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명 중 5명이 정부에 의해 구금된다면 고문당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인권운동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 가운데 54%가 ‘자국에서 구금될 경우 나는 고문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안전하다’고 답한 한국인 응답자는 38%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엠네스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케냐(58%)와 페루(54%), 인도네시아(54%), 나이지리아(50%) 등 국민들만큼 정부에 의한 고문을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같은 질문에 영국(83%)과 호주(83%), 캐나다(77%), 중국(72%), 미국(66%) 등 응답자 4명 중 3명이 고문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데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그럼에도 한국인 응답자 중 89%는 ‘고문은 부도덕하며 국제인권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고문을 금지하는 명확한 법규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중을 보호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고문은 때때로 필요하며 용인될 수 있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응답자 가운데 71%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국제여론조사기관 ‘글로브스캔’(Globescan)을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총 21개국 시민 2만1221명을 대상으로 ‘고문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유엔(UN) 고문방지협약 채택 30주년을 맞아 이번 조사를 실시하고 고문 근절에 앞장서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세계 각국을 비판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지난 1984년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세계 155개국이 비준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가운데 142개국을 조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4년에도 여전히 최소 79개국 이상에서 고문이 자행됐다”며 “이 중 절반 이상이 고문방지협약 비준 당사국”이라고 지적했다.
살릴 셰티(Salil Shetty)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고문은 여전히 건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세계 각지에서 더욱 횡행하고 있다”며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고문을 정당화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지난 30년 동안 고문방지 분야에서 이룩해 온 성과가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