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흑백 아티스트의 되찾은 색깔 .3
게시물ID : panic_460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oima
추천 : 8
조회수 : 242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4/21 10:30:17

흑백 아티스트의 되찾은 색깔 .prologue 

흑백 아티스트의 되찾은 색깔 .1

흑백 아티스트의 되찾은 색깔 .2




#3



나는 다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밤이 되었다. 


피곤에 찌든 나는 집안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바로 소파에 몸을 던졌다. 


엎드린 채로 뻗어있는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참 가관이었다.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었다. 


오늘은 정말이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그렇게 여자를 찾아 해맸건만 찾은 건 보디가드와 근육과 싸이코 뿐. 


나는 답답한 마음에 바람이라도 쐬고 맥주도 마실 겸 해서 밖으로 나와 밤거리를 산책했다. 


한강둔치의 야경이 참 아름다웠다. 


이렇게 내 야심찬 2년간의 계획은 무산되는가 싶었다. 


어두운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하염없이 깊은 어둠속으로 가라앉는 듯 했다. 


그냥 저 강물에 빠져버릴까 라고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두어 번 흔들고는 편의점을 향했다.


‘삑-’


“5천 200원입니다.”


나는 캔 맥주와 안주로 삼을 오징어다리를 사들고 근처 공원 놀이터 그네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드문드문 보였다. 


도심이라 그런지 별은 실눈을 떠야만 간신히 보였다. 


마치 내가 찾는 여자 같았다. 


보일듯하면서 안 보이는 그런 여자. 


나는 캔 맥주만 연신 들이키며 오징어다리를 물어뜯었다. 


그때 누군가가 날 불렀다.


“저기요 아저씨.”


술기운에 잘못 들었나싶어 무시했더니 또다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제 말 안 들려요?”


고개를 뒤로 돌리자 교복을 입은 여자애가 날 부르고 있었다. 딱 봐도 중·고등학생쯤 되어보였다.


"돈 줄 테니깐 담배 좀 사줘요. 남은돈은 아저씨 가지시구요."


여자애는 나에게 만원짜리 한 장을 건냈다. 


하지만 난 그 여자애를 빤히 쳐다만 볼뿐 받지는 않았다. 


내가 돈을 받지 않자 여자애는 나를 의아하게 보다가 잠시 후 뭔가 알겠다는 듯 만원짜리 한 장을 더 꺼냈다.


“2만원. 됬죠?”


이 야심한 시간에 여자애 혼자서 그것도 어른한테 담배 심부름을 시키다니. 


나는 이 불의를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저기, 딱 봐도 아직 학생 같은데 이 시간까지 이러고 있으면 부모님 걱정하시니깐 들어가요.”


내가 내 나름대로의 따끔한 충고를 건내자 여자애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팔짱을 꼈다.


“아저씨가 뭔 상관인데요. 전 부모 같은 거 없어요. 잔말 말고 담배나 사줘요.”


“세상에 부모 없는 자식이 어딨어!”


나는 여자애의 말에 화가나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화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명 술기운 탓이리라.


“그럼 그 자식을 맨 날 때리고 욕 하는 것도 부모라고 할 수 있어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게 무슨..”


“됐어요. 사주기 싫으면 딴사람 구하면 되죠. 잘 있어요 노숙자씨.”


여자애는 다시 돈을 가져갔다. 


자식을 때리는 부모라니. 


부모는 자식을 사랑으로 대하는 그런 따뜻한 존재가 아니던가. 


나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TV나 여러 매체에서 얼핏 들은 건 없지 않아 있었다. 


자식 때리는 부모. 


그리고 그런 집에서 자란 자녀는 대부분 올바른 길로 가지 못하고 방황한다는 내용이었다. 


저 여자애도 그런 부류중에 하나일지도 몰랐다. 


나는 다시 그 여자애를 불러 세웠다.


“기다려.”


“왜요? 담배사주지도 않을 거면서.”


“사줄게.”


“네?”


“담배 사줄 테니 여기서 기다려.”


나는 담배를 사러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다.


“아저씨, 돈 안 가져가요?”


“필요 없어. 이건 내가 사주는 거야.”


여자애는 웬 횡제냐 싶어서 싱글벙글했다. 


내가 담배를 사들고 오자 여자애는 담배를 덥썩 받아들고는 90도로 인사했다.


“땡큐 아저씨. 아저씬 참 좋은 사람 인 것 같아요. 그럼 고맙게 잘 쓸게요.”


“잠깐!”


여자애가 가려고하자 나는 그녀를 다시 불러 세웠다.


“나랑 얘기 좀 할래?”


“무슨 얘기요.”


여자애는 나를 변태 보듯이 노려봤다. 


그 눈초리를 눈치 챈 나는 여자애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만 했다.


“이건 오해 할 것 같아서 미리 말해두겠는데 난 절대로 수상한 사람이 아니야. 그냥 단지 너랑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 잠시 시간 좀 내줄래?”


“하.. 뭔데요. 시간 없으니깐 빨리 말해요.”


여자애는 마지못해 내 얘기를 듣는 시늉을 했다.


“아까 자식 때리는 부모라는 게 무슨 말이야?”


“뭐야, 묻고 싶었던 게 겨우 그거였어요? 난 또 같이 자자고하는 변탠 줄 알았네.”


나는 변태로 오해받는 현실에 울컥했지만 참아야했다.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


“말 그대로예요. 제 부모라는 작자는 저를 항상 못살게 괴롭혔어요. 왜 태어났냐면서요. 지들이 그 짓해서 낳아놓고는..”


여자애의 말투엔 분노가 묻어나왔다. 


말로만 듣던 가정폭력의 현실을 실제로 보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전 집을 나왔어요. 더 이상 맞고 살수는 없었거든요. 집에서 살 때 보단 지금이 더 행복해요. 물론 따뜻한 잠자리는 없지만요.”


여자애는 나지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녀의 입가에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세어 나왔다. 


그때 내 머릿속에 숨어있던 한 가닥 정보 집약체가 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이 여자애를 데려가면 되었다. 


이런 행운이 있을 수가! 


이건 분명히 하늘이 내려준 계시였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했지만 그 대상을 찾기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오늘 그 대상을 찾아냈다. 바로 이 여자애였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너 우리 집에 와서 살아.”


“뭐야, 아저씨 역시 변태죠?”


“너에겐 선택권이 없어. 왜냐하면 지금부터 내가 널 납치할 테니깐.”


“네?..”


나는 만약을 대비해 준비해놓은 화학약품에 적신 수건을 꺼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여자애를 이런 화학약품으로 기절 시키는 것에 대한 건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그녀를 납치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잠시 후 여자애는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여자애를 등에 업고 집으로 향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