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친구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참고로 이 이야기에는 유령이 등장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 M과 T, Y 라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 3인방은 M을 중심으로 3명은 같은 반 친구 한명을 상습적으로 괴롭혔다.
따돌림의 대상은 비쩍 마르고 창백한 얼굴에 안경을 낀 W라는 아이었다.
그는 음침하고 말이 없었고, 한번 입을 열었다 손 치더라도 도무지 알아들을수가 없는 어려운 이야기를 중얼거렸다.
이렇게 말하면 안되겠지만 솔직히 W를 보고있자면 M이 왜 그렇게 집요하게 그를 괴롭히는지 이해갈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따돌림을 주도하는 M 삼인방은 해도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때리고 발로 차는 것은 기본이었다.
얼굴에 유성 펜으로 낙서를하거나, 화장실에서 탈의를 시키고 알몸인 그에게 못된 장난을 쳤다.
같은 반 여학생 치마를 들추라고 명령하는가 하면 여학생들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여자 탈의실에 숨어있게 만들었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까지는 나도 재미있어하며 방관했다.
하지만 괴롭힘의 강도는 점점 심화되었다.
처음엔 그냥 툭툭 때렸던 것이 이제는 토할때까지 집요하게 배를 때렸다.
2층에서 나무 위에 떨어지면 무사할지 실험한다며 W를 2층에서 억지로 밀어 떨어뜨리기도 했다.
금품을 요구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다들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하나 둘 주춤 했지만 유독 M과 그의 친구들 3인방은 아주 재미있어하며 괴롭힘에 열중했다.
M은 반의 리더 격 존재였다.
다들 무서워서 그를 만류하지 못했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3인방 중 한명인 Y가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다짜고짜 W에게 날라차기를 시전했다.
W의 입과 코에서는 엄청난 양의 피가 흘렀다.
그가 쿨럭일때마다 입안에서 부러진 이빨 조각이 튀어나왔다.
평소와는 다른 서슬 퍼런 Y의 태도에 놀란 친구들이 그를 말렸다.
"이 자식 정말 죽여버릴거야!!!"
우리는 씩씩거리는 Y를 거의 진압이라도 하듯 잡아 눌렀다.
일단 그 자리는 정리가 되었지만 Y에게는 정학 처분이 내려졌다.
그는 수업 도중에 귀가조치 되었다.
학교를 마치고 우리들은 자택 근신중인 Y의 집에 찾아갔다.
Y의 방 창문은 산산히 부서져있었다.
"Y쨩, 창문 왜저래?"
"어제 밤에 어떤 자식이 죽은 고양이를 창문에 갖다 던졌어. 분명 W 그 자식이 그랬을거야. 절대 가만 안둬. 진짜 죽여버릴거야."
아무래도 누군가 새벽 2시에 그의 방 창문으로 너덜너덜하게 난도질한 고양이 시체를 던진 모양이었다.
"근데 왜 W 짓이라는 거야?"
"그 자식 말고 또 누가 있겠냐?"
잔뜩 격분한 Y의 말을 듣더니 M이 말했다.
"내일 W에게 한번 물어볼게. 만일 정말 그 자식 짓이면 너네집으로 데려와주지. 대신 얼굴은 들키니까 이번엔 배를 날리라고."
하지만 그 다음날 W는 결석이었다.
사흘이 흐르고난 후에야 W는 학교에 왔다.
M은 곧장 W를 화장실로 끌고가서 고양이 사건에 대해 추궁하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가서 그 현장을 같이 지켜보긴 했지만 설사 W가 한 짓이라 할지라도 바보가 아닌 이상 순순히 그랬노라고 실토할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그래. 그거 내가 그랬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불시의 일격이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M조차도 "...뭐?" 라고 하더니 W의 멱살을 잡은 그 상태로 굳어졌다.
W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 차례는 M 네녀석 집이야."
그 한마디를 기점으로 M은 W를 미친듯이 패기 시작했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그를 말렸지만 이미 W의 얼굴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결국 Y에 이어 M도 정학 처분을 받았다.
이 것으로 3인방의 마지막 멤버인 T는 홀로 남겨졌다.
혼자 남은 이상 W를 괴롭힐 수도 없었다.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도 학교에 온 W는 실실 웃으며 T에게 말했다.
"오늘은 아무 짓도 안할건가봐?"
"이게 까부냐? 죽여버린다!!"
W의 도발에 T는 발끈하여 위협을 했지만 선뜻 손을 올리지는 못했다.
우리는 니가 참으라며 T를 말렸다.
"역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구만?"
W가 던진 이 한마디에 T는 그만 이성을 잃고 의자를 집어 들고 W를 때리고 말았다.
결국 왕따를 주도하던 3인방은 전원 정학 처분을 받게 되었다.
며칠 뒤 수업을 듣고 혼자 집에 가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나를 불러세웠다.
W였다.
"O군도 지금 M네 집에 가는거야?"
"응? 아니 그냥 집에가는 길인데.."
M이 사는 집은 우리 집 가는 길에 있었다.
나는 W를 무시한 채로 걸음을 옮겼지만 W는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설마 이 녀석 M네 집에 가는 건가....
"W, 넌 어디가냐?"
내가 묻자 W는 갑자기 들고있던 가방을 열더니 안에서 무엇인가를 끄집어냈다.
검은 쓰레기 봉투였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W는 그 검은 봉투안에 손을 넣고 안에서 시뻘건 것을 꺼냈다.
고양이 시체였다.
하얀 교복 셔츠 소매가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W는 한손에 고양이 시체를 들고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광경은 지금도 잊을래야잊을 수 없는 17살의 트라우마다.
얼빠진 표정으로 굳어있는 나를 뒤로하고 W는 길을 갔다.
물론 그 고양이는 M의 방 창문에 명중했고 그 날 밤에는 T의 방 창문도 돌맹이 세례를 받았다.
경찰 조사 가운데 W가 고양이 시체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본 목격자가 나타났다.
그는 정학 처분을 받았고, 정학 기간 중 전학을 갔다.
이 사건은 당시 신문에도 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3인방도 이 사건 이후로 눈총을 많이 받아 행동이 조신해졌다.
십 몇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 당시의 친구들과는 소원해졌다.
나는 결혼을 했고 옛날 일들은 모두 잊고 지냈다.
그리고 동창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는 옛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창회 날이 매우 기다려졌다.
W에 대해서도 잠시 떠올렸지만 굳이 불미스러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 하고 생각했다.
동창회 당일.
놀랍게도 W가 참석해있었다.
게다가 M, T, Y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긴 세월이 지나며 화해했을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이도 이제 30줄이었다.
성인 답게 예전에 저질렀던 잘못들에 대해 사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나이였다.
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가서 짐짓 쾌활한 척 말을 걸었다.
"오래간만이다. 다들 잘 지냈어?"
"O군!!오랜만이다."
예상과 다르게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W였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어느 누구도 대답이 없었다.
"너희들 분위기가 왜이래. 내가 반갑지 않은거야?"
어색함을 숨기려 나는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M이 강하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너 W에게 사과해라."
".......뭐?"
갑작스러운 M의 태도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자 W는 M을 만류했다.
"아냐. O군은 괜찮아. O군은 나에게 손댄적 없으니까."
M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들이 있는 테이블에서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셨다.
그리고 W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를 틈타 M에게 말을 건넸다.
"M, 왜그래? 무슨일이라도 있었어?"
M은 대답하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Y가 어색하게 한마디 했다.
"아니야. 아무일도 없었어, O. 신경쓰지마."
이상스레 느껴진 내가 계속해서 추궁하자 급기야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더이상 우리에게 말 걸지 말아줘."
그러던 중 W가 화장실에서 돌아왔다.
입을 꽉 다물고 있는 3인방과는 사뭇 다르게 그는 활달하게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옛날 한손에 죽은 고양이를 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던 W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나는 갑자기 오싹한 마음이 들어 말없이 동창회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날 이후 나는 M과 Y, T에게 각각 연락을 해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보려했지만 그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M은 다시는 전화걸지 말라며 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3인방이 W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것이 아닌가 하고 그날 동창회에 참석했던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았다.
결국 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한채로 그들과는 연락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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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비비!!비비(http://vivian9128.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