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무너진 시청 앞에 내려섰다. 시청 주변에 살던 모든 포니들이 나온 듯이 소란스러웠다. 그들은 건물이 무너지면서 생긴 사상자들을 구하기 위해 돌을 치운다, 잔해를 옮긴다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쉬 경!"
마침 그를 발견한 시청의 직원 중 하나가 그를 불렀다. 잔해와 일하는 포니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달려온 그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 써 본래의 몸 색깔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그에게서 상황을 전달 받고자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공주님은 무사히 대피했습니까?"
"공주님은 보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섬광이 치솟더니 시청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저희는 건물 잔해에 깔린 부상자들을 구출하기에도 바쁜 상황입니다. 그런데..."
"뭡니까?"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리로."
그가 이끈 곳으로 가보니 미네스의 시체가 있었다. 팔 다리는 어쨌는지 몸통만 남아 있는 그의 몸을 보던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무감각하게 시체를 뒤집었다. 가슴이 훤히 열려 장기들이 쏟아져 내렸다.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가 침음성을 흘렸다.
"심장이 없군."
"……"
"근데 그 전에..."
"……?"
"이 녀석이 왜 여기서 이런 몰골로?"
"그… 긍쎄요. 그겅 잘…"
코맹맹이 소리에 돌아보자 직원은 토할 것 같이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코와 입을 막고 있었다. 이런 모습의 시체는 처음 본 모양이었다. 아니 시체가 처음인가?
"아까 본 섬광은 공주님의 마법이 틀림없는 것 같은데. 이 놈은 왜 여기서 죽어있고, 공주님은 어디 계신거지?"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보이는 것을 토대로 가설을 만들어 보았다. 현재 상황을 보면 진짜 범인이 난입해 이 놈을 죽이고 공주님을 납치? 아니 스파이크 경의 시체를 보면 공주님이 유력한 용의자임이 틀림없다. 누가 공주님의 처소에 난입해서 스파이크 경을 죽일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공주님은 봉인되어 힘을 쓸 수 없을텐데? 게다가 미네스 이 녀석은 도대체 왜 여기서 죽어 있는거지? 떠오르는 생각들을 차근차근 살피던 그의 눈에 문득 미네스의 시체가 들어왔다. 팔, 다리는 강제로 잡아 뜯긴 듯 거친 상처 부위와 장기가 흘러내린 흉부는 안에서부터 터진 듯 피부가 바깥으로 말려 있다. 그리고… 사타구니는 뭔가에 세차게 맞고 짓이겨진 것처럼 뭉개져 있다. 만약 이 녀석이...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의 뇌리에 있을 수 없는 아니, 있어선 안될 최악의 상황이 떠올랐다.
"설마?"
"대쉬 경!"
그를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 보니 미네스에게 사건 현장을 안내하라고 명령했던 로얄가드 그리츠가 날아오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날아내려온 그리츠는 땅에 닿기 직전 날개를 펄럭여 속도를 줄이고 가볍게 내려섰다.
"대쉬 경. 찾았습니다."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를 부르며 가까이 다가온 그리츠는 그의 옆에 널부러진 미네스의 시체를 발견하고 침음성을 흘렸다.
"음. 이 녀석 죽었군요."
"그리츠. 어디 갔다 온거야? 왜 이 녀석이 여기 있는거지? 이 놈이랑 같이 있으라고 하지않았나?"
"현장 안내는 진작에 끝내고 저와 헤어졌습니다. 따로 조사할 일이 있다고 하길래 말이죠. 그보다 이 녀석 가짭니다."
"뭐? 가짜?"
"예전에 다른 수사관과 일한 적이 있어 아는데, 이 녀석 조사하는 것이 뭔가 미숙해서 이상하길래, 따로 간다고 하길래 잘 됐다고 생각하고 제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보인 명령서는 진짜였지 않나?"
"그게… 일단 이걸 보시죠."
그리츠는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공문서였다.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종이를 받아 들고 빠른 속도로 읽었다.
"보내기로 한 수사관이 사망했으니 다른 조사관을 보낸다고?"
"마침 제 훈련소 동기가 담당이라 자세한 사정을 들었는데…"
"……?"
"이곳에 오기로 한 수사관이 직전에 맡은 건이 그리폰 왕국에서 밀항한 연쇄강간범을 추적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단서를 잡았다고 나갔는데, 그만 시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게다가…… 강간당한 흔적이 있었다고."
-와작!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가 들고 있던 종이를 구겨졌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구겨버린 종이를 멍 하니 바라보다가 거칠게 내팽게치고 미네스의 시체를 걷어찼다.
"제길. 이 빌어먹을 자식."
잠시 씩씩거리던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그리츠에게 명령했다.
"그리츠! 비상사태다. 캔틀롯에 지원병력을 요청해. 그리폰왕국에서 수배중인 연쇄강간범으로 의심되는 이를 발견했으나 사망했다고 전하고, 포니빌에서 일어난 살해사건의 유력한 범인은 트와일라잇 공주님으로 추정된다고 알려."
"네?"
"못 들었나?"
"……확실한 겁니까?"
"공주님의 처소에서 스파이크 경의 시체를 발견됐다. 사망한지 몇 일은 된 것처럼 보이며, 공주님의 처소를 방문한 이는 내가 알기론 없다. 다른 사건들도 공주님의 능력을 대입하면 비밀이 풀린다. 믿기 어렵지만 정황상 트와일라잇 공주님의 소행으로 보인다."
"……"
"시청을 무너뜨린 보라색의 섬광. 그건 틀림없이 트와일라잇 공주님의 마법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
"왜? 라는 문제가 남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은 공주님을 찾는 게 먼저야."
"네."
"공주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린 모른다. 하지만 공주님이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우리 로얄가드는 일단 트와일라잇 공주님의 존체를 구속하고 판단은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맡긴다. 알아들었나?"
"Sir!"
"다른 녀석이 범인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상한 놈들은 모두 구속하라고 전해. 당장 움직여!"
그리츠는 그의 명령대로 캔틀롯에 연락을 취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그와 그리츠가 대화하는 동안 한쪽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시청 직원을 불렀다.
"상황은 들은 바와 같습니다. 포니빌의 모든 주민을 한 곳으로 모아 주십시오. 더 이상의 피해는 없어야 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공주님의 친구분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퀘스트리아의 여러 문제를 공주님과 같이 해결한 그분들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군요."
"여…연락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둘러 주십시오."
"네."
직원은 서둘러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직원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기를 간절히 바랐다.
* * *
플러터샤이는 자신의 집, 정문 앞에서 그녀의 애완동물 토끼 엔젤과 함께 저 멀리 포니빌에서 하늘을 뚫고 있는 굵은 빛 기둥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최근 흉흉한 사건으로 친구들은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그녀의 집에서 나와 포니빌 안에서 지내길 권유했으나, 플러터샤이는 돌볼 친구들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대신 항상 문단속을 잘 하겠다고 약속하고 여전히 에버프리 숲 옆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지내던 중이었다.
잘 준비를 하던 그녀는 창 밖으로 환한 빛이 비추자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보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 하들을 뚫고 밤하늘을 밝히던 커다란 빛 기둥은 얼마 안 있어 사라졌다. 대신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어머. 무슨 일일까? 엔젤."
이젠 나이가 들어 예전과 같은 활달함은 없이 무거운 몸을 이끌며, 크게 뜨지 못해 작고 가는 눈으로 플러터샤이와 같이 빛을 바라보던 엔젤이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도 모른다는 뜻이다.
"괜한걸 물었네. 엔젤. 나 때문에 기분 나쁜건 아니지? 괜찮아. 무슨 일이건 간에 트와일라잇이 잘 해결할 거야. 불안해 할 필요는 없어."
엔젤에게 말했지만, 그 말은 불안에 떠는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플러터샤이는 얼마 전 일어난 사건으로 마을 전체가 흉흉해지자 바깥 출입을 삼가고 있었다. 소심하고 겁 많은 그녀는 흉측한 사건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평소의 자신의 모습에 비하면 심각하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진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트와일라잇이 포니빌에거 거주하던 시절 마을에 문제가 생기면 포니빌 주민들은 그녀의 도서관을 찾았고,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트와일라잇은 항상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리고 문제는 해결됐었다. 지금 포니빌엔 트와일라잇이 있었다. 이번에도 빠른 시간 안에 그녀는 방법을 찾아 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렴. 엔젤. 찬 바람은 네게 좋지 않아."
플러터샤이는 불안함을 지워버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며 엔젤을 불렀다. 하지만 엔젤은 플러터샤이의 부름에 답하지 않고 길 한편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엔젤이 어릴 적엔 곧잘 플러터샤이를 골탕 먹이곤 했지만, 나이가 든 지금 토끼 엔젤은 그녀에게 있어 인생의 동반자와 같았다. 플러터샤이의 부름을 무시 한 것은 꽤나 오랜만의 일이었다.
"엔젤?"
그래서 플러터샤이는 의아해하면서도 엔젤의 곁으로 다가와 그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봤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컴컴한 밤하늘과 나무들, 그 나무 위에 잠든 새들 외엔 없었다.
평소와 다른 엔젤의 모습이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플러터샤이는 노쇠한 엔젤의 건강이 걱정됐다. 그래서 엔젤을 안아들고 돌아섰다.
"바람이 차요. 토끼 엔젤. 이제 자야지?"
플러터샤이는 엔젤을 안고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 그녀의 품 안에 얌전히 안겨있던 엔젤은 플러터샤이의 몸을 두드리며 그녀의 얼굴을 잡고 돌렸다. 엔젤에 의해 강제로 얼굴을 돌리게 된 플러터샤이의 시선은 조금 전까지 엔젤이 바라보던, 포니빌과 그녀의 집 사이에 있는 작은 숲에서 빠져나오는 오솔길 끝이었다. 그곳에서 검은 그림자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숲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꺅!"
나지막한 비명과 함께 재빨리 집으로 들어간 플러터샤이는 문을 닫고 잠궜다. 추가로 단 자물쇠를 모두 걸고 문 옆에 놔둔 몽둥이를 집어 든 플러터샤이가 문에 난 조그마한 창으로 밖을 내다봤다. 그림자는 느릿느릿 천천히 하지만, 꾸준한 속도로 걸어오고 있었다.
"어…어쩌지. 엔젤? 친구들의 충고를 들었어야 할까?"
안절부절하며 플러터샤이가 엔젤에게 묻자 발로 바닥을 두드리며 잠시 생각하던 엔젤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표정을 환하게 하며 창문을 가리켰다.
"오. 안돼. 엔젤. 난 빠르게 날지 못해. 금방 잡히고 말거야."
그러나 플러터샤이는 부정적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겁에 질리면 평소 잘 하던 것도 실수하기 십상이었다. 하물며 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페가수스 플러터샤이가 창문을 빠져나가 날아 오른다고 해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엔젤은 다시 바닥을 두드리며 고민하다가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지 머리를 쥐어뜯었다. 엔젤의 모스에 더욱 패닉에 빠진 플러터샤이는 부들부들 떨며 다시 창 밖을 바라봤다. 그림자는 더 가까워져 있었다.
"맙소사. 어떡하지?"
플러터샤이는 더욱 겁에 질렸다. 그림자는 멈춰서거나 방향을 바꾸는 일 없이 점자 그녀의 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주저앉아 이를 떨던 플러터샤이는 겁에 질린 눈동자로 다시 한번 창 밖으로 정체불명의 그림자를 확인했다. 그 때, 구름에 가려졌던 달이 얼굴을 비췄다. 달빛이 다가오는 그림자를 벗겨냈다. 보라색의 털과 날개, 뿔! 트와일라잇이었다.
트와일라잇을 확인한 플러터샤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친구를 맞고자 문을 열고 나서던 플러터샤이는 멈춰섰다. 엔젤이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뒷다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흔드는 엔젤을 플러터샤이가 이상하게 바라봤다.
"왜 그러니? 엔젤. 봐! 트와일라잇이야."
플러터샤이는 엔젤을 달랬다. 그러나 엔젤은 더욱 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플러터샤이의 발을 놓지 않았다.
"괜찮다니까? 엔젤."
플러터샤이는 엔젤을 다리에 매단 채 다가오는 트와일라잇을 맞았다.
"오. 어서 와. 트와일라잇. 방금 봤어? 포니빌에…"
가까이 다가온 트와일라잇을 반갑게 맞이하던 플러터샤이는 그녀의 모습에 놀라 말을 멈췄다. 멍한 표정을 하고 다가온 트와일라잇의 눈엔 초점이 잡혀있지 않았다. 게다가 하얀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그녀의 몸 여기저기엔 많은 상처와 함께 검은 이물질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다리 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트와일라잇!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트와일라잇의 모습에 놀란 플러터샤이는 친구를 향해 달려갔다. 트와일라잇은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트와일라잇을 향해 똑바로 달려가던 플러터샤이의 시야가 순간 빙글 돌았다.
‘어?’
분명 날아오른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공중으로 떠 오른 그녀의 눈에 목이 없는 노란색 페가수스의 몸이 보였다. 왠지 낯익은 그것은 잘려진 목에서 피를 뿜으며 옆으로 쓰러져갔다.
‘어라?’
그리고 눈 앞이 캄캄해졌다.
엔젤이 괴성을 지르며 트와일라잇에게 달려들었다. 목이 분리되며 쓰러지는 플러터샤이의 모습에 눈물을 뿌리며 달려든 엔젤은 트와일라잇의 다리를 마구 두드렸다. 자신의 다리를 두들기는 엔젤을 아무런 표정없이 무감각하게 바라보던 트와일라잇은 조용히 한쪽 다리를 들어올렸다가 내리쳤다.
"조용하네."
의미 모를 말을 한 그녀는 뒤돌아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 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떠나고 남겨진 자리엔 플러터샤이라 불리던 페가수스와 짓이겨진 토끼 엔젤의 몸에서 나온 피가 대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 * *
셀레스티아는 빠른 속도로 하늘을 가로질렀다. 알 수 없는 불안한 심정에 루나가 지키는 전망대에 올랐던 셀레스티아는 포니빌에서 거대한 힘이 집중된 마법이 사용됐음을 보았다. 포니빌에서 그러한 마법을 사용할 존재는 트와일라잇외엔 없었다. 그래서 뒷일은 루나에게 맡기고 홀로 포니빌로 날아온 참이다. 뒷일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의 동생 루나는 훌륭하게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포니빌 근처에 도착한 셀레스티아는 정신을 집중했다. 트와일라잇을 찾기 위함이다. 그녀의 뿔에서 작은 빛 하나가 떨어져나와 한쪽 방향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셀레스티아도 빛을 따라 몸을 날렸다.
빛은 에버프리 숲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가다 어느순간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빛을 따라 온 셀레스티아가 바라보자 숲에 난 길 사이로 트와일라잇이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속도를 줄인 셀레스티아가 그녀의 앞에 내려섰다.
"트와일라잇 스파클!"
셀레스티아는 트와일라잇에게 다가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니? 아까의 마법은 또 뭐……앗!"
형편없는 트와일라잇의 몰골을 보며 걱정스런 말투로 묻던 셀레스티아가 다급히 몸을 틀었다. 트와일라잇의 뿔에서 생성된 빛이 그녀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초점 없는 눈을 한 트와일라잇의 뿔에서 쉴새없이 빛이 생성되며 셀레스티아를 향해 날아갔다. 방어할 마법을 사용해야 하지만 공격이 너무 빨랐다. 연거푸 뒷걸음질치며 마법을 피하던 셀레스티아가 튀어나온 돌부리에 주춤한 순간 트와일라잇의 마법이 그녀의 날개를 강타했다.
"꺄악!"
트와일라잇의 마법에 맞은 셀레스티아는 긴 고랑을 만들며 쓰러졌다. 쓰러진 셀레스티아를 향해 트와일라잇이 천천히 걸어왔다. 다가오던 트와일라잇은 멈추서더니 일순 몸을 떨었다. 순간 그녀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그리고 셀레스티아를 바라봤다.
"셀…레스티…아 공…주님?"
"트와일라잇!"
셀레스티아가 반색하며 트와일라잇을 불렀다. 트와일라잇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뒷걸음쳤다.
"나…난… 공주님 피하……아악!"
"트와일라잇!"
비명과 함께 머리를 잡고 몸부림 치던 트와일라잇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엔 다시 초점이 사라져있었다. 그런 그녀가 셀레스티아를 향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트와…일라잇 스파…클. 나…난 황혼의 공…주. 황…혼은 해가 져야 찾아 오…는 것. 황혼…은 태양…의 몰락과 함께 오는 것. 그…것이…운…명."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더듬거리며 말하던 트와일라잇의 몸에서 검은 연기와 같은 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음성이 일순간 또렷해졌다.
"그러니 셀레스티아 공주님. 죽어!"
불길한 검보라 빛을 품은 황혼이 태양을 삼키려 달려들었다.
** 4화의 카드게임과 여러번 강조된 '황혼의 공주'는 이 장면을 위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