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사람이 적지 않은 시간 대인데 운좋게도 한산한 칸에 타 빈 자리를 발견하고 앉았어요. 이어폰을 꺼내던 중 옆 자리 남성 분의 이상한 카메라 각도가 신경쓰여 화면을 흘끔 보니 대각선에 앉은 사람들을 찍고 있더군요. 그 쪽에 깔끔한 외모의 여성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의 얼굴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 네모난 촛점을 맞추기까지.... 특정 부위가 아니니 신고해도 헛수고일 것 같아 삭제라도 하게끔 해야겠다 싶어서 말을 걸었습니다.
-왜 남의 사진을 찍으세요? -찍으면 안되나요? -범죄예요. 지우세요.
제 쪽으로 얼굴을 들이댔는데 독한 술냄새가 풍겨서 불쾌했습니다..
-무표정한 서울 사람들을 찍은 거예요. -그래도 남의 사진을 찍으면 안돼요. 지우세요. -왜 그렇게 예민해요?
찍은 사진을 지우는 것까지 확인했어요. 갤러리가 수상했지만 취객 상대로 그렇게까지 나설 용기는 없었어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데 그 아저씨가 쳐다보며 웅얼거려서 한 쪽을 뺐더니 엉뚱한 말을 하더라구요.
-최순실은 나쁜 여자지요?
대답을 했다면 말이 길어졌겠죠.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대답없이 이어폰을 다시 끼고 다음 역에서 내려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지하철이 정차했고 그 아저씨가 내렸어요. 다행히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