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요. 외국에 살아서요 15 16회는 그동안 유튭에 올라온 주요 장면만 보고도 혼이 나간 상태로 3일간 혼이 나간 상태로 살다가요 이미 나간 혼 오늘 전체를 다 보고 말자 하고 방금 16회까지 다 보았어요 주요 장면만 보고도 감정의 소모가 너무 커서 맨 정신으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술도 못하는데 와인 한 병 사들고 와서 봤구요 아하하항....전체 다 보고 나니까 맴이 오히려 진정되네요
은탁이가 공깨비를 다시 만나 기억이 돌아온 후 한참 행복할때도 인간은 언제든지 죽을수 있다, 나는 게다가 기타누락자이니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장면에서. 은탁이가 죽음에 대해 덤덤한 준비가 되어있구나, 그래서 일단 맘이 놓였구요. 아 역시 은탁이가 큰 사람이구나 (제가 계속 혼자 밀고 있는 은탁이 4번의 삶후 천사설)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공깨비도 큰 사람이었잖아요.
그리고 "천사" 레퍼런스가 자꾸 나왔잖아요. 제가 드라마는 많이 보지 못했어도 (김은숙 작가 작품은 시티홀과 도깨비가 다에요) 소설은 또 적지 않게 읽었지말입니다. 작가들은 한 문장을 쓰는데도 며칠이 걸리기도 하고. 단어 선택 하나 하나에도 온 신경을 다 쓴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소설을 읽을때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문단의 구조가 다 중요하거든요 (특히나 잘 쓰여진 소설은 더욱 그러하죠). 작품에 꼭 넣길 바라는 단어같은 것이 있으면 잊지 않게 적어놓기도 하고 말입니다. 김은숙작가가 이번 작품을 작정을 하고 쓴 것 같은데, 괜히 "천사"라는 단어가 은탁이를 가리키면서 여러번 나왔을리는 없다고 판단하고요. 그러니까 은탁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4번의 생을 모두 마치면 수호 천사같은 존재가 될 것 같아요(은탁이를 보면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영웅/반신적 존재적 특징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외롭고 고난한 유년시절, 그 와중에서도 돋보이는 강하고 긍정적이 인격, 희생 정신...)
그러면 이 세계가 다 끝날때까지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는 함께 하겠죠! 아하하항 너무 너무 이쁘고 행복하겠습니다 그려. 막 상상해보고 흡족합니다.
은탁이의 4번의 삶 중간 중간 도깨비와 헤어져 있는 기간이 가슴 아플수도 있는데요. 제가 상상해보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 그리고 다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헤어져 있는 시간들도 많이 힘들진 않을 것 같아요. 처음엔 상실감에 외로워도, 또다시 일상을 살아가면서 그리워도 하면서 다시 볼 날을 기다리면서 설레여도 하면서 그렇게 소소하게 내 몫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은탁이와 도깨비가 헤어져 있는 시간은 실연, 즉 사랑을 잃은 것이 아니잖아요. 상대방을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될 거라는 믿음과 희망도 있는 거잖아요. 헤어짐의 기간이 몇 십년, 혹은 더해서 백년 단위라고 해도, 신들의 세계관에서 보면 그 정도의 시간은 몇 천년 몇 만년을 사는 신들에게는 우리 인간들이 느끼는 것만큼 긴 시간은 아닐거에요. 제가 또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있었지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