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응보라는 측면에서는 사이다가 맞다고 보고 싶어서요...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왕따를 당했어요.
친구들이랑 잘 지냈었는데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우리 같이 밥먹는 사람이 많아서 불편하지 않아? 네가 빠지는 게 어때?'로 왕따가 시작되었어요.
솔직히 맞고 다니고 책 훼손당하고 그런 건 없었어도 곁에 친구가 없단 사실 하나로 이미 참 큰 상처였죠. 게다가 같은 학교에 남동생이 다녔는데 남동생이 제가 왕따라는 사실을 눈치챈 것 같았어요. (사실 이 것만 보면 지금이라도 가서 그 년 싸대기 때리고 싶어요. 이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매우 화나요)
여튼 덕분에 활발하던 제 성격은 동굴로 동굴로 들어가고 자존감도 많이 낮아져서 친구들 다 바뀐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도 같은 반 애들 눈치보느라 암울한 기억 밖에 없어요. 공부도 곧잘 했었는데 계속 학교 가는 게 스트레스고 싫어서 항상 반에서 5등 안엔 들었었는데 점점 성적이 떨어져서고등학교 때는 35명? 중에 17등도 해봤어요. 제 성적이 떨어진 게 매우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학교다니기가 너무 너무 싫었어요. 그리고 집에서 티 안 나게 있으려고 해도 것도 참 힘들었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좋은 친구 만나서 다시 많이 활발해지고(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공부가 재밌어서 다시 성적 회복 많이 했구요. 무엇보다 지금은 절 맨날 예뻐해주는 좋은 남자친구 만나서 자존감 회복도 많이 하다 못해 빵빵하고 제 삶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절 왕따시킨 장본인은 대학교 졸업한 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백수래요.
성적 맞춰 간다고 팔자에도 없던 학과 간 모양인데 아직도 백수래요.
그 지역에 크게 A 대학교/ B 대학교가 있는데 B 대학교는 성적이 중하위권이고 A 대학은 중상위에 속해서 그래도 대학간판이 중요하니 거기라도 간다고 B대학 최상위말고 A대학 최하위에 맞춰갔었거든요.
저는 그 때 과에 2등으로 들어와서 입학장학금도 받고 4년 내내 장학금 받고 다녔는데ㅋㅋ
밴드활동 하면서 홍대에서 기타도 쳐보고 만화동아리도 해봐서 동아리에서만 한 거긴 해도 책에 내 그림도 내보고 워홀도 성공적으로 다녀와서(가서 취업 잘 하고 잘 놀고 저축 많이 해와서 등록금 하려 했는데 장학금 받아서)엄마한테 효도도 했는데 그 친구는 아직도 집에서 눈치보며 설거지나 한다네요.
사실 더 사이다인건 그 친구가 현실 비판만 할 줄 알지 취업하려고 노력을 아예 안 한다는 거였어요.
같은 과에 교수님 추천으로 해외 취업 나간 친구가 있었는데 "아 왜 교수님은 나를 추천 안 해주신거야?" 하면서 정작 자기한테 기간제 교사 자리나마 왔을 때 하기 싫다고 그랬대요. 지금은 아직도 "내가 왜 그랬지! 그거라도 할 걸!"이러고 있대요. 3년 전 일을..
결국 제가 지금 혼자 사이다라고 생각한 건 그 친구의 불행이었어요. 제가 대학 생활도 여러 방면으로 즐기고 좋은 남자친구도 만나고 장학금도 받고 지금은 취업해서 좋은 회사 다니는 중에 그 친구는 제가 했던 것의 반도 못 했다는 사실이요.
남이 불행한 거 원치 않고, 남이 불행한 걸 원한다는 게 참 나쁜 거지만 그래도 그 친구만큼은 좀 더 고생했음 좋겠네요.
10년이 지났으니 많이 잊었지만... 10년이 넘은 지금도 제가 가끔씩은 그 때의 고통스러운 기억에 밤잠 못 이루는 걸 보면....
** 그런데 제 자랑 많이 하는 게 제가 자존감이 높아졌단 증거일까요. 요새 남기는 글마다, 하는 말마다 제 자랑 뿐이네요..;;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유님들 굳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