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등짐 내려놓고
잠시 쉴까하여 내려온 물가에
오랜 주인이 있어 슬쩍 허락을 구했더니 마음도 같이 내려놓으라, 소리를 듣는다. 화들짝 놀라 넋이 나간 나의 빤한 시선에 얼마남지 않은 애꿎은 홍조(紅潮)만 냇가에 흘려보낸다. 산 언저리에 해가 누워 살며시 훔쳐 본다. 냇물도 덩달아 돌 귀퉁이에 기대어 숨어 간다. 그 물살이 간지럽고 그 햇살이 간지럽다. 그 간지러움에 나도 버름하여 다시 짐을 메고 일어서는데, 늦 가을 푹 익어가던 북한산 계곡에 내려 놓고 미처 챙기지 못한 마음만 덩그러니 두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