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자가용으로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왓카나이(稚内) 남서쪽에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사로베츠 평야라는 정말 말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평야가 있었다.
그 평야 북쪽 끝에는밧카이(抜海) 라고 하는 마을이 있었는데, 나는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숙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평야에 무단으로 텐트를 치면 안되는건데 그날은 몇십 km를 달린 광활한 사로베츠 평야의 여운에 잠기고 싶었기 때문에 슬쩍 텐트를 쳤다.
날이 저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때문에 해가 지기 전에 얼른 레토르트 식품으로 대충 식사를 마치고 여행 기록을 적고 잠자리에 들었다.
상당히 일찍 잠들었던 나는 한밤중에 깨어났다.
자기 전에는 불지 않았던 강한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멍하게 누워있자니 텐트 바깥쪽에서 바람과는 다른 소리가 났다.
흡사 질질 끄는 소리같았다.
곰인가?
조심스레 텐트 지퍼를 조금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밖은 구름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지만, 달이 미약하게나마 나와 있어서 아주 깜깜하지는 않았다.
밖을 내다 보니 30 m 전방에 몸집이 작은 여성 크기의 형체 4~5개 정도가 움직이고 있다.
일렬로 천천히 천천히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것 같았다.
어슴푸레한 가운데 대략적으로 보이는 실루엣은, 꼭 곱추가 두꺼운 옷을 몇겹이나 껴입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옷자락이 풀에 닿아 사락사락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도 옷감이 전혀 펄럭이지 않는 것이 이질적으로 보였다.
그 순간 「이것은 위험하다!」라고 직감적으로 생각했지만, 눈을 뗄수가 없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터질 것만 같았다.
머리맡에 있던 나이프를 잡고, 필사적으로 나무아비타불나무아비타불 마음 속에서 외쳤다.
그들은 텐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기 보다는 텐트의 대각선 쪽 후방으로 향해서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그들은 멈추었다.
그리고 내가 보고있는 것을 눈치챘다는 듯이 이쪽을 보았다.
아니, 적어도 이쪽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그들이 방향을 전환했다.
텐트까지의 거리는 15 m정도 되었다.
나는 열려있던 지퍼를 닫았다.
마음을 다지며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밖으로 나가는 편이 훨씬 안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의 나는 텐트가 바깥과 안을 구분지어 주는 것 같았다.
그 경계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텐트 5m정도 앞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그들은 텐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들은 연신 무엇인가 중얼댔다.
노래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적어도 일본어는 아니었다.
포위당했나?
나는 텐트를 나오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미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텐트 주변을 돌던 그것들은 그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어째서 마음을 바꾼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한동안 텐트 주변을 돌다가 원래 목표로 하고 있던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나는 그대로 아침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아침까지 경계했다.
하지만 아침이 올때까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밖이 완전하게 밝아지고 나서 밖에 나와 주위를 둘러 보니 텐트에서 정면으로 5 m정도 떨어진 곳에 1 m정도의 나뭇가지가 지면에 꽂혀 있었다.
그 나뭇가지의 끝에는 두껍고 엉성한 넝마조각 같은 것들이 덮여있었다.
무엇인가 해석 불가한 그림 기호와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사진에 찍어 두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위험할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재빠르게 짐을 챙겨 떠났지만 그 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상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에게 악의가 있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당시는 정말 죽을 각오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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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비비스케(http://vivian9128.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