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 전에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실 별 이야기는 아니고.. 저도 본 적은 있지만 언제나 무심코 지나쳤던 것이라 이런 게 있다라는 걸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어 옮겨 적어봅니다.
동생이 오후 7시에 당산역에서 누굴 만나기로 했는데, 5시에 도착을 해버려 2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산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2시간동안 기다리게 되었다네요.
그렇게 스마트폰을 만지며 기다리고 있는데, 창문 넘어로 어떤 아저씨가 그 더운 날에 양손으로 어떤 잡지를 들고 서있었다고 합니다. 너무 심심해서 저거나 사서 볼까..하고 해서 잠깐 나와 3천원을 주고 사니 아저씨가 90도로 인사를 하며 너무너무 민망할 정도로 고마워했다고 하네요. 그게 사고 보니 빅이슈라는 잡지였습니다.
처음엔 뭔지도 모르고 샀던 동생은 그게 자립을 원하는 홈리스분들이 파는 잡지라는 걸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왠지 그 아저씨가 더 신경쓰이고 2시간동안 기다리며 혹시나 누가 사가나.... 지켜보는데... 오후지만 34도에 육박하는 여름날 한 번도 앉지 않고 양손으로 잡지를 들고 서 있는 아저씨에게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있는데 드디어 어떤 아주머니가 그 아저씨에게 다가가자.. 드디어 한 권 파나보다... 혼자 흥분하고 있는데, 길을 묻는 아주머니였고 약간의 장애가 있어보이는 그 아저씨는 너무나 열심히 성심성의껏 길을 가르쳐주었다네요.
기다리는 2시간동안 결국 아무도 잡지를 사지 않았고, 자신도 약속시간이 다 되어 카페에서 나오면서, 아저씨에게 '오늘 많이 파셨어요?' 하고 물으니 아저씨가 멋적은듯 웃으시며, '아가씨가 오늘 첫 손님이었어요.' 하더랍니다.
그 말은 결국 그 아저씨는 하루종일 딱 한 권을 파셨다는 건데, 3천원 짜리 잡지를 팔면, 1600원이 그 아저씨에게 돌아간다고 합니다. 1600원이면 차라리 구걸을 해도 그것보다 더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금액이고요.
그 모습을 보자 카페에서 45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자신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리곤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기분으로 집까지 걸어왔다고 하네요.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 저도 당산역까지 걸어가 똑같은 잡지를 한 권 더 사왔습니다. 저 역시 한권 사려 다가가니 순간 깜짝 놀라시며 제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제가 다 민망할 정도더군요. 그게 값싼 동정일 수도 있겠지만, 제 동정이 그 아저씨의 하루에 조금이나마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걸 이용하려고 합니다.
동생이 다음주에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더 이상 그 잡지를 살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길래, 제가 매주 한 권씩 사기로 약속을 했고요.
지하철 앞에서 조끼를 입고 양손으로 잡지를 들고 서 계시는 사람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게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