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 없이 기사를 퍼왔던 글이 베오베를 가면서 약간의 소요를 일으켰습니다.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 아니냐, 의도가 없었어도 오해를 살만한 글이다'라는 비판들을 듣고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비록 글의 제목과 본문 모두 기사의 내용을 그대로 올린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인만큼 제 선에서 좀 더 충분한 정보와 해석을 제공했어야한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또 제가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기독교가 엄한 이유로 몰매를 맞게 된 책임을 져라"라는 뉘앙스로 말씀하시는 분들에게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보수 개신교가 정치에 간섭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은 사회 곳곳에서 이미 많이 목격되어 왔습니다.
그건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충격적인 일도 아닌, 일상적인 일입니다.
얼마 전 차별금지법이 좌절된 것을 보십시오.
과학 교과서에 수정을 가하려고 교계가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들과, 카이스트에 '창조과학회'가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십시오.
2011년도에는 당시 음반심의위원장이 "모든 문화예술 행위는 반드시 성경의 잣대로 심판되어야 한다"고 기고한 것이
알려져 결국 사임하기도 했었지요. 이명박 정권 당시에는 대통령이 교계 인사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 촌극도 있었습니다.
그전에 이명박이 서울시장일 때는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말도 했었지요. 비록 (다행스럽게도) 무참하게 망하기는 했지만
몇몇 대형교회 목사들이 모여 정당까지 만드는 해괴한 모습을 보기도 했었습니다.
교인들끼리 하하호호 모여서 예배드리고 차 마시고 떡 돌리는 거, 좋습니다. 교인들끼리의 친목 다지기로 한정된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일입니까.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특정 신앙을 중심으로 배타적 결속이 생겨나고 기득권화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그게 정부 부처와 관련되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것이 일종의 색안경이라는 비판은 용인하겠습니다만 그 색안경을 만들어낸 것은 유언비어나 헛소문이 아니라
사회적 사실로서 일어나고 있는 보수 개신교계의 만행들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개신교에 훌륭한 신앙인들과 훌륭한 목사들이 없다고 한 적도 없고, 그런 훌륭한 분들 제 주변에도 꽤 있습니다.
비단 그런 건전한 신앙인들뿐만 아니라 설령 누구에게나 손가락질 받는 민폐적 선교사들이라 할 지라도
단지 그들의 신앙 때문에 욕을 먹는다면 전 그들에게 욕을 하는 사람들을 비판할 것입니다. 그런 비난은 바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교분리의 원칙을 살살 건드리곤 하는 점 때문에 비판과 우려를 하는 것이 그러한 차원에서 일어나는 비난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신교가 그랬기 때문에 잘못이 아니고,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원불교 등등
그 어떤 종교라고 해도 그러한 짓을 한다면 똑같이 비난 받아야 합니다.
인터넷 상에서 그리고 심지어 오유에서도 개신교가 참 많이 비난을 받습니다. 개신교 신자이신 분들은 솔직히 심적으로
편치 않을 것입니다. "나랑 우리 교회는 안 그러는데, 왜들 난리야?" 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점은 교계 내의
특정 세력들이 벌이는 일들이 꽤나 심각한 문제임과 동시에 자주 일어난다는 점, 그리고 교계의 문화와 교계 밖의 문화 사이의
이질적인 모습들 때문에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이 어렵다는 점들이겠지요. 이들 때문에 갈등이 발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교계 내에서도 자정작용이 일어나서 이러한 문제점들이 없어진다면 기독교에 대한 날선 눈길들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이리 됐든 저리 됐든 몇몇 분들의 기분이 상하셨다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다음부터는 좀 더 조심하면서 글 올리겠습니다. 애초에 제가 시게에 글을 많이 올리는 것도 아닙니다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