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 추억 같은 이야기네요..
서론이 조금 긴데 읽어주실래요?
풋풋했던 대학교 1학년때 일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서스름없이 친하게 지내던 남자애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올라가서 거의 연락없이 지내다가 대학교를 우연히 같은데를 가게 됐고
단과대도 같았어요 그래서 점심때 밥도 같이 먹고 수업도 같이 듣고
공강시간엔 같이 거의 항상 함께 토스트도 같이 먹고 커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같이 먹고 그랬어요.
그 뭐랄까 건축학개론 느낌?
그러다가 어느 여름날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일이 있어서 집에 들어가기 너무 너무 싫은 그 날...
문자로 "나 오늘 하루 너네 집에서 자면 안돼?" 물어 봤죠
그 아이는 고시원에서 자취하던 아이였고
원래 되게 깔끔하고 뭐랄까 집에 친구들 와서 어지럽히고 그러는거 싫어하는 아이였는데
수락을 하더군요
너무 오래된 추억이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우린 아마
저녁식사를 같이하고.... 대학교옆 분식집 같은곳 이었을거에요 아마. 우린 둘다 돈 없는 가난한 학생이었으니...
그리고 제가 술먹고 싶다니깐
-친구 : "너 여름날 밖에서 술마셔봤냐?"
-나 : "밖? 술집?"
-친구 : "아니 내가 좋은 곳 알아"
이러면서 대학교 뒷편,
건물과 조그만 뒷 산 사이에 있는 가지가 축 늘어진 아름드리 나무 아래
조그만 돌 벤치와 돌 의자 아래서
그 덥던 여름날 양초 1통(6개들이)에 편의점에서 맥주를 종류별로 2병씩 사서
양초를 켜놓고 밤 늦게 맥주를 마셨던 추억이 있어요.
아마 전 2~3병 그 아이는 5~6병정도?
술을 마시고 알딸딸한 상태로 그 사람 고시원에를 들어가는데
아직도 기억나는게 건물 계단4층을 올라가서 그사람이 문 열쇠로 열고 그 컴컴하고 좁은 방에서 불을 켜는데
진짜 공간 작고 화장실1개 싱크대 1개가 있었음... 아 침대 1개랑...
전 쭈뼛쭈뼛 서있고 그 친구가 방을 치운다고 치웠는데 더러워서 미안하다며 제게 사과하더군요..
아니라고 나 하루 재워주는것도 감사하다며 말을했고...
그 사람이 침구류랑 이불 정리를 하는데 바닥에 이불하나 깔고 보일러를 틀면서
-친구 : "너 침대에서 자, 나 바닥에서 잘게, 바닥 곧있으면 따뜻해져"
-나 " 아... 어... 응..."
이러면서 뭔 말하는데 좀 멋졌죠...
솔직히 티비 같은거 보면 바닥에 금 그어놓고 "넘어오면 너 짐승 ㅡㅡ"
막이런 대사 치는데 현실에서 민망해서 그딴대사 못치겠더라고요
자기전에 어떤 사소한 얘기를 했는데 그건 기억이 안나고...
술기에... 전 금방 잠들었어요
여기가 진짜 본론인데
아침에 눈부신 했살에 잠을꺠서 눈을 반쯤 떳는데 눈앞에 보이는건
그 사람이 싱크대 앞에서 뭔가 음식을 조리하면서 뒤를 돌아보면서 시크하게
친구 : "너 조금 더 자 .. 내가 밥 차릴게.."
나 : "아..어... 응...."
뭐 이런 대화가 오갔고
진짜 흰티에 반바지 차림의 그 친구 넓은 등짝이 잊혀지지 않네요...
남자가 멋있다고 생각한적이 몇번 없었는데 그게 제 인생에 유일하게 남자가 멋졌던 모습이었어요,..
지금도 뭐 그냥 10년 넘게 연락하고 있고 가끔만나서 뭐 영화도 보고 밥도먹고 여행도 가고 그래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재미는 없네요...
그냥 추억하나 공유하고 싶었어요...
님들은 남자가 멋져보일때가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