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엄연한 관료제 국가로 당상관직 이상은 반드시 과거제를 거쳐야만 기용될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엄격해야할 과거의 권위가 무너지고 관련 범죄 또한 다양해졌습니다.

과 거에는 3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치르며 주로 경전을 논하는 식년시와 부정기적으로 치르며 주로 시문, 제술을 다루는 별시와 정시가 있는데 전화기도 인터넷도 없는 시절에 수도에서 비정기적으로 치뤄지는 별시는 곧잘 세도가 자제들의 전유물이 되곤했습니다. 지방의 유생들은 별시가 열린다는 소식조차 듣지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빈번했지요. 그래서 정조는 노론에 의해 소외받던 영남 남인들을 등용하기 위해 1792년(정조 16) 3월 일부러 퇴계 이황을 모신 안동 도산서원에서 별시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아래 김흥도의 <소과응시>에 나온것처럼

글쓰는 사수, 자리잡는 선접꾼, 답적는 거벽이 접을 만들어 과거 시험을 치고 답을 베끼거나 문제를 미리 알아내 답안지를 만들어오거나 시험관을 매수하는등 온갖 부정행위가 등장했습니다.

문과에 비해 평민들도 응시하기 쉬웠던 무과의 경우도 사정은 만만치않아서 각종 폐단이 무과 응시를 막고 국방력을 좀먹었는데 대표적인 것들로 5가지가 있습니다.


1. 격축(擊逐) - 식년시나 나라에 경사가 있을때 시행하는 증광시 무과는 10가지 무예와 한 가지 병서의 강론으로 합격여부를 판단하므로 한가지 무예만 보는 별시 무과에 비해 훨씬 수준이 높아 비단옷 걸치고 단련을 게을리하는 서울 권세가 자제들은 3년을 기다려 악착같이 공부해 오는 평안도나 다른 지방 출신들에 제치고 합격하기가 어려습니다.  

그래서 서울 세도가집 자제들은 대가를 주고 불량배들을 끌어모은 다음 지방에서 온 무과응시생들에게 접근시켰습니다. 그들은 어두운 골목길에 매복하거나 술집에서 일부러 싸움을 걸어 집단으로 폭행한 다음 무과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뼈를 부러뜨렸습니다. 말그대로 쳐서擊  내ㅤㅉㅗㅈ는 逐 겁니다. 용케 불량배들을 피해간 사람이 무예에서 자기보다 높은 점수를 얻으면 시험관을 매수합니다. 그럼 시험관은 병서를 강론하러 들어온 지방 응시자를 어떤 트집을 잡아서든 탈락시킵니다.

2. 공로(空老) - 세도가 집 자제들은 식년시에 급제하지 않아도 아침에 제수되어 저녁이면 높은 자리로 옮겨지고 남북으로 좋은 두루거쳐 10년안에 감사, 병사, 수사에 오르지만 지방 사람들은 식년시에 급제해도 좌우사방에서 그 출세길을 막아 고생만 실컷하다가 10대에 걸쳐 쌓아온 재산을 모두 잃고 파산하는것을 말합니다.  

3. 징포(徵布) -  무과출신의 아들, 사위, 아우, 조카를 모두 군적에 올리고 “유청(有廳)군관”이라 부르면서 해마다 베 한 필(돈으로는 두 냥)을 징수하는것을 말합니다. 병조에서 장적(帳籍)을 조사해서 어린아이 하나라도 혹 숨기거나 누락되는 자가 없게 하고 만에하나 숨기거나 빠진 자가 있으면 군리(軍吏)가 찾아가 악착까지 뜯어냅니다. 이래서 과거한번 잘못봤다 삼족이 해를 당하는 폐단이 발생합니다.

4. 만과(萬科) - 한 발 이라도 명중시킨 사람은 다 급제시켜, 급제자가 천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것을 말합니다. 잘 쏘는 사람과 못 쏘는 사람이 같은 등으로 분류되어 실력이 없어도 운좋으면 급제합니다.

5. 무액(無額) - 무과응시자에 정원을 두지않아 생기는 폐단. 있는 사람은 너도 나도 활 쏘아줄 사람을 구해 대리 응시하는 바람에 돈 없는 사람만 서럽게 됩니다.

정약용은 자신의 <경세유표>에서 이 다섯가지 폐단에 대해 논하며 이때문에 아무리 수령들이 무예의 중요성을 논해도 아무도 따르려는 자가 없다며 탄식한바 있습니다.

원글 - rezen님의 http://pwt9887.egloos.com/4385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