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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아버지를 포기해야 할까봐요...
게시물ID : sisa_5096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등푸른fish
추천 : 4
조회수 : 58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5/05 00:47:58

저는 아직 학생입니다.
학생이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학생이니까 정치적견해를 말하면 안 돼고
학생이니까 공부나 열심히 해야하고 학생이니까, 학생이라는 이유로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서글프네요.

최근에 시사게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세월호사건으로 많은 분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진실에 눈을 떴다는 글이 많아서
'아, 우리 집도 희망이 있을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제 희망이 산산히 부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지난 총선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료도 찾아보고 검색도 해보고 많이 분노했습니다.
선거가 이뤄진 해에는 한국에 없어서 부모님께 제 의견을 말씀드리며 제대로 된 얘기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는 촛불집회에도 나가고 현 정부를 비판하는 말도 자주해서 그 때마다 아버지와 많이 싸웠습니다.

아버지는 정치에 관심이 없으신 분은 아니나 조선일보 신문에 TV조선을 자주 보십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증거로 댓글조작증거가 나왔을 때
그것을 보여드리며 "이러니까 내가, 우리가 이렇게 분노하는 거다." 라고 말씀드려도
"인터넷은 믿을 게 못 된다. 지금 뉴스에서 계속 수사 중이라지 않느냐. 괜히 선동되서 휘둘리지 마라" 며 들으려하지 않으시며 믿으려하지 않으시고
"현 정부가 한 게 뭐가 있냐 공략은 지킨 게 뭐가 있느냐" 라고 비판을 하니
"네가 뭘 잘나서 정치인들을 욕하냐. 네가 그 사람들보다 똑똑하냐. 너야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함부로 입 나불대지 마라." 
이런 식으로 계속 화를 내시고 윽박지르셔서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었습니다.
촛불집회에 나간다고 하면 '쓸대없는 짓 한다.'며 못 가게 문을 잠그고서라도 막으실 분이라 친구랑 놀러간다고 거짓말하고 다니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이 때까지는 편향된 정보만을 받아들이셔서 그렇겠거니, 진실을 더 알려드리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지방선거얘기를 하다가 어머니께서 "그래,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게 이번 선거를 잘 해야하는데." 라고 말씀하셔서
제가 "그래, 맞아~ 김문수 또 뽑으면 절대 안 돼!" 라고 말하니 아버지께서 "넌 뭔 또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말하냐. 이번 선거에 김문수는 나오지도 않는구만. 그리고 김문수가 왜 또 뭐가 잘못돼서!!" 로 시작해서 "아, 이번에 누가 나오는 지 몰랐던 건 내 잘못인데 아무튼 그런 짓 한 사람 뽑으면 안 됀다고!" 라고 하니까
무슨 짓을 했길래 그러냐고 하셔서 
소방서에 전화해서 "나 경기도지사 김문순데" 하고 소방서대원 자른 사건, 이번에 진도에 내려가서 여긴 경기권 내가 아니라 내 권한이 없다고 병크 날린 사건을 얘기해드리니
아버지는 그게 뭐가 잘못됐냐고 되려 물으시더군요...
제 상식 선에서는 질문이 이해가 안 되고 좀 어이가 없어서 "그럼 일분 일초가 급한 소방서에 전화해서 '나 경기도지사 김문수요' 한 게 잘한 일이냐" 했더니 잘 못 한 일은 뭐냐고....
그걸 못 알아준 그 사람이 잘못한 거 아니냐고.........

그걸 듣고 '그럼 그 대원이 "어이쿠!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경기도지사님. 무엇이 불편하셔서 친히 전화주셨습니까?" 하기라도 해야됐었냐!' 고 반박하려다가
말해도 소용이 없겠다 싶고 괜히 계속 싸울까봐 그냥 제가 입을 다물었네요.
이 발언으로 세월호사건이 아니라 내가 죽어도 아빤 변하지 않겠구나 느꼈네요.

정치적인 견해를 표출하기만 하면 괜히 꼬투리잡고 늘어지고 제 얘기는 다 헛소리, 아는 것도 없이 입만 나불댄다고 믿는 건 고사하고 들으려고도 안하시네요.

원래부터 그리 살갑고 다정한 분은 아니셔서 스킨쉽도 없고 다정한 말 한마디 없으셔도 제가 더 애정표현하려고 노력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냥 손 안 내밀고 싶어요. 안 내밀래요. 마음의 문을 열고 싶지 않네요.
굳이 정치적인 견해가 달라서 생기는 갈등 뿐 아니라 오늘도 거칠게 한 번 싸웠는데
가출생각을 왜 하는 지 알겠다싶고 얼른 빨리 고등학교 졸업해서 집 나가서 자취하거나 해외로 가고 싶다 생각을 간절히 했네요.


저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나요?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돼서 저런 생각을 하시는 걸까요.....

아버지와 다둘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사람은 못 바꾼다. 저러고 한 평생 사신 분인데 괜히 너만 손해니까 얘길말아라."하셨는데
이제 정말 그냥 손 떼고 귀 막고 입 닫고 있어야겠네요. 


참 답답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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