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에서도 소개된 적 있는 위기십결입니다.
바둑 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위기십결(圍棋十訣)
바둑을 둘 때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할 10가지 교훈, 즉 '바둑을 잘 두기 위한 10가지 비결' |
혹은 '바둑의 십계명'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이자 당현종의 |
'기대조(棋待詔;황제의바둑 상대역을 맡는 벼슬의 일종)를 지냈던 바둑 고수 왕적신(王積薪)이이 |
위기십결의 저자로 알려져 있으나, 대만학자의 "송나라 때 유중보(劉仲甫)의 작품"이라는 새로운 |
학설이 제기됨으로써 현재 위기십결의 원작자가 누구냐하는 문제는 한중일 바둑사 연구가들의 |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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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부득탐승(不得貪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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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이기려고 욕심을 부려서는 안되는 것이니 바둑의 원리대로 두어라. 이기려는 마음 |
이지나치게 클 때 바둑실력도그에 따라 상승하게 되면 참으로 좋겠습니다만 오히려 승리에만목 |
적이 있다면오히려 자신의 실력이하의 실수나 착각이 속출하는 것이 바둑입니다. '부득탐승'은 |
한편으로는 '반전무인'과 통하는 말로서 쉽게 말하자면 '어깨에 힘을 빼고 바둑을 두라'는 말로 |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큰승부에 명국없다'는 말도 '부득탐승'의 경구가 잘 실천되지 않기 때 |
문에 나온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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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입계의완(入計宜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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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의 세력권(경계)에 들어갈 때는 무모하게 서둘거나 깊이 들어가지 마라. 누구나 남의 집 |
은 커보이는 법입니다. 침입을 할 것인지 삭감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세력을 키울 것인지의 |
판단은 모두 '형세판단'에 따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입신인 프로9단들은 '형세판단은 감각,수읽기 |
,전투력 등 각자가 지닌 기량의 총체적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기성 오청원9단은 '바둑은 조 |
화'라고 했습니다. '입계의완'은 조화,중용,타협,절충,인내 등등을 한데 묶어 한 마디로 압축해서 |
표현한 말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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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공피고아(功彼顧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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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을 공격할 때는 나의 능력 여부와 결점 유무 등을 먼저 살펴야 한다. 즉, 상대방의 공격 |
에앞서 스스로를 돌아 봐야 하며, 나에게 약점은 없는지 혹은 상대로부터 반격을 당할 여지는 없 |
는지 등을 일단 확인한 후에 공격을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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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기자쟁선(棄子爭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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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몇 점을 희생하더라도 선수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하수는 돌을 아끼고 상수는 돌을 버린다'는 |
속담이 있듯이 이는 사석작전-버림돌 작전의 중요성을 갈파한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기자 |
쟁선'은 요석과 폐석을 잘 구분하라는 가르침을 포함하고 있는데, 소임을 다한 돌은 다소 돌의 |
수가 많더라도 가치가 적은 것이고, 비록 한 점이라도 상대방을 끊고 있는 돌이라든지 근거에 관 |
련된 돌은 죽여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사석작전의 대가로는 조치훈9단과 중국의 섭위평9단 등이 |
특히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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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사소취대(捨小取大)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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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에 작은 이득을 탐내지 말고 大勢상의 요소를 취하라. 보기에는 쉽지만 막상 바둑판을 |
앞에 두고있으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바둑입니다. 작은 이익은 눈 앞에 쉽게 보이고 큰 이익 |
은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 때문입니다. 이럴 때 냉정하게 미래를 내다 보고 작은 |
이익들을 과감히 먼저 포기하기란 정말이지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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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봉위수기(逢危須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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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에 처할 경우에는 모름지기 버리던가 또는 시기가 올 때가지 보류하라. 곤마가 생기 |
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상책입니다만, 바둑을 두다 보면 피차 곤마가 하나 둘 혹은 그 이상이 얽 |
혀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살아가는 길이 있을 때는 마땅히 살려하 하지만, 도저히 살릴 가망 |
이 없다면, 혹은 살더라도 여기저기서 그 삶의 대가를 지나치게 크게 지불해야 할 때에는 미련을 |
두지 말고 과감히 버리는 것이 차선책이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 결단의 시기는 빠를수 |
록 좋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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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신물경속(愼勿輕速)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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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을 경솔하게 빨리 두지 말고 한수 한수를 신중히 생각하면서 두어라. 감각을 훈련하 |
는 데에는 속기로 많은 판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만, 실제 대국에서는 무작정 빨리 두는 것 |
이 능사는 아닙니다. 지나치게 빠른 속기는 필수불가결하게 착각과 실수를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
최소한 자신이 둔 한수 한수 마다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착수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고수들은 충고 |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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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동수상응(動須相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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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마를 할 때는 모름지기 기착점들이 서로 연관되게, 호응을 하면서 이끌어 가는 방향으 |
로 행마를 전개하라. 이미 착수되어진 돌들의 역할은 시시떄떄로 바뀌어 갑니다. 그래서 바둑 |
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고들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의 깊은 뜻을 잘 음미하시고, 그 의미 |
를 이해하신다면 어느덧 고수의 반열에 오르시게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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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 피강자보(彼强自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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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의 적이 강한 경우에는 우선 내 돌을 먼저 보살려라. 형세가 다소 불리하다고 해서 상 |
대진영이 강한 곳에서 마구 뛰어들어 간다거나 내 돌의 약점이 많은 곳에서 무모한 싸움을 벌이 |
는 것은 패국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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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세고취화(勢孤取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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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 세력 속에서 고립되어 있는 경우에는 신속히 안정하는 길을 찾아라. 피강자보와 같 |
은 말로서 일단 승리를 위해서는 순간의 굴욕이나 웅크림은 참고 넘어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
될 수도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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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저작자 위기십결(圍棋十訣)의 원작자는 과연 누구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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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득탐승(不得貪勝), 사소취대(捨小取大), 세고취화(勢孤取和) 등 바둑의 불멸의 금언으로 통 | |
하는 위기십결의 원작자는 당(唐)대의 왕적신(王積薪)이 아니라 송(宋)대의 유중보(劉中甫)라 |
는 주장이 새롭게 대두되면서 국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
지금까지 위기십결은 당대의 시인으로 현종의 기대소를 지낸 명수 왕전신이 지었다는 것이 한 |
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국제적인 정설로 인정되어 왔다. |
중국의 경우 바둑사적인 '중국위기' 등에 '위기십결'의 원작자로 왕적신을 적고 있으며, 일본의 |
경우 기타니(木谷實) 九단등이 지은 '바둑의 연구' 등 대부분의 바둑출판물에서 왕적신설을 인 |
정하고 있다. 이 왕적신 설을 부인하고 나선 사람은 대만의 바둑연구가 주밍위엔(朱銘源, 중국 |
교육성 바둑편찬위원)씨이다. |
주씨는 지난해 7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한국의 바둑문화연구가 이승우(李承雨, 충북운수연수 |
원장)씨에게 편지를 통해 유중보설을 강력히 제기하였다. |
주씨가 유중보설을 주장하게 된 것은 이승우 씨가 '청석기담(靑石棋談)'에서 왕적신을 '위기십 |
결'의 원작자로 적은 것을 문제삼은 것. 이에 이승우씨는 즉각 일본의 바둑평론가 나카야마(中 |
山琠之) 六단에게 확인을 요청하면서 위기십결의 원작자논쟁이 국제적으로 일기시작하였다. |
주씨기 이승우 씨에게 보낸서신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현재 '위기십결'의 원작자가 왕적신이라 |
고 적은 문헌은 명대 유중달(劉仲達)의 '유씨홍서(劉氏鴻書)'가 유일한데 여기서는 뚜렷한 근거 |
없이 위기십결은 왕적신이 지었다고 한다. 이에 근거하여 송나라시대의 역사를 기술한 명(明 |
)대의 '예문지(藝文誌)' 등에서 왕적신설을 차용했으며, 그 이후 한국 중국 일본은 '예문지'의 |
권위를 믿고 아무런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위기십결의 저자를 왕적신으로 인정했다는 것이 |
다. |
그러나 같은 명대의 진요문(陣耀文)이 지은 '천중기(天中記)'를 비롯해서 항세방(項世芳)이 지 |
은 '옥국구현(玉局勾玄)',그리고 '사고전서(四庫全書)' 중 '추선유보(秋仙遺譜)' 편 등에서는 위 |
기십결의 저자가 유중보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중에서 특히 '사고전서'는 중국의 역대서적 |
을 총망라, 집대성한 문헌으로 권위와 신빙성이 높은 자료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 각국에 왕적신설을 널리 유포된 것은 왕적신의 명성이 워낙 높아 일본 |
의 바둑전문가들이 사료의 고증없이 무비판적으로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씨는 해석하고 |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나카야마 六단은 "위기십결의 원작자가 왕적신이 아니라는 주씨의 주장 |
에는 동감이나 유중보가 지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조금 더 고증을 해 봐야겠다."며 유중보 |
설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또한 이승우씨는 "주씨의 자료는 신빙성이 높으려 논리의 |
일관성이 있다."라며 유중보설에 긍정적이 반응을 보이고 있다. |
한편 이승우 씨는 제3자적 입장에서 중국측의 견해를 듣고자 현재 중국의 상해위기월간사에 확 |
인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기십결의 원작자 논쟁은 한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에서 중국까 |
지 바둑문화권으로 확산,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이와 같은 논쟁을 두고 바둑계에서는 '사실의 확인과 함께 이를 계기로 바둑문화의 체계적 정립 |
도 아울러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며 그 추이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월간바둑>지 93년 4월호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