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은 빛을 반사하고 검은색은 빛을 흡수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섞여 만들어진 색이 회
색이다. 흰색과 검은색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지만 회색에는 규칙이 없다. 일부는 흡수하고 일
부는 반사할 뿐이다.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상징하는 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색들은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회적 상징들을 기호학적 특성으로 가지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색중에 내가
선택하고 나를 선택한 색이 회색이다.
나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는 도심 속에서 가장 많은 색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장 소
외받는 색,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특이한 색, 색중에서 가장 모호한 색이 회색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불분명한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과 불안감을 갖는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항상 이성
과 감성, 열정과 냉정을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것으로 정의하고 회색같이 불확실하
고 모호한 색을 기피한다. 그렇기에 나는 도심 속에서 회색의 공간을 보고 있자면 사회와 분리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그 공간에게 일종의 동질감을 느낀다.
회색의 공간 속에서 나는 가장 솔직해질 수 있었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를 표현할 수
있었으며 나의 생각과 나의 감성을 아무런 검열 없이 드러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도심 속
에서 회색의 공간을 찾아다녔고 그 공간 속에 나를 투영한 다음 재현의 도구인 카메라를 이용
하여 공간을 촬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