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칼럼게에서 롤드컵 보이콧을 넘어 롤 자체에 대한 보이콧을 건의한 글쓴이입니다. 오늘까지 마칠 일이 있어 일에 매진하다가, 예전에 쓴 글과 관련된 주제로 최근의 분위기에 대해서 첨언하고픈 바가 있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으니,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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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과 브랜드 백이 미처 예상치 못할정도로 '수준 높은'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팬과 플레이어 여러분께.
며칠 전, 저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의 조별 예선을 동남아시아와 대만에서 개최하고 8강 전부터 결승전은 한국에서 치른다는 발표를 들었습니다. 지난 해 11월 월드 챔피언십 한국 개최 발표 이후, 처음으로 대회 계획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고지였습니다.
라이엇 말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공지에는 상세한 정보가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당연히 많은 한국 플레이어와 팬 들은 결승까지의 모든 경기가 한국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라이엇은 이를 미처 예상치 못했다고 하지만, 솔직히 이걸 예상치 못했다고 진지하게 믿는 것은 람머스 랩하는 소리니깐 거르고 넘어가겠습니다.
결국 간단하게 말하면, 라이엇은 한국 시장이 느낄 불편한 감정과 동남아 시장에서의 대규모 프로모션 기회를 교환한 것입니다. 일체의 추측을 배제하고 주어진 사항만 고려하면 그렇지만, 그럴꺼면 한국에서 롤드컵을 개최하고 올스타전을 동남아에서 개최해, 반대 여론도 안 생기고 홍보는 훨씬 더 짱짱 잘할 수 있는 방책이 있다는 걸 고려해볼 때 아마 이번 롤드컵을 한국 동남아 묶어서 퉁치고 다음 대회는 북미, 중국에서 열고 싶다는 속셈이 높은 확률로 유추되기는 합니다.
기업은 이익을 최우선하며, 이번 라이엇의 결정도 그러한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라이엇은 아마도 한국 시장의 불편한 감정이 초래하는 손해가 이번 분산 개최로 얻을 이익보다 작다라는 계산 하였을 것입니다. 제가 마케팅 전문가, 재무 전문가는 아니라서 이것이 실제로 맞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저는
' 그래. 그 손해가 이익보다 작든 크든 어디 한번 그 손해를 처먹어보고 이야기 해보자꾸나.'
라는 생각으로 보이콧을 제안하였고, 다행이도 현재 인벤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보이콧 여론이 활발해짐과 동시에, 보이콧에 대해서 우려하고 걱정하는 의견 또한 생겨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그러한 의견에 대해서 보이콧 지지론자로서 소견을 밝히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1. 님들 보이콧하면 나라 망신이에요.. 괜히 RIOT에 밉보여서 불이익 받지 말고 그냥 잘 치뤄서 E-SPORT로 국위 선양이나 하죠^^
몇년전 G20 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고 난리가 나고, 거기에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상회의기간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자제해 주십시오.' 라고 공고가 붙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공고가 나붙을 당시, 저는 런닝에 깔깔이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채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집을 나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골목마다 빼곡히 붙어있던 공문을 바라보며 짤막히 말했습니다. 'ㅈㄹ하고 자빠졌네.'
회의가 열린다는 코엑스까지 한시간이 넘게 걸리는 동네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집안에 모아두고 썩혀야 하는 그놈의 국위선양이니 뭐니 하는 것에 지극히 냉소적인 제 개인적인 성향과는 제쳐두고서라도, 이번 대회를 잘 치뤄서 선양될 국격이라는 것은 참으로 모호하고도 희미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E-SPORT계에서 한국은 역사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인프라로도 높은 수준을 이룩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E-SPORT의 역사가 태동한 공간이며 그에 따라 전국의 깔린 인터넷망, 피시방, 게임 전문 케이블 방송국 등 어느 나라도 따라가기 힘든 E-SPOR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E-SPORT를 찾아보는 이들이라면 어느 누구나 인정하는바이며 LOL,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KOF, Street Fighter, 철권. 등 각종 게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들을 보유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보이콧이 이뤄진다고 해서 한국의 E-SPORT 위상이 떨어지고, 앞으로 한국이 LOL대회에서 기피당하게 될까요? 아니요. 설사 이번 보이콧이 너무너무 잘 되서 RIOT이 빡쳐서 롤드컵에 한국 선수 출전 금지령을 내려도 그건 롤드컵이 망하지 한국이 망하는 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대회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의 수준이지 대회에 얼마만큼의 자본이 들어갔느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바둑대회였던 중일 슈퍼 대항전이 몰락하게 된 것은, 압도적인 신위를 자랑하며 바둑계의 거성으로 떠오른 이창호 9단의 존재때문이었습니다. 돈을 몇십억이 걸린 대회건 뭐건, 세계 최강자가 빠진 이류 다툼에 세계인의 이목은 끌리지 않았거든요. LOL이요? 삼성, SK, CJ, 나진,KT ...... 국내에서 강팀이라 불리는 팀 중에서 해외 팀과 비교했을 때 밀린다고 생각되는 팀이 있으십니까? 이들을 빼놓고 하는 세계 최강자전이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한국에서 LOL대회 안 열어주면 어쩌냐고요? 자. 이 질문은 다음 파트에서 다뤄봅시다.
2. 라이엇이 선의로, 공짜로 해주는 이벤트인데 그걸 왜 보이콧함? 주는 거 거절했다가 다음부터 안 해준다고 하면 어쩔려고 그럼?
국내에서 사회공헌에 가장 힘쓰는 기업은 삼성입니다. 사회공헌에만 4~5000억원의 예산을 쓰고 운용하고 있는 재단이나 봉사단의 규모 또한 어마어마하죠. 그러나 그렇다고 사회와 국민에 기여하는 가장 좋은 기업을 뽑을 때 삼성을 뽑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러한 차이는 기업의 윤리와, 개인의 윤리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크다는 데서 발생하게 됩니다.
기업의 윤리는 엄밀히 따지면 기업의 이익을 전제로 합니다. 제가 지나가다 불우이웃돕기에 성금을 낸다면 그것은 저 개인적인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기업이 불우이웃돕기에 대규모 자금을 낸다면 그것은 기업의 홍보와 그로 인한 장기적인 이득을 계산하여 행해지는 행위가 됩니다.(물론 그렇지 않고 선의에서 사회공헌을 행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유한양행과 같은 회사가 대표적으로 대체로 훌룡하신 창업주의 뜻을 잘 이행하고 있는 경우죠)
라이엇의 롤드컵 정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라이엇의 롤드컵 정책은 결코 공짜가 아니라 LOL에 E-SPROT계의 공식적인 권위를 부여하여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흥분시키며 국가 대항전의 열기를 붇돋는 홍보 전략이며 마케팅 수단입니다. 최근 총 상금 100억을 돌파한 도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총상금 20억인 LOL과 비교해서 밸브가 라이엇보다 5배나 더 사회환원적이고 유저친화적인게 아니라, 후발주자로서 이목을 끌고 도타 대회에 권위를 부여하려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봐야겠지요.
결국 롤드컵은 RIOT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며 따라서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는 곧 회사의 이익입니다. 우리가 이번 대회를 보이콧 하지 말고 그놈의 국격을 올린답시고 아주아주아주 모범적으로 잘 치루면 다음에도 선심쓰듯이 계속 롤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돈이 되는 방향으로 열리는 겁니다. 동남아가 우리만큼 인프라가 좋고, 유저수준이 높고, RIOT에 기여한 바가 많아서 이번에 한국이랑 같이 개최될까요? 아니요. 한국은 약속은 해줬으니 열긴 열어야 되는데 어차피 마케팅 안 해도 잘 벌리는 동네니깐 해줄 필요가 없고, 동남아는 마케팅 하면 새로 쑥쑥 성장할거 같으니깐 에라 그냥 묶자 하면서 묶는 겁니다.
라이엇의 사과문에서 뭐라고 하든가요. 이미 정해서 바꿀 수가 없다는 말 기억나십니까? 경기장 구하고 이것저것 드는 예산 정말정말정말 최대치로 넣어서 한 200억 된다고 칩시다. 라이엇의 말은 한국 너희들의 불평불만이 이만큼의 가치가 안 된다고 말하는 겁니다. 근데 그럴까요? 작년 한해동안 라이엇이 벌은 6000억원이 넘는 수입중에서 한국이 벌어다 준 2000억원이 넘는 수익이 이번 확산개최로 인해서 올해는 1800억이 되고, 내년에는 1500억이 될께 확실하다면 라이엇이 지금 고개 빳빳히 들고 '미안ㅋ 이미 다 정해져서 안 됨ㅋ' 하고 있을거 같습니까? ㅅㅂ 야 웃돈 주고서라도 경기장 물색해오던가 공터에 천막하고 매트깔아서 인원 수용할 수 있게 만들던가 어떻게든 하라고! 라고 브랜든 백이 기획자들 들들 볶고 있겠죠. 한국이랑 동남아 분산 개최 기획 낸 새끼 조인트 까고 책상 빼서 건물밖으로 던지는건 덤이구요.
그리고 사실 공짜인데 뭘 그리 요구하고 앉았냐. 라는 말도 웃긴게 저희가 라이엇 총 수입중에서 1/3 이상 수익을 내주는 알짜배기 시장이니깐 3년에 한번씩은 꼭 한국에서 롤드컵을 열고, 나머지 2번은 중국, 유럽, 북미, 동남아, 브라질, 러시아 하여튼 너그들끼리 적당히 나눠가져라 이런 비정상적인 요구를 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우리 차례에 롤드컵이 왔으니 그 전에 개최국처럼 온전하게 즐기고 싶다. 그거 하나인데, 정상적인 회사라면 매출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최고 우수 고객에게 특급 이벤트를 따로 열어줘도 모자랄 판입니다. 근데 라이엇은 반대로 행하고 있으니 항의 여론이 튀어나오는 거죠. 이걸 바꾸기 위해서는 회사의 이익을 건드려야 하고, 이익을 건드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딱 하나입니다. 보이콧이요.
3. 보이콧? 될 거 같아? 안 돼. 택도 없어. 참여하는 사람들 몇명이나 된다고.
사실 보이콧에 대한 반대 및 우려의 의견 중에서 가장 중심적인 부분입니다. 어차피 안 될거에 헛심 쓰기 싫다는거죠. LOL을 즐기는 사람 중에 인벤을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으며, 이 사람들이 하지 않아봐야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 라는 주장입니다.
저는 이 주장에 일견 동의하는 바가 있습니다. 인벤은 거대 커뮤니티이기는 하나, LOL을 즐기는 사람들을 모두 대변하지는 않으며 다른 게임 커뮤니티(PGR이라거나 롤까페, 롤갤 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인원들이 전부 보이콧을 한다 하더라도 생각이상으로 큰 비중이 빠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인벤에서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이 보이콧에 참여한다면, 다른 게임 커뮤니티의 많은 이들이 이에 참여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은 LOL에 열정을 쏟아부어온 이들이고 단순히 LOL을 즐기는 것을 넘어 컨텐츠를 재생산하고 이를 다른 유저들과 공유하며 LOL의 저변을 넓혀온 LOL문화의 가장 핵심적인 'CORE'계층이기 때문입니다.
저번주 토요일,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PGR에서는 언제나 열리던 롤챔스 불판(중계와 관련된 글을 쓰고, 거기에 리플을 달면서 서로 경기현황을 중계하고 즐기는 글을 뜻합니다)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전까지 PGR에서 1200개가 넘는 글을, 그것도 대다수의 글을 불판으로 올려온 한 유저가 글을 올리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또한 그전까지 LOL과 관련된 칼럼, 경기분석, 유머, 공략 등을 올려오던 상당수의 유저들이 보이콧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1500개 이상의 리플이 보장되던 불판은, 주말 저녁 롤챔스라는 대목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100개 남짓의 리플만 남긴채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번 RIOT의 결정에 배신감을 느끼고 항의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흔히 말하는 CORE계층의 유저라 생각합니다. 이들은 LOL이란 게임을 사랑하고, 즐겨왔으며 RIOT의 행보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자신이 즐기는 LOL이란 게임을 매개로 인터넷상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칼럼, 공략, 팁같은 정보글을 쓰며, 혹은 영상이나 카툰과 같은 컨텐츠를 창조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들의 활동은 다른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유저층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그런 유저층 중에서는 다시금 CORE층이 탄생하게 되지요.
따라서 하나의 게임과 관련되어 컨텐츠를 생산하는 CORE유저층의 역할은 그 숫자가 설령 적을지라도 문화의 전파와 확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이들이 사라진다면 양적으로 부풀어서 풍성하게만 보이던 유저층이라 해도 삽시간에 몰락할 수있는 사상누각이 됩니다.
상상해 봅시다. 선수들의 멋진 하이라이트를 모으고 멋진 동영상으로 편집하던 이들이 없었다면, 예쁜 카툰과 캐릭터로 LOL설정에 흥미를 갖게 해주던 이들이 없었다면, 애정과 경험에서 우러난 양질의 공략글이 없다면, LOL의 최신 트렌드를 분석하고 나아갈 방향을 예측하던 칼럼이 없었다면, 거기에 구훈몽, 훈도무생같은 유머러스한 글도 없고, 압도와 도수의 프로 활동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도 없으며, 승부조작 시도에 분노하고 정의구현을 부르짖는 이들도 없는 그런 LOL판이 유지되어 왔다면 그래도 과연 자신이 현재처럼 LOL을 즐길 수 있었을지 말입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보이콧을 고려해 보세요. 당신은 LOL에 바쳐온 열정만큼이나, 충분한 자격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PS.
보이콧 하시는 동안 하실게 없다는 분들. 제 1회 코리아 승마 페스티벌이 7/6 일까지 과천 경마공원에서 열립니다. 가서 뮤지컬이나 무료 공연도 보시고, 실제로 모니터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헤카림을 탈 수 있는 기회도 잡아보세YO.
PS 2.
7월 내에 열리는 다른 행사나 타 게임의 이벤트도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보이콧을 하는 이들이 심심하지 않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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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 칼럼을 보다 글이 좋아서 가져와 봤습니다.
이번 오유 롤게시판 멘붕에 이어 롤드컵 사태로 2차멘붕 겪으신 분들이 적지 않으실텐데
한번쯤은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아 가져와 봤습니다.
출처는 롤 인벤 매니아칼럼 낫객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