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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하나
게시물ID : humorstory_3781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고담
추천 : 0
조회수 : 2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06 15:53:32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집 앞에 장미꽃이 놓여져 있었다.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멀리서 나를 보고 마음이 생긴 사람이 놓았나보다, 생각을 하곤 괜시리 이름 모를 그의 생각에 하루가 즐거웠다. 그러나 어느새 한달째, 어김없이 장미꽃 하나가 있었다. 설렘은 두려움으로 변했다. 

어느새 아무 말도 적혀있지 않고 아무런 다른 흔적도 없는 장미꽃 하나가 무서워졌다. 매일 항상 같은 자리에 놓여져 있는 장미꽃을 도대체 누가 놓은걸까? 나를 무섭게 하려고 그러는걸까? 왜 나타나지 않고 장미꽃만 놓고 가는걸까? 몸이 떨렸다. 

두려움에 떠는 순간부터 나는 주위를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딘가 모르게 남몰래 지켜보고만 있을 것 같은 그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때문인지 누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때마다 깜짝 놀라곤 했다. 또한 말을 거는 사람들마저도 두려워졌다. 

퇴근길, 조심조심 집으로 향했다. 그는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가 두려웠다. 나타나지 않는 그는 분명 내게 무슨 이유가 있어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그런 그의 생각에 다시금 몸이 떨렸다. 있었다. 어김없이 놓여진 장미꽃 하나. 장미꽃을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어디선가 그가 지켜보고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장미꽃을 내팽겨치고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음날 아프다는 핑계로 조퇴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집 앞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래, 오늘은 꼭 그의 얼굴을 보자. 죽이되든 밥이되든, 그를 꼭 봐야 할 것 같았다. 
어느새 당도한 집근처, 슬슬 겁이 났다. 그가 나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 나를 잡아서 어디다 가두진 않을까? 손에 핸드폰을 꽉 쥔채로, 혹시나 모를 위험에 대비해 주머니에 전기충격기를 넣어두었다. 그래, 한번 가보자. 집 앞으로 살금살금 걸어간다. 나는 집 앞 골목에서 누가 지나가는지 기다렸다. 

한명이 지나가고, 또 한명, 또 한명.. 저쪽에 장미꽃을 든 사람이 지나간다. 그냥 지나간다. 저사람은 아닌가보다. 그가 눈치 챈걸까? 그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장미꽃을 든 한 남자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집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그인가? 그다. 장미꽃을 놓는다. 나는 그에게 뛰어가기 시작한다. 

재빨리 뛰어가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당황한듯 했다. "왜! 도대체 왜! 내 집 앞에 장미꽃을 놓는거죠? 왜! " 나는 그에게 소리쳤다. 그는 한참동안 침묵을 하다가 드디어 입을,열었다. 



"저....여기가 1-11번지 아닌가요? 꽃배달 하는 사람인데요.." 


우리 집은 1-13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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