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politics/president/newsview?newsid=20140506154009666
무능한 정부, 여권 인사 망언·망동 등 악재 잇따라
불과 10여 일 전만 해도 새누리당의 모습은 여유 그 자체였다. "누가 지방선거를 집권 여당의 무덤이라고 했나"라며 즐기는 분위기였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정몽준 의원이 바람을 타는 듯한 상황이었고, 인천시장 선거도 박빙 우세로 돌아섰다는 게 자체 판단이었다. 경기도지사 후보 지지율에서 확실히 앞서나가는 모양새였던 만큼 "이 추세대로라면 수도권 광역단체장 싹쓸이도 가능하다"(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상황이 급변했다. 첫날 승선자와 구조자 숫자에서부터 우왕좌왕하던 박근혜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날이 갈수록 바닥을 드러냈다. 강병규 안전행정부(안행부)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고, 전남 진도 사고 현장에선 안행부와 해양수산부, 해경, 해군 등 이번 사고 유관 부처들의 혼선이 연일 이어졌다. 분노한 실종자 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청와대로 향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인사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어처구니없는 망언과 망동이 줄을 이으면서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국민 전체를 분노케 했다.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의 '폭탄주 술자리' 참석, 정몽준 의원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페이스북 글, 권은희 의원의 '가족 행세 하는 선동꾼 있다' 페이스북 글과 동영상, 한기호 의원의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는 색깔론 제기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각각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참사를 애도하는 자작시를 올렸다가 "엄중한 상황에서 글 솜씨나 뽐내려 한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극우 논객 지만원씨는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와 국민적 비판을 '시체 장사'로 매도했고, 친박계인 송영선 전 의원도 한 종편방송에 출연해 "꼭 불행인 것만은 아니다. 국민의 의식부터 재정비할 수 있는 좋은 공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 공분을 일으켰다.
"박 대통령 본인이 앞장서 '남 탓' 한 셈"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정부 관계자들의 몰상식한 행태도 잇따랐다. 실종자 가족이 찬 바닥에 앉아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의전용 팔걸이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서남수 교육부장관), 참사 당일 구조 인원 수의 오락가락으로 실종자 가족의 억장을 무너뜨렸던 당사자(강병규 안행부장관)는 자정쯤 치킨을 시켜 먹었다. 교육부 감사관은 실종자 가족이 눈물로 밤을 지새우던 진도 팽목항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다 국민적 공분을 샀고, 박 대통령에게 사고 소식을 맨 처음 보고한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은 "안보실은 재난 사령탑이 아니다"는 면피성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게다가 이 와중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라면에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닌데 뭘 그러느냐"며 '라면 장관'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더 큰 문제는 어떤 단위에서도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적인 게 내각을 통할하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애매한 행보다. 사고 초기 안행부장관을 정점으로 한 중대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범부처대책본부가 꾸려졌고 정 총리는 자신이 직접 진도 현지에 상주하면서 이를 챙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허언이었다. 실제 현장 운용은 입각한 지 한 달도 안 된 이주영 해수부장관이 총괄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4월23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지금 재해대책수습본부장은 해수부장관이 하고, 다만 총리는 점검 차원에서 같이 참여해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본과 동급으로 진도 현장에 수습본부를 꾸려놓고는 아직 부처 업무 파악도 못했을 이 장관에게 이를 맡겼다는 얘기다.
어이없는 헛발질은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당 지도부는 연일 "언행을 조심하라"고 다그치지만 이뿐이다. 국민과 유가족, 실종자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언동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사자들도 사과 한 번 하고 끝이었다. 사실상의 당 외부 인사인 조동원 홍보본부장이 "새누리당 징계위원회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동료 의원 감싸기만 하는 핑계위원회"라며 "그럴 바엔 차라리 문을 닫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을 정도다.
최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는 한 TV 사극에 나왔던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그게 조선의 임금이다"는 등의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청와대부터 책임 회피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새누리당의 한 비박(非박근혜)계 재선 의원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대신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은 퇴출시키겠다'는 식으로 접근한 건,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 자신이 앞장서 '남 탓'을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지지율 며칠 새 14.5%p 폭락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4월24일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트위터 글로 크게 술렁였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진도 방문 직후인 18일 71%까지 상승했으나, 이번 주 들어 67.0%(21일), 61.1%(22일), 56.5%(23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글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불과 며칠 새 14.5%포인트나 폭락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올 것이 왔다"고 했다. 그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출렁인다는 건 우리 입장에선 그야말로 적신호 중의 적신호"라며 "결국 우리가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매를 맞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도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것 같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실제 새누리당 내에선 이번 참사에 대한 수습 과정에서 '박근혜정부 무능론'이 비등해지고, 곳곳에서 부적절한 언행이 이어지면서 6월 지방선거에 대한 비관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상승 기류가 역력하던 서울시장과 인천시장 선거 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새누리당 서울 지역 한 의원은 "정몽준 의원의 경우 철없는 막내아들 때문에 사실상 회복 불능 상태라고 봐야 한다"며 "서울시장 선거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미안한 얘기지만 혹시라도 정 의원이 후보가 되면 (여당이) 전국적으로 고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장 선거를 두고는 직전 안행부장관이었던 유정복 의원의 간접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누리당 인천 지역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유 의원이 후보가 되면 '박근혜정부 무능론'의 한가운데 서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남경필 의원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온 경기도지사 선거 전망도 흔들리고 있다. 여당 경기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내각 총사퇴를 비롯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민심은 더 나빠질 테고, 큰 흐름이 그렇게 형성되면 경기도지사 선거도 쉽게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