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혼자, 밥 먹기 무엇을 할까 생각 하던 중 인터넷에서 ‘혼자 밥 먹기 난위도’를 보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김0천국에서 혼자 많이 먹어봤으니 낮은 단계는 넘어가고 높은 단계로 바로 가자. 높은 단계의 난위도에는 패밀리레스토랑, 고기집이 있는데 왠지 오늘은 삼겹살이 땡긴다. 적당한 삼겹살 집으로 향했다. 첫 경험은 언제나 떨리나보다. 여자 알바생이 온다. ‘몇 분이세요? ‘혼자 왔어요’ 피식 웃는 듯하다. 창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행인지 주위 테이블에는 사람이 없고 구석진 곳 몇 테이블에 사람들이 있다. 역시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이다. 겉옷을 벗어놓고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남자 알바생이 온다. ‘몇 분이서 오셨어요?’ 고녀석 목소리가 우렁차다. 주위가 집중되는 느낌이다. ‘혼자 왔는데요, 주문했어요.’ ‘헛...’ 살짝 당황한 듯하다. 내가 혼자 왔다고해서 당황한 것일까, 아님 주문을 했다고 해서 당황한 것일까. 알 수 없다. 고기가 나오고 사진을 찍는다. |
고기를 조금 굽기 시작하자 내 앞 테이블에 두 커플이 와서 앉는다.
고개를 들면 눈을 마주치게 되어 약간은 민망스러운 상황이 된다.
앞 테이블에서 즐거운 대화가 오가는지 웃음소리가 들린다.
‘저기 저사람 혼자 왔나봐'
'고기 집에 혼자 오는거 쪽팔리지 않나? 하하하‘
‘그러게 어떻게 혼자 밥 먹지 호호호’
‘왕따인가봐 불쌍하다.’
물론 내 귀에만 그렇게 들리는 것이지 사실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음이 약해진거다. 이럴수록 마음을 다잡아 본다.
‘나는 친구가 없는게 아니라, 자발적 아웃사이더다. 하하하’
조심스럽게 셀카 자세를 취한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본다. 역시 저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내 얼굴도 작품이 된다.’
라는 카피가 인상적인 광고의 카메라 시리즈인데 사진을 보니 과장 광고가 틀림없다.
꾸역꾸역 말도 안하고 혼자 먹으니 금방 먹는다. 2인분인데...
계산하고 커피를 한 잔 빼들고 다음 코스로 향한다.
# 2
혼자, 영화보기
뭐 영화 보는거야 껌이지.
전에도 혼자 영화 보러 온 적이 있었다. 표 사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영화관에 앉아서 광고 보는 시간이 최대 위기였었다.
주위에는 커플들도 있고 친구나 가족과 같이 온 사람들이 있어 훤한 곳에서 혼자앉아서 광고를 보는 것도 그렇고, 고개 숙이고 핸드폰 만지는 것도 찌질한 것 같아 중간에 뛰쳐나갔었다.
그리고 몇분 후 영화가 시작되고 영화관에 어둠이 깔린 후에 자리에 앉을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필코 그것마저 즐겨보리라 마음을 다 잡는다.
‘아000 맨, 8시 50분요’
‘네, 아000 맨 성인 2명이요?’
‘아니요, 1장요’
‘아, 네...’
영화는 둘 이상 같이 보는 것이 기본인가 보다.
중간 줄 1자리 빈곳이 있다. 그래 바로 거기가 나를 위한 자리다.
대기하다 영화시작 10분전에 들어간다. 왼쪽에는 커플이 있고 오른쪽에는 한자리가 비어 있다.
화장실 갔나 보다.
지리한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될 즈음 한 남자가 내 앞을 지나간다.
그래 오른쪽 한 자리 주인이다. 그 한자리...
그래 내가 너 맘을 안다. 밖에서 기다리느라 고생했다. 즐거운 맘으로 같이 영화보자.
아이한테 눈 던지는 로버트의 모습이 왜 이렇게 웃기냐 하하하
엔딩크레딧 다 올라가고 뭐가 더 있다던데... 기다리며 사진을 한 장 찍어본다.
그리고, 셀카를 찍는다. 아... 셀카 참 쉽지 않다.
# 3
혼자, 커피 마시기
적당한 커피숍을 찾는다. 시간이 조금 늦었으니 그냥 저기 보이는 가까운 곳으로 가자
음~ 갓 볶은 커피 향을 맡으니 마치 뉴요커가 된 것 같았다. 음~ 스멜
일단 주문을 하자
‘11시 50분까지 하는데 괜찮으세요?’라고 알바생이 물어본다.
‘네’ (어차피 혼자 사진만 찍으면 돼요. - 이 말은 차마 못하겠다.)
‘에스프레소 한 잔요’
이름이 멋있어서 골랐다. 어느 라디오에서 커피 주문할 때 ‘에스프레소 더블 샷’을 시키면 커피에 대해 조예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걸 들었다. 물론 허세용이다.
‘종이컵 괜찮으시죠?’
‘네’
앗 세상에... 에스프레소를 종이컵에 마시다니, 맛도 모르고 마시는 쓰디쓴 에스프레소는 작은 잔에 담겨 있어야 맛있어 보이고, 사진 찍을 때도 이쁜데. 내가 왜 ‘네’라고 대답했을까?
1. 혼자 온 것에 신경 쓰느라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2. 마감때니까 알바생 설겆이 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싶어서
3. 알바생이 이뻐서 쳐다보느라 어떨결에
4. 그냥?
잘 모르겠다.
커피를 받아들고 자리를 잡았다.
커피사진을 찍어본다. 종이컵이 끝내 아쉽다.
그리고 주위를 살피며 셀카 자세를 취한다.
주위에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잽싸게 사진을 찍는다.
커피 마시며 잡지 좀 보다 ‘내가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자야겠다. 피곤한 하루다
출처:
네이트 펌이 면서 나
http://pann.nate.com/talk/318234203
'오늘의 톡'이 되고 싶었으나 묻히는거 같아 오유에서 재도전 힝 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