.
이러한 이유에서 도깨비를 물리칠 때 백말피가 많이 사용된다.
도깨비 덕에 부자가 된 다음 도깨비를 물리치기 위해, 
대문에 백말피를 걸어두었다는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전해지고 있다. 


도깨비 이야기를 보다 보면 씨름을 하자고 덤비는 도깨비를 자주 만날 수 있다. 
도깨비는 왜 씨름을 좋아할까? 
우선,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이 짐작을 해 볼 수 있는 있을 것 같다. 
도깨비는 주로 밤길에 자주 나타난다.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 앞에 나타나서 다짜고짜 씨름을 하자고 덤빈다. 
씨름을 해서 이겨도 계속 하자는 것이 또한 특징이다. 
하다하다 지쳐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도깨비를 나무에 묶어 놓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날 아침에 확인 차 나가보면 나무에 빗자루 등이 묶여 있는 것이다. 
아마도 술에 취해 밤길을 가다가 나무에 세워져 있는 빗자루를 보았든지, 
아니면 나무 자체를 보았을 것이다. 
자기 몸이 흔들리니까 똑바로 서 있는 빗자루나 나무가 생명을 갖고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피해서 길을 가려는데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자꾸 빗자루나 나무에 부딪히게 되었다. 
이것을 도깨비가 씨름을 하자고 덤비는 것으로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 넘어뜨리고,
사실은 옆으로 재끼고,
비껴가려 하는데 다시 앞에 빗자루나 나무가 나타난다. 
계속해서 밤새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가 묶어 놓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요새 술에 취해 전봇대를 붙잡고 밤새 씨름을 하는 것과 같이 이치가 아닐까? 


이에 대해서는 심리학적인 측면에서의 해석이 이미 이루어진 바 있다. 
특히 술취한 남자에게만 씨름을 하자고 덤빈다는 점에 주목하여, 
'인간 사내의 시진한, 
기울어진 사내스러움을 재보강하기 위한 인간 사내 자신의 무의식적인 노력이 낳은 얘기'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쇠락한 남성적인 것의 부활을 기도하는 남성의 무의식이 빚은 형상이 다름 아닌 도깨비라는 것이다. 
술에 취하거나 지쳐 있거나 의식이 몽롱해 있거나 한 상태, 
말하자면 도깨비를 경험하기 직전의 정신 상태는 단적으로 남성스러움의 쇠락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도깨비는 이 같은 정신 상태가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서 창조한 그 정신 상태의 분신이라는 것이다. 
도깨비는 그 같은 퇴락한 남성스러움을 위한 분신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도깨비와 씨름하는 이야기는 이 분신에 의한 자기 극복이란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각시도깨비.   
섹시하고 요염한 눈빛을 가진 20대 초반 정도 나이의 여자도깨비이다. 
주로 밤길에 나타나서 술 취한 남자를 유혹하여 곤경에 빠뜨리는 행위를 한다. 
이 각시도깨비에 홀리게 되면 며칠 동안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다리 밑이나 개울가, 
혹은 덤불숲에서 헛소리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홀린 사람은 각시도깨비의 집에서 함께 살림을 차려 놓고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도깨비의 홀리는 성격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김서방도깨비.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도깨비가 김서방도깨비이다. 
친근함과 소박함 또한 한국 도깨비가 갖는 중요한 이미지 중의 하나이다. 
신이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도깨비가 인간과 가까운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미지 덕분일 것이다. 
김서방도깨비는 사람 좋은 푸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농촌에서 흔히 만나 뵐 수 있는 순박한 40대 농부아저씨를 캐릭터로 표현하였다. 
총각도깨비가 20대 청년을, 
할배도깨비가 6-70대의 노년을 대표한다면 김서방도깨비는 4-50대의 장년을 대표하는 남자 도깨비이다.  
     
 
참도깨비.  
개도깨비와 대를 이루는 도깨비가 참도깨비이다. 
개도깨비가 도깨비로서의 부정적인 속성이 강조된 캐릭터라면, 
참도깨비는 긍정적인 속성이 보다 강조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도깨비의 전형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신성한 존재로서 인간과 구분되는 면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또한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친근한 이웃과 같이 모습도 가지고 있는 형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고 악한 사람을 징벌하고, 
착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도깨비의 전형적인 모습이 참도깨비의 중심 이미지이다.  
 
 
개도깨비.  
도깨비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해를 입히기도 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성격이 부각된 캐릭터가 참도깨비라면, 
주로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성격이 부각된 캐릭터가 개도깨비이다. 
도깨비 특유의 더러운 냄새를 가지고 있기도 하며, 
삿갓에 도롱이를 입고 있어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깨비가 부정적인 역할을 할 때에는 돌림병을 옮기는 역신의 모습으로도 등장하는데, 
개도깨비가 이러한 이미지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괴수도깨비.   
도깨비의 우두머리가 괴수도깨비이다. 
괴수도깨비는 도깨비 무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깨비의 대표적인 주구(呪具)인 도깨비감투를 쓰고 있다. 
사람이 도깨비의 세계에 접근하려면 반드시 이 도깨비감투를 써야만 한다. 
괴수도깨비는 도깨비 무리를 관리하기 때문에 때로는 도깨비들의 출석을 부르기도 하고, 
도깨비들의 호적을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도깨비들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에 권위와 위엄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로 설정하였다.  
     
 
대감도깨비.
문헌이나 구전으로 전하는 도깨비 설화를 보면 도깨비가 대감님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대감도깨비는 이것을 염두에 두고 설정한 캐릭터이다. 
주도적인 이미지는 권위와 위엄이다. 
아랫사람들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있으며, 
긴 장죽을 입에 물어 깐깐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고, 
그러면서도 뒷짐을 지고 있어서 권위와 위엄을 느끼도록 표현하였다. 
긴 수염과 두루마기는 전형적인 대감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표현하였다.  
     
 
명궁도깨비.
대단히 특출난 능력을 지녀서,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과업을 순식간에 성취해내는 사람들을 가리켜, 
우리는 '도깨비 같은 사람'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러한 언어감각 때문인지, 
한국 도깨비의 세계에서도 특별한 능력을 지닌 도깨비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명궁도깨비이다. 
활 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는 말이다. 
외부의 세력이 침입하였을 때 이를 물리치는 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도깨비로 설정되었다.  
     
 
상제도깨비. 
도깨비가 상제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 
이를 상제도깨비라 한다. 
굴건제복을 입고 나타난 상제도깨비는 돈을 빌려달라는 등 대체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만약 이 사람이 도움을 주었다면 그 사람은 상제도깨비의 도움을 받아 큰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먹을 것을 주거나 돈을 꾸어주면, 
그에 합당한 보답을 하는 것이 도깨비의 전형적인 속성인데 상제도깨비에서도 그러한 성격이 잘 드러난다. 아버지의 장사를 대신 치러주거나 명당을 잡아주는 등의 행위도 상제도깨비의 캐릭터에 부여하였다.  
     
 
아기도깨비.
아기도깨비는 아기귀신 또는 꼬마귀신의 이미지와 중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아기들이 죽어서 묻어 놓은 무덤가에서 날이 궂은 밤이면 재잘재잘 소리가 난다고 한다. 
아기들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끊임없이 재잘대다가도, 
어디에서 부스럭거리는 작은 소리만 나도 문득 재잘거림을 멈추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고 한다. 
     

총각도깨비.  
여자도깨비 중에서 남자들을 홀려서 곤경에 빠뜨리는 도깨비가 각시도깨비라면, 
그러한 성격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남자도깨비가 바로 총각도깨비이다. 
한마디로 하면 근육질의 섹시남의 이미지이다. 
이러한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서, 
설화에 드러나 있는 것처럼 팔뚝과 가슴에 털이 나 있는 형상을 표현하려 하였다. 
또한 건장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도깨비의 실체 중의 하나인 떡메를 들고 있게 하였다. 
여자를 유혹하여 함께 살면서 많은 돈을 가져다주지만, 
결국 배신당하고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는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다.  
     
 
할미도깨비.  
노년의 도깨비로는 할미도깨비와 할배도깨비가 있다. 
밤중에 고갯길이나 개울가에서 도깨비를 만나면 그 형상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그저 하얗게만 보이는 것을 노인의 형상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이에 따라 할미도깨비의 형상은 주로 하얀색을 사용하여 표현하려 하였다. 
이가 빠지고 없다는 묘사가 설화에 있어서 그것을 홀쭉한 볼로 나타내려 하였다. 
도깨비로서의 신이함과 할머니로서의 인자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할배도깨비.   
할배도깨비도 할미도깨비와 마찬가지로 주로 하얀색을 사용하여 캐릭터를 표현하려 하였다. 
설화에서 읽을 수 있는 이미지는 달관과 여유와 위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백발 노승, 
또는 늙은 사부의 그것이기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 긴 수염을 늘어뜨린 형상으로 표현하였다. 
설화에서 묘사된 것과 마찬가지로 흰 두루마기를 입고 있으며 머리, 
눈썹, 
수염 모두 흰색으로 처리하였다.  
 
 
달걀도깨비.   
한국적인 귀신에 달걀귀신이 있듯이 도깨비에도 달걀도깨비가 있다. 
도깨비는 귀신과는 다른 존재이지만, 
이야기가 전승되는 과정에서 서로 이미지가 중첩되어 비슷하게 인식되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달걀도깨비는 발랄하면서도 장난기가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특성상 데굴데굴 굴러다니면서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재잘대는 모습이 전형적인 달걀도깨비의 이미지이다. 
그래서 캐릭터 상으로는 특히 입을 강조하여 표현하였다.  
     
 
삼태기도깨비. 
도깨비는 많은 경우 어떤 특정한 사물을 밤중에 무서운 마음으로 바라봐서, 
움직이는 생명체인 것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분명 도깨비인줄 알았던 것이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빗자루 몽둥이이거나 도리깨이거나 지게 작대기이거나 당산나무이거나 홑이불 등인 경우가 많다. 
삼태기도깨비도 그런 종류의 하나이다.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삼태기가 순간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도깨비처럼 느껴지는 경우, 
이를 삼태기도깨비라 일컬었던 것 같다.  
     
 
외눈도깨비.  
도깨비의 캐릭터로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이 외눈과 외다리이다. 
무엇인가 인간과 다른 특이한 생김새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러한 대표성을 지니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외눈도깨비는 눈이 하나라는 특성 이외에 먹성이 좋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먹성 좋다는 점은 일반적인 도깨비의 성격이지만 특히 외눈도깨비에게서 더욱 강조된다. 
이는 캐릭터로는 입과 배가 강조되는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메밀묵이나 시루떡뿐만 아니라 밤새도록 볶은 콩을 얻어먹는다는 이야기도 전승되고 있다.  
     
 
외다리도깨비.  
외다리도깨비도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도깨비 캐릭터 중의 하나이다. 
다리가 하나라는 특성이 도깨비로서의 신이함을 보장해준다고 믿었던 것 같다. 
도깨비는 일반적으로 씨름을 좋아하는데, 
특히 외다리도깨비에게서 이러한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리가 하나이기 때문에 쉽게 넘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리 쉽지 않고, 
반드시 왼쪽으로 넘어뜨려야만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승된다. 
넘어뜨려 이긴 다음에 더 이상 자신을 따라오지 못하도록 나무에 묶어 놓았다가, 
아침에 나가서 확인해 보면 빗자루인 경우가 많다. 
외다리의 형상도 빗자루에서 연유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장승도깨비.  
밤길을 혼자 걷다가 마을 어귀에 이르러 높이 솟아 있는 장승을 본다면, 
아마 누구나 무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무서움이 장승을 도깨비로 인식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장승도깨비는 항상 남녀 한 쌍으로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장승이 가지고 있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성격과, 
신이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성격이 동시에 느껴지는 도깨비로 이해된다. 
장승도깨비가 장승과 다른 점이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낮도깨비.   
도깨비는 주로 밤에 나타난다. 
도깨비 자체가 음(陰)의 속성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낮에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잔뜩 흐린 날씨나 아니면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는 와중이어야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 벌건 대낮에 나타나는 도깨비가 있다. 
이런 도깨비를 낮도깨비로 캐릭터화하였다. 
나타나야 할 때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도깨비와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또한 성격도 역시 부정적인 측면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바다도깨비.  
바다나 갯벌 근처에서 나타나는 도깨비가 바다도깨비이다. 
바다도깨비는 기본적으로 풍어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기를 많아 잡게 해 달라고 바다도깨비에게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또 배의 형태로 나타나서,
이 경우에는 배도깨비라고도 일컫는다. 
고기잡이배를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고, 
염전이나 갯벌에서 사람들을 홀리는 경우도 있다. 
강이나 냇물에서 고기를 가지고 장난치는 도깨비도 바다도깨비로 포괄하여 캐릭터화하였다.  
     
 
불도깨비.   
도깨비설화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도깨비불 혹은 불도깨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밤길을 지나가는데 파란색의 불꽃이 갑자기 나타나서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하고, 
하나에서 여럿으로, 
여럿에서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분리하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사람의 뼈나 오래된 나무에서 나오는 인이 습기를 머금어서 빛나는 것을 본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도 불도깨비의 행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도깨비를 위한 제사를 지내면 더 이상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 
 
 
도깨비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잇달아 집에 불을 내기도 하고 밤중에 사람을 홀려서 가시덤불이나 다리 밑에 처박아 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곤경은 대체로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람을 좀 놀라게 하고 놀려주려는 의도가 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도깨비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 장난이다. 
불의 형태로 등장하는 도깨비는 한밤중에 사람 앞에 갑자기 나타나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사람을 놀래준다. 솥뚜껑을 솥 안에 집어넣어서 빼내지 못하게 하는 장난은 도깨비의 특허품이다. 
국수나 옷 등을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얹어 놓아 사람들의 손에 닿지 못하게 하는 장난도 유명하다. 


도깨비의 변덕은 부정적인 의미로 읽히지 않는다. 
자신과 친하게 지내거나 자신에게 먹을 것을 준 사람에게 계속해서 돈을 가져다주고는, 
마지막에 가서는 다시 그 돈을 내 놓으라고 생떼를 쓰는 것이 특징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도깨비의 성격을 미리 간파하고 돈으로 땅을 사두어서 빼앗기지 않는다. 

  
도깨비는 내기를 좋아한다. 
한밤중에 도깨비를 만난 사람들은 도깨비와 씨름을 하거나 수수께끼 겨루기를 해야 한다. 
씨름을 할 때에는 왼쪽으로 걸어 넘어뜨려야 이긴다고 한다. 
수수께끼 내기에서도 대체로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내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내기에서 지는 것이 또한 도깨비의 특징이다. 

  
도깨비는 먹을 것을 참 좋아한다. 
도깨비가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우선 메밀묵이 있다. 
메밀묵을 주는 사람들에게는 도깨비의 호의가 베풀어진다. 
부자가 되고 싶거나 튼튼한 보를 쌓고 싶으면 도깨비를 찾아 메밀묵을 대접하면 된다. 
메밀묵 이외에도 떡을 좋아한다. 
다만 양에 차지 않게 대접하면 심술을 부리는 경우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도깨비는 놀기를 좋아한다. 
한밤중에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도깨비집에 모여서 징이며 장고며 꽹과리를 치면서 유흥을 즐긴다. 
나무를 두드리면서 놀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난타'의 원조를 찾는 경우도 있다. 
또한 노래를 좋아하는데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척 좋아하여 그에게 호의를 베풀기도 한다. 

  
도깨비는 여러 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이러한 능력이 유머러스하게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 
착한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도깨비 방망이를 얻었다는 소식을 듣고, 
악한 사람이 그대로 흉내를 내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의 성기를 길게 늘이는 벌을 내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사람의 미래를 재미있는 형태로 예견해 주는 것도 도깨비의 특징이다. 

  
도깨비는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도움을 주는 성격으로 나타난다.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나, 
자신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 준 사람에게는 많은 돈을 가져다주어 부자가 되게 한다. 
또한 마음씨 착한 사람에게는 우연한 기회에 횡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도깨비의 보물들은 대체로 도깨비가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 이용되는 물건들이다. 

  
도깨비는 정의롭다.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을 도와주고 악한 일을 많이 한 사람에게는 벌을 내리는 것이 특징이다. 
도깨비 보물 중에 특히 도깨비감투는 이러한 도깨비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착한 마음으로 그것을 이용하면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허튼 생각으로 그것을 이용하면 곧바로 재앙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도깨비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직함을 보여준다. 
사람이 메밀묵을 가져다준다고 약속하고, 
고기를 많이 잡아달라고 하면 그렇게 믿고 고기를 많이 잡게 해준다. 
그런데 대체로 사람들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도깨비 덕에 부자가 된 사람들은 도깨비를 물리치려 하는데, 
그 때 이용하는 질문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다. 
자신이 진짜 무서워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사람이 무서워한다고 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었다가 낭패를 본다. 


의도를 했든지 그렇지 않든지 도깨비는 건망증이 심한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사람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고는 그것을 잊어버리고, 
계속해서 빚을 갚는 모습에서 이러한 면이 잘 드러난다. 
이러한 도깨비 덕에 사람들은 부자가 될 수 있는데, 
도깨비는 자기 스스로 돈을 가져다주었으면서도 나중에는 다시 그 돈을 내 놓으라고 떼를 쓴다. 

  
총각도깨비, 
김서방도깨비 등 남자도깨비는 여자를 취하여 함께 살려는 성격이 강하고, 
여자도깨비인 각시도깨비는 밤길에 술취한 남자들 앞에 나타나 그들을 꼬드기려는 성격이 강하다. 
결국 도깨비는 기본적으로 색을 탐하는 성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도깨비는 인간의 성적인 욕망이 반영된 형상이라 할 수 있다. 

  
도깨비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백말피이다. 
백말피가 뿌려져 있는 곳을 범접하지 못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러한 도깨비의 최대 약점을 이용하여 사람들은 도깨비에게서 이득을 취한 다음 그를 물리치려고 한다. 
백말피 이외에도 말머리, 
말가죽, 
개국, 
흰 닭, 
흰 닭피 등을 무서워한다. 
 
 
도깨비와 관련된 이야기는 크게 옛날 책 속에 전하는 이야기와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흔히 야담이라고 일컫는 문헌설화에는, 
우리의 전통적인 도깨비상을 읽을 수 있는 많은 도깨비 이야기들이 있다.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도화녀비형랑'를 필두로 '어우야담', 
'기재잡기', 
'천예록', 
'매옹한록' 등에도 도깨비 이야기가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도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어서, 
도깨비에 대한 다양한 인식들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지금도 시골의 나이든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도깨비 이야기를 물어 보면 어렸을 때 고갯마루나 동네 어귀, 
당집, 
공동묘지, 
빨래터 등에서 도깨비를 봤다는 말씀을 해 주시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서도 도깨비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영감놀이'라는 형태로 도깨비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어서 특징적이다. 
제주도에서는 도깨비를 영감이라 부르며 신으로 모신다고 한다. 
사람이 병에 걸려서 치료를 원하거나 새로 배를 사서 풍어를 기원할 때, 
이 도깨비신에게 의례를 하는데 그것이 '영감놀이'라고 한다. 
도깨비에 대한 굿으로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 제주도이다. 
 

영감놀이란 제주도의 무당굿 중 놀이굿의 하나로서 도깨비신에 대한 굿이다.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2호. 
'영감'은 참봉(參奉),
야차(夜叉)라고도 하며, 
도깨비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영감신에 대한 본풀이가 함께 전승되는데 이에 따르면, 
이 신은 서울 먹자골 허정승의 7형제들로서 여섯째까지는 각자 육지의 명산들을 차지하였고, 
일곱째는 한라산 일대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이 신들은 허름한 차림에 짧은 곰방대를 물고 다니는 우스꽝스런 모양의 신인데, 
특히 순식간에 천리만리를 날아다니는 능력을 지녔다. 
돼지고기와 수수범벅, 
그리고 소주를 즐겨 마시고 미녀를 좋아하여 같이 살자고 따라붙어 병을 주거나, 
밤에 몰래 규방에 드나들기도 하는 망측한 성격도 가지고 있다. 


영감놀이는, 
도깨비신의 범접으로 병을 앓게 되면, 
신의 형들로 하여금 동생인 도깨비신을 데려가게 함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유감주술적 의례이다. 
이 놀이는 또한 영감신이 여인을 범접하였기 때문에 앓는 병을 치료하려는 경우 이외에도, 
어선을 새로 짓고 선왕(船王)을 모셔 앉히려는 경우, 
또는 마을의 당굿 때에도 실연(實演)된다고 한다. 
오늘날은 병을 치료하는 경우만 볼 수 있다. 
보통은 소무(小巫) 두세 사람이 영감신의 가면을 쓰고 헌 도포, 
헌 짚신, 
헌 갓 등으로 꾸미고 곰방대를 입에 물며 짚자루에 돼지고기, 
내장 등을 싸들고 횃불을 치켜들고 집 밖에서 준비한다. 
규모가 클 때는 7형제 중 막내만을 제외한 6형제, 
즉 여섯 사람이 영감으로 분장한다. 
도깨비에 대한 굿으로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어서 더욱 흥미가 있다.



출처
구글.
위키백과.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0&article_id=0000412550§ion_id=102&menu_id=102 
디지털자료실지원센터(도깨비 이야기) 
이화소식 62호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214&article_id=0000043098§ion_id=102&menu_id=102 
http://thesecretgarden.tistory.com/entry/%ED%95%9C%EA%B5%AD%EC%9D%98-%EA%B7%80%EC%8B%A0-%EC%A2%85%EB%A5%98
강은해, 한국난타의 원형, 두두리 도깨비의 세계 :도깨비 설화의 시학, 예림기획, 2003. 
김열규, 도깨비 날개를 달다, 춘추사, 1991. 
김종대, 저기 도깨비가 간다, 다른세상,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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