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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아티스트의 되찾은 색깔 .2
게시물ID : panic_459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oima
추천 : 14
조회수 : 223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4/20 12:15:29

흑백 아티스트의 되찾은 색깔 .prologue 

흑백 아티스트의 되찾은 색깔 .1




#2



다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아무 여자나 납치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잔인한 발상 인 것 같았다. 


딸이 납치됐다고 하면 그 부모는 얼마나 슬퍼하겠는가. 


행여나 납치한 여자의 아버지가 경찰청장이라도 된다면 눈에 불을 켜고 날 찾아낼 것이 뻔했다. 


나는 작전을 바꿔 어렸을 적 고아였던 여자를 납치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정보가 필요했다. 


나는 고아원에 들러 고아였던 사람들의 정보를 모았다. 


물론 쉽진 않았지만 그 사람의 천척오빠라는 둥 적당한 말을 둘러대며 주소를 알아냈다. 


그 중 몇 명은 이미 결혼한 상태고 외국으로 입양된 사람들도 있었다. 


대략 간추려 10명 정도가 남았다. 


미혼에 나이 10~20대, 독거 등등 여러 가지 까다로운 심사기중을 거쳐 마침내 결승전에 오른 대상은 3명이었다. 


이 사람들은 납치된다 하더라도 딱히 가족이 없었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다 해도 납치된 사람의 친구가 슬퍼하는 정도에서 끝날게 뻔했다. 


물론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자, 이제 실행할 일만 남았다. 


나는 우선 첫 번째 대상의 집으로 향했다. 


첫 번째 대상의 집은 으리으리한 저택이었다. 


“어떻게 이런대서 혼자 살지?”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납치만 하면 그만이니깐. 


일단 난 저택 앞에 차를 세워두고 대상의 이동경로와 시간을 파악하기로 했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도 대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하염없이 죽치고 앉아있던 중 비싸 보이는 외제차가 떡하니 저택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누군가가 차에서 내렸다.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 여자는 뒤따라온 차에서 내린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납치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경호원들의 감시가 워낙 삼엄했기 때문이다. 


저렇게 항상 경호원이 붙어 다니는데 납치를 시도했다간 황천길로 갈 것이 뻔했다. 


난 죽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대상은 단념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직 2명이나 더 남았기에 미련은 없었다. 


곧바로 나는 다음 대상자를 향해 차를 몰았다.


두 번째 대상의 집은 다행히도 평범한 일반 주택이었다. 


마침 주위에는 인적도 드물었고 이정도면 납치하기는 누워서 떡 먹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나는 두 번째 대상이 나타날 때까지 차안에서 조용히 대기했다. 


그리고 곧이어 등장하는 두 번째 대상. 20대 후반의 여인이었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여자의 몸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의 다부진 몸이 눈에 거슬렸다. 


온몸에 박혀있는 근육들은 실로 엄청났다. 


웬만한 보디빌더 저리가라 할 정도였으니 분명 힘도 장사일게 틀림없었다. 


만일 내가 그녀를 납치하려고 시도했다간 오히려 내가 납치 되서 경찰서에 끌려갈지도 몰랐다.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체 그렇게 그녀를 보내고야 말았다. 


나는 씁쓸함을 뒤로하고 마지막 희망인 세 번째 대상의 집으로 향했다. 


한참을 달려 어느 시골마을로 들어섰다. 


얼마나 깡촌이면 차가 들어갈 길 하나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논밭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중간 쯤 갔을 때 나는 발을 헛디뎌 진흙탕에 빠지고 말았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 나의 몰골은 처참했다. 


온몸이 진흙투성이였다. 


납치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포기할 순 없었다. 


세 번째 대상자의 집은 옛날 한옥 집이었다. 


나무로 된 대문은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마치 사극에 나오는 그런 문 이었다. 


나는 누군가 나오길 기대하며 그 문 앞에 서서 초조히 기다렸다. 


심심했던 나는 길가에 있는 애꿎은 풀만 뜯으며 지루한 시간을 달랬다. 


그 때 누군가 대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자동반자적인 몸놀림으로 그 소리의 주인공을 보기위해 문 앞으로 다가갔다. 


한복을 입고있는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였다. 


경호원도 없고 근육도 없었다. 게다가 주위엔 사람도 없었다. 


금상첨화라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던가. 


이젠 납치만 하면 미션 컴플리트였다. 


하지만 난 곧바로 납치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앞으로 계속 같이 살아갈 사람인데 다짜고짜 납치하면 그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끓어오르는 납치본능을 최대한 억누른 체 여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저기.. 제 이름은 어수선이라고 합니다.”


여자는 나에게 가벼운 목례를 했다.


“여긴 무슨 일로?”


“아, 다름이 아니라 지금부터 제가 당신을 납치할 텐데 부디 넓은 아량으로 순순히 따라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


“장군님께서 말해 주신 게 이거였나 보군요.”


“그게 무슨..”


여자의 대답은 나를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장군님이라니? 나는 이 여자가 무슨 사극이라도 찍나 했다.


“오늘 새벽에 장군님이 제게 내려오셔서 말씀해주셨죠. 절 납치할 묘령의 남자가 온다는 걸요.”


“그.. 그래서요?”


“당신의 몸에는 분명 한 맺힌 혼령이 깃들어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제가 그 한을 풀어드리죠.”


순간 난 직감했다. 이 여자는 아니라고. 이 여자는 미친 게 틀림없었다. 


잠시 후 여자는 불그스름한 액체가 담긴 그릇을 가져오더니 그 액체를 한 움큼 쥐고는 나에게 뿌렸다. 


나는 깜짝 놀라 마치 용수철 튕겨나가듯이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뭐.. 뭐하시는 거예요!”


“이 닭의 생피가 당신에게 깃들어있는 악령을 쫓아줄 겁니다. 훠어이! 물러나라 악귀야.”


내가 그만하라고 해도 그 여자는 막무가내였다. 


닭의 피를 다 뿌리자 이번엔 피가 잔뜩 묻어있는 식칼을 들고 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거의 반 탈진하다시피 그곳에서 도망쳐 나왔다. 세 번째 집도 글러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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