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구실로 의료기 규제 완화 압박
삼성전자가 정부의 의료산업 규제 완화를 통해 IT융합의료기기 사업 분야에서 27조 이상의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입수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의료기기 규제 개선 요청"이라는 제목의 삼성전자 대외비 문건은 정부가 IT의료기기 규제를 완화한다면 당사, 즉 삼성전자는 27조 4천억원의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는 ‘대외비(Confidential)’로 분류한 이 문건에서 매출액 27조 4천억 원은 ‘당사의 마켓팅 조사 결과’라고 적시하고 있어 이 매출 예측치가 삼성전자가 실시한 시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문건은 삼성전자가 최근 식약처에 갤럭시 S5를 의료기기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함께 제출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김용익 의원실(보건복지위)을 통해 이 문건을 입수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삼성전자 측에 27조 4천억원이라는 액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된 것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정부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다며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중소 의료기기 제조업계는 그 동안 단순한 심박계 측정 기기의 경우 의료법상의 의료기기에서 제외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했으나 식약처는 이를 줄곧 거절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심박계 기능이 장착된 갤럭시 S5의 출시를 앞두고 심박계를 의료기기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자 황급히 이를 받아들여 관련 규정을 개정, 고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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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서복경 연구교수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규제 완화 요구는 수년 동안 외면하다가 관련 제품을 개발한 삼성전자의 규제 완화 요구는 바로 들어 준 것은 특정 대기업에게만 사실상의 특혜를 줘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동안 창조경제가 주로 중소기업을 위한 경제정책인 것처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명분으로 내세운 삼성전자의 규제 완화 요구를 즉각 들어줌으로써 창조경제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구실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