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와 이전에 있던 운영진과 오유저들간의 충돌을 보면서 대체 이런 일이 왜 발생했나를 한명의 유저로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지난 대선을 통해서 오유가 여러 언론들에 오르내리면서 사용자의 수나 규모가 매우 커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2년 가입했기에 그 전의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운영자님과 클린유저로 유지되던 오유도 때문에 한계에 이르긴 했던 것 같습니다. 친목행위,사기와 같은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부터 디도스,일베 등 외부에서 온 문제도 있었죠. 거기다가 대선 이후에는 댓글조작사건으로 인해서 운영자님도 생각지도 못 했던 문제들을 겪어야하기도 했으니까요.
불특정 다수가 익명성을 기반으로 모여드는 이런 커뮤니티란 결국 문제들의 연속이며 사용자들의 규모가 커지면 충돌도 더 빈번히하게 발생하거니와 사건의 규모가 다를 겁니다. 전과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문제들도 더 큰 규모로 벌어지거나 생각지도 못 했던 전개로 흐를 수도 있으니까요.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 선택이 운영팀장의 도입이었다고 봅니다. 운영팀장이라는 분이 어떤 분이고 무엇을 하시던 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지 등을 통해서 보이는 태도와 조치를 보면 친근함보다는 딱딱하고 관료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보다는 관리를 하는 쪽이랄까요? 머 그래서 운영팀장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기존의 규정들을 손보고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냈고 이를 매우 강력히 적용을 했습니다. 몸이 커지면 그것에 맞는 옷이 새로 필요한 것처럼 오유도 새로운 틀과 기준을 만들어야함은 어찌보면 당연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오유는 그저 하루의 피로를 크고작은 유머로 풀려고 하는 이들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운영진과 오유저가 계약이나 상하관계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때문에 이런 공간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어떤 기준을 만들고 이를 이행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합니다.
운영팀장의 운영방식은 탑다운 방식이었습니다. 위에서 결정하고 이를 조직전체가 따르게 만드는 것이죠. 워낙 불특정다수가 종횡으로 이용하는 오유에서 각 유저나 게시판별의 의견을 수집하고 이를 모아서 규정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운영진의 결정사항을 오유저 전체에게 관철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죠. 문제는 오유저와 운영진은 상하관계가 아니며 구조화 된 조직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장이 중간관리자를 시켜서 사원들에게 주입시키는 환경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현재 운영팀장의 운영방식은 금번의 사태와 같은 반발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사각틀 안에 공을 넣으려면 팅겨나오는 것과 같이 말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소통이었습니다. 조직학에서도 강력한 경영자의 의지로 기업의 조직을 변화시킬 때 예상되는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인터뷰를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새로운 규정이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부분은 나쁘며 이런 점은 보완이 좀 필요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운영진과 오유저들이 모두 모여서 토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유저들 중에서 모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를 뽑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오유저들의 추천을 받은 게시글은 다수의 오유저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토론은 사실 의미없습니다. 오유저들은 이미 수 많은 게시글을 통해서 자신들의 대표를 베오베에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죠.
운영팀장과 운영진은 본인들이 만든 규정과 시스템을 매우 그럴법하다고 생각하고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모든 규정은 적용을 해 봐야 아는 겁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정하고 맞춰나가는 것이지 불변해야할 가치가 아니라는 겁니다. 문제를 검토하고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해야지 본인들이 만든 규정과 시스템을 맹신하고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과 대척점에 서려고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
국내에 많은 기업들이 ISO,KS,CE,TS,SQ와 같은 인증을 받기 위해서 기준과 절차를 통해 규정을 만들고 심사를 받습니다. 이때 심사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규정은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끝 없이 유지보수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규정 그 자체는 절대 목적이 될 수 없다. 기준서에 개정이력을 넣고 버전을 넣는 것은 공란을 채우고 숫자를 늘려 자랑하라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개정을 하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규정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꼭 필요하고 있어야합니다. 하지만 규정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환경은 계속해서 변합니다. 더 이상 자신의 작품에 스스로 도취되어 본질을 망각하지 않기를 바라면 문제를 직시하고 오유저들이 무엇을 지적하는 것인지 운영팀장과 운영진들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늦은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좋은 꿈 꾸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