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였다.
춥고 추운, 몸보다 마음이 더욱 시린 겨울이였다.
항상 그 추운겨울이였다.
그곳에서, 일분이 멀다하고 봄에대해 이야기했다.
그곳은 따뜻하겠지.
그곳은 아직까지 만나지못한 따뜻한 봄이겠지.
봄이란 그런 매력적인 단어였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항상 하늘을 올려다볼수있게 만들었다.
"cj frost...!"
이젠 봄으로 나아가고 싶어.
봄에서, 더욱 뜨거운 여름으로 거듭나고 싶었다.
가을이 되어 차갑게 식어버릴지언정, 한번이라도 뜨겁게 여름에서 자신들을 불태우고 싶었다.
"cj 프로스트가...사상 처음으로..."
겨울이란, 우리가 있는곳이였다.
끝없는 고난속에서, 우리가 도착한곳은.
"...16강에서 좌절합니다."
또다른 겨울이였다.
"수고했어. 괜찮아. 상대가 많이 잘했던거지"
1경기는 어찌어찌 풀어나가 승리를 거머쥘수 있었다.
여기서 지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너무 심했을까, 2경기에서는 초반부터 조금씩 균열이 보이는것 같더니 끝내 게임에서 지고 말았다.
정신이 멍했다. 옆에서 모르는사람이 주먹으로 후려갈겨도 이것만큼 정신이 나갈것같지는 않았다.
패배했다는 감정보다, 탈락했다는 감정이 앞서있었다.
이러면 안되는걸 아는데, 몇번에 걸친 롤대회가 자신에게 가르쳐준 교훈은 패배했다는 감정을 기억하라는것이였는데.
겨울에 지내면서 겨울에 익숙해져버린걸까.
심장이 굳어버린것만 같았다. 얼어붙은 심장을 불태울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연의 어둠에 갇혀버린 마음을 꺼내줄 용사는, 그 어디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얘들아"
클템, 이현우의 말에도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네, 라는 작은한마디조차 할수가 없었다.
이현우의 작은 한숨이 방안에서 울리자, 그제서야 매라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현우를 응시했다.
"...예, 형"
싸늘한 말투는 아니였다.
차갑지도 않았다. 오히려 노래하는듯한 느낌에 가까웠다.
매라는 항상 그랬었다. 패배했을적보다, 승리했을때 눈물흘리는걸 좋아했다.
"....수고했다"
현우의 말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모두가 떠났다.
방안에 적막이 감돌았다.
이 방에서 코코가, 스위프트가, 샤이가, 스페이스가 나가고.
Mig frost의 선수들이 모두 나가고.
남은것은 매라뿐이였다.
전등의 불빛이 따뜻했다. 여름인데도,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리는데도 전등의 불빛이 따뜻했다.
그걸 알아차린 순간,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다.
헛웃음과 눈물이 계속 나왔다.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흘러내리는 눈물속에서 헛웃음이 가슴을 짓이겼다.
심장이 아팠다. 아프고 아팠다.
이젠 봄에 갈수는 없을까.
이미 멀어져버린, 한마리의 나비같은걸까.
나비를 잡기위해서, 나비의 날개를 바스라뜨리면 안되는걸까.
이제 모두가 봄에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자신은 겨울에 놔둔채, 봄에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하늘에 은하수가 가득했다.
어두운 서울하늘인데도, 은하수가 가득히 밤을 뒤덮었다.
"하아...."
눈물이 멎었다.
헛웃음도 그치자, 매라는 배란다에 몸을 반쯤 기댔다.
...다시 겨울이 올터였다.
멈춰버린 기계는 웃지못하는걸 알고있었다.
그러니까 멈추지말자.
이 약함이 진짜 강함으로 보이도록.
불나방과 같은 불꽃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것만 같은 연분홍의 불꽃이 되어서.
겨울을, 봄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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