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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을 각오로 쓰는) 진정한 여혐 코드는 멜로드라마에 있다.
게시물ID : drama_519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궁상각치우
추천 : 5/5
조회수 : 89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01/21 17:03:33
서문. 
 호랑이 굴에 가야 호랑이를 잡는다던가?
 이 글을 어디다 써야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여기로 왔음.
 묻히기 보다는 매라도 맞는게 나을 거 같아서...
 대놓고 드라마 정나미를 떨어뜨릴 거기 때문에, 
 무서우면 여기서 비공 누르고 나가세요.

시작.

 요즘 게시판쪽에는 "여혐 논란"으로 시끄럽더군요.
 메갈/판 같은 곳에서 "이것도 여혐, 저것도 여혐" 하는 글이 여기저기 퍼날라져서 
 논란이 되는 방식.
 
 근데, 사실 진정한 여혐은 티비 멜로드라마 아닌가?
 (이 말은 약 20여년 전부터 했던 말임. "여자들은 드라마 보면 화 안나나?" 뭐 이런 식으로 했던 말임)

 티비 멜로드라마야 말로 여혐 코드를 총집합체 같은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도 여자고, 주 시청층도 여자, 
 그런데, 여혐코드로 가득....
 왜 드라마가 여혐코드로 가득차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위해 예를 들어 사족을 달아보자.
 
 1. 왜 남자는 늘 여자보다 잘 나가는가?
  보통 멜로 드라마에서 남주와 여주의 정형화 된 코드가 있다.
  남주는 큰 대기업 오너 혹은 그 아들 그도 아니면 중역 (인데, 30대 중반도 안됨)
  여주는 가난하고, 삶에 정신적인 짐이 많지만, 맑고 명랑한 똑순이같은 여자.
  남주가 가난하고 여주가 부자인 드라마 봤음?
  그리고, 여주 집안은 "너한테 재산 안 줄거임" 해도 쿨하게 "그러셈"하고 
  남주한테 가는 그런 드라마 본 적 있음?
  솔직히 20세기 까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거 엄슴.

  2.  남주와 여주가 재력차이가 많이 나는 로맨스 현실엔 거의 없지 않음?
  그런데, 이걸 로맨스로 만들려니 여러가지 무리한 시도가 뒤따른다.
  맨 처음 남주는 여주가 맘에 들어 따라다닌다. 
  왜? 겁나 이뻐서? 모든 로맨스 드라마들이 처음 남주와 여주가 사랑에 빠지는 계기가 정말 허술하다.
  그냥 좋아해야 하나보다 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잘나가는 남자들이 아랫직원들 중 하나가 이쁘다고 해서 접근하는 상황이
  순수한 사랑일 확률은 매우 낮다. 

  3. 여주는 회사에서 덤벙대고 욕쳐먹기 일쑨데,
   남주가 그걸 막아주고 로맨스를 싹틔움.
  어제 도깨비 보니까 요 코드 그대로 던데..
  현실에서 이런 직원 있으면 개 재수 아닌가?
  여주가 실수해서 광고 두개 날려먹었는데, 
  남주가 광고 따주고, 회사에서 박수 받음...이게 뭐여.
  (회사입장에선 간담이 서늘하던 상황에서 광고 따왔다고 박수를 주진 않을 거임
   "와, 저 X년때문에 놀랜거 생각하면 아유"... 이러겠지..)

 4. 절대로 이루어 지지 못하는 상황에도 남주의 재력/권력/능력으로 
   상황이 가볍게 해결되는 경우가 너무 많음.
   여주의 능력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 봤음?
   여주의 능력은 두개 밖에 없음. 이쁜거+착한거 = 남주가 뿅가서 능력발휘 = 상황종료

 그 밖에도 주변인물들 흔히 감초라고 부르는 인물들의 대사들은 
 작가의 부연설명 같은 것일텐데, 여혐코드 투성이다.
 "집안배경이 어쩌고, 유산이 저쩌고, 기업이 몇개고..."
 이딴 식의 저열한 서사들이 
 주인공들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면
 문득 이들이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는 착각이 들때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손에 땀을 쥐고 보는 이유가
 그런 걸림돌이 "실제로 매우 어마어마한 걸림돌" 이란 걸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혐코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어 버린다.

마무리,
 
대학시절 방학이 되면 어머니와 함께 아침먹으면서 아침드라마를 보는 일이 많았다.
그런 상황이 한달쯤 되고는 어머니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엄마, 20대 정신건강에 안 좋은 거 같다.
저거 보다는 그냥 아침마당을 보는게 낫겠다."
의외로 어머니는 흔쾌히 채널을 돌려주셨는데,
어느 정도 인정하시는 눈치셨다.

확실한 건 이제 멜로 드라마를 안 볼 때가 됐다는 점이다.
멜로 드라마를 보지 말라 그러니까 되게 이상한 말인데,
지금 같은 정형화된 멜로 드라마를 보지 말란 말이다.
방송사만 욕할게 아니라,
스킨만 바뀐 정형화된 드라마가 계속 히트를 치니까
방송사 입장에선 계속 찍어내는게 당연하다.

한국은 메디컬 드라마는 의사가 사랑하고
형사드라마는 형사가 사랑을 한다는 말 정말 공감한다.
이제 그만 사랑하고 환자에 집중하고, 사건에 집중하자.
그리고, 좀 여자가 전면에 서는 드라마 나 영화좀 봤으면 좋겠다.
작가가 대부분 여잔데, 왜 주인공은 공유, 이민호, 김수현 이냔 말이다.

매라도 씨~게 맞을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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