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첫번째 무서운 이야기
-으드득 으드득
나는 학교에 있었다.
중학교다.
벌써 한참 전에 졸업한 학교다.
이것이 꿈이라고 알아차리게 된 것은 학교 안이 대단히 조용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내가 중학교에 찾아오게 될 일은 없었다.
어쩐지 기분이 조금 나빴지만, 녹색의 복도나 걷고 있으면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내는 교실은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잠시 동안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복도 구석에 있는 화장실이 눈에 띄 었다.
[하하, 그립네.]
중학교 때의 나는 위장이 약해서 수업 도중 화장실에 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 이상한 말이긴 해도 화장실은 제법 친근한 존재 였다.
[삐그덕]하는 소리를 내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더럽다.
나는 왠지 모르게 화장실 중 한 칸으로 들어간다.
양변기 위에 앉는다.
[가만..어째서.... 내가 이러고 있는거지...?]
거기에서 드디어 나는 자신이 꿈 속에서 하고 있는 행동이 이상하다 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대체 왜 나는 꿈 속에서 화장실 칸 에서 혼자 들어 앉아 있는 것인가."
점점 공포감이 밀려왔다.
[무섭다... 무서워! 왜 내가 화장실 같은 곳에 들어와 있는거야...!]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져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자 움직인 그 순간, 바스락하는 소리가 윗옷의 주머니에서 들렸다.
무엇인가 싶어서 꺼내보니 그것은 별로 특별한 것은 없는 1장의 쪽 지였다.
꾸깃꾸깃 접혀 둥글게 되어있었다.
열어 본다.
거기에는 내 글씨체로 이렇게 써져있었다.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의미를 모르겠다.
원래 글씨를 잘 쓰지 못하는 나지만,
거기 써 있는 글자는 평소보다 더 지저분하고 대단히 초조하게 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해하고 있는데, 화장실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칸에서 소리가 났다.
[!!!!!]
깜짝 놀랐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리는 끊길 듯 끊기지 않으며 계속되고 있었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으드득 으드득...
종이에 써져 있던 것과 같았다.
그러나 이 소리가 무엇인지는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았다.
단지 확실한 것은 무언가 가벼운 느낌이 아닌,
어쩐지 무거운 느낌의 소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벽을 기어올라 위에서 소리가 나는 칸을 엿보기로 했다.
물론 세심한 주의를 해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했다.
나는 보았다.
내가 있던 칸의 옆의 옆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모두 볼 수는 없었지만, 소리를 내는 것이 인간인 것은 알았다.
그것도 여자 아이다.
검은 머리카락의 단발머리.
마치 어릴 적 괴담의 "화장실의 하나코상"의 이미지 그대로다.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아이가 머리를 위 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그 [으드득 으드득]라는 소 리가 울렸다.
나는 내가 이런 용기를 가지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큰 용기를 내서 더욱 몸을 가까이 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소녀가, 방금 잘려나간 사람의 목을
두개골까지 으드득 으드득 소리 를 내고 먹고 있는 것을...
나는 절규했다!
더는 이렇게 있을 수 없다!
잡아 먹힌다!
화장실 문을 차 부수고 거기에서 뛰쳐 나왔다.
발이 엉클어져서 소변기에 얼굴을 처박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 다!
뒤돌아보면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칸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전력으로 질주해 화장실을 나가 계단으로 내려간다.
모교였기 때문에 학교 내의 지리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은 3층.
계단을 한번에 3, 4칸씩 뛰어내려 곧 1층에 도착했다.
거기에서 나는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신발장 근처에 한쪽 발이 없는 소년이나 기모노를 입은 여자아이,
그것 이외에도 요괴 같은 느낌의 기분 나쁜 녀석들이 우글우글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녀석들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뿐
적의는 없는 것 같 아서 내게 덤벼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안심하며 학교를 벗어나 정문으로 달려 나갔다.
첫번째 문에는 열쇠가 걸려 있어서 나갈 수가 없었다.
두번째도, 세번째도, 네번째에도 열쇠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래된 자물통이어서 발로 걷어차니 부서지면서 문이 열렸다.
[살았다! 해낼 수 있었어!]
살았다, 해낼 수 있었어...?
내가 말했지만 이상한 기분이었다.
왜 밖에 나왔는데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한거지?
그리고 이 순간 드디어 나는 기억해냈다.
[...나, 이 꿈 전에도 꾼 적이 있다...]
그랬다.
전에 한 번 이것과 똑같은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이 문을 나가서 바로 오른쪽에 펜스를 베어내서 만든 것 같은 간단한 문이 있다.
전의 꿈에서는 거기를 넘은 순간 잠이 깼다.
그렇기 때문에 꿈이 깨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에 "해낼 수 있었다"라고 한 것이다.
이젠 으드득 으드득 녀석이 쫓아온다고 해도
전력으로 달리면 결코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문 쪽으로 돌아섰다.
그순간...온 몸이 굳어버렸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때의 그 문은 언제나 열려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닫혀 있었고, 게다가 무거운 자물쇠까지 걸려 있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야! 깔보지 말라구!!]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안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면서
등하교 시간 외에는 모든 문을 닫아두게 된 것이다.
내가 전에 이 꿈을 꾸었을 때는 아직 그런 규칙이 만들어지기 전의 일이었다.
그러므로 문이 활짝 열려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그런데 화장실의 창문에서 누군가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으드득 으드득과 눈이 마주쳤다.
소름이 온 몸에 끼쳤다.
몸의 모든 털이 곤두서는 느낌.
등골이 언 것 같이 차가웠고, 체온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나는 어쨌든 달렸다.
저 놈에게서 조금이라도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됐다.
거기에서 나는 기억해냈다.
확실히 급식실 쪽에 식재료를 싣고 오는 차가 들어오는 문이 있다.
그것은 상당히 낮으니까 기어 올라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쪽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바로 뒤에 으드득 으드득이 있는 것이 느껴졌 다.
게다가 나보다 빠르다.
50 미터도 남지 않아 곧 따라잡혀 버릴 것만 같았다.
이제 더 이상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달리고, 문이 보이고, 그것에 온 몸을 던져 기어가듯 올랐다.
마지막에는 굴러 떨어지듯 문 밖으로 온 몸을 내던졌다.
[해낼 수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까닭은 없었다.
단지 절대적으로 자신이 살아났다는 안심이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 학교를 바라보았다.
으드득 으드득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던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 다.
뒤돌아본 순간, 나는 다시 간담이 서늘해졌다.
으드득 으드득과의 거리는 떨어져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 웠다.
내 코 앞에 그 놈이 있었다.
나의 두개골을 양 손으로 움켜쥐려 했던 듯 손을 내민채 굳어있다.
그리고 그 놈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서 나는 잠이 깼다.
당연히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가벼운 현기증도 느껴졌다.
일어나서 내가 처음 한 행동은, 이 꿈을 잊지 않도록 노트에 메모를 한 것이었다.
매우 무서운 꿈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 던 것이다.
그러나 메모할 만한 곳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책장의 안에 있던 낡은 노트를 드디어 찾아 연 순간 나는 또다시 할 말을 잊었다.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확실히 그렇게 써 있었다.
나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잠시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첫번째의 꿈은 이제 와서는 잘 기억할 수 없지만, 꽤 쉽게 도망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는 지금 이야기 한 대로다.
그러나 3번째는...
생각하는 것만으로 소름끼친다.
분명히 말해서 다음에 또 저 꿈을 꾸면 달아날 수 있는 자신이 없다.
만약 나중에 신문이나 TV에서 "잠을 자던 중 죽어버린 사람" 같은 기사가 있으면 그것은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2.두번째 무서운 이야기
-발피상
우리 외할머니 댁은 나가노 현의 깊은 산 속
'신슈 신마치' 라는 곳에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 곳이다.
내가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이었을까.
그 해 여름 방학에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가게 되었다.
그곳은 산과 논밭밖에 없고, 민가도 드문드문 했다.
마을 버스도 아침, 저녁으로 두번밖에 다니지 않는 곳이 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런 아무것도 없는 촌구석에 가지 않았겠지만
그 해엔 나와 친했던 친구가 가족여행을 떠나버려서,부모님을 따라 외할머니 댁에 가게 되었다.
막상 도착해보니,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백화점에 가자, 가게에 가자, 아무리 졸라대도
가장 가까운 구멍가게가 차로 1시간은 걸리는 거리였기에
아버지는 '모처럼 조용하게 놀러 온 거잖니.'하며 꿈쩍도 않으셨다.
유일하게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것은
이웃 집에 나와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가 놀러와 있었던 것이었다.
그 나이때에는 신기하게도 금방 친해지곤 해서 나와 K군 은 함께 놀게 되었다.
논다고 해도 그런 촌구석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모험놀이, 탐험 정도밖에 없었다.
외할머니 댁에서는 1주일 동안 머무를 예정으로 갔었다.
그 곳에 간지 3일째 저녁이었던 것 같다.
오후 3시가 지나 해가 슬슬 저물기 시작할 무렵.
여름이라고는 해도 시골에선 해가 빨리 떨어진다.
나와 K는 그때까지 들어가 본 적 없는 산에 들어가보았 다.
처음엔 사람이 다닐 법한 길로 올라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산짐승들이나 다닐 법한 좁은 길에 들어 서 있었다.
'어라, 저게 뭐지?'
K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비석같은 것이 서 있었다.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도소신같은 느낌에 높이가 50cm정도 였던 것 같다
도소신이란 도로와 행인을 지키는 신이다
꽤 오랫동안 비바람에 노출된 듯, 이끼가 끼어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나와 K는 땅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와 손을 이용해서 이끼와 흙을 걷어내 보았다.
도소신 같긴 했지만 조금 느낌이 달랐다.
평범한 도소신은 남녀 2명이 사이좋게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을 조각해 놓은 것인데
그 비석은 네사람이 선 채로 서로 얽혀 있었고
고민을 안고 있는 듯한 표정이 었다.
나와 K군은 불길해져서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일어섰다.
주위도 어슴푸레해져서 나는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 었다.
내가 K의 손을 잡아 끌어 돌아가려고 하자, K가 비석아 래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주 오래된 가로세로 4cm정도의 나무 상자였다.
반 정도는 땅에 묻혀 있고, 반은 땅위에 드러나 있었다.
'뭐지?'
나는 영 불길했지만 K는 나무 상자를 파내고 말았다.
부분부분이 썩어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겉에는 헝겊같은 것을 두른 흔적이 있고 먹물같은 것으로 글자가 쓰여 있었다.
당시 어린 아이였던 나는 읽어내지 못했지만
불경같은 어려운 한자가 가득 쓰여 있었다.
'뭔가가 들어 있어 !'
상자가 부서진 부분에서 빼꼼하니 뭔가가 보였다.
K는 그것을 빼내보았다.
벨벳같았다.
검고 반질반질한 매듭같은 것으로 묶인 완장처럼 보였다.
직경은 약 10cm 정도.
원형이었고, 5개의 동그란 돌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그 돌에도 어려운 한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땅 속에 파묻혀 있었다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반질반질 광택이 났고
기분 나쁘면서도 몹시 아름다웠다.
'이거 내가 먼저 찾았으니까 내꺼다 !!!'
K는 그렇게 말하고 그 완장을 차 보려고 했다.
'하지마 !'
나는 울며 불며 말렸지만, K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께에 -----------엑'
K가 완장을 찬 순간
이상한 새 울음 소리같기도 하고, 원숭이 울음 소리같기 도 한
기묘한 울음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주위는 이미 어두컴컴했고, 나와 K는 겁이나서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서는 완장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밤 10시가 지나 뒹굴뒹굴거리며 아직 잠들지 않고 있어서
엄마가 '빨리자!' 하며 혼이 나고 있었을때
'따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울렸다.
'이런 한밤 중에 누가 예의도 없이...'
할아버지가 궁시렁대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K의 아버지인 모양이었다.
반주로 붉어져 있던 할아버지의 얼굴빛이 갑자기 싸악 창백해졌다.
전화를 끊은 후, 할아버지가 방바닥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나에게 달려 왔다.
나를 험하게 일으키고는
'너 !!!! 오늘 어디갔었어 !!!!
뒷산에 간거냐? 산에 들어갔어?????'
할아버지가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화내시는 것을 처음 본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할아버지가 내는 큰 소리를 듣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온 할머니와 엄마도
내얘기를 듣고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아아.. 설마...'
'그럴지도 모르겠구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자
엄마는
'그거 미신 아니었어요 ?'
라고 말했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아버지도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우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K의 집으로 갔다
K의 집 현관문을 열자 몹시 불쾌한 냄새가 났다.
먼지 냄새 같기도 하고 , 뭔가 시큼한 냄새였다.
'K!!!! 정신 차리거라 !!!!!!!!'
거실쪽에서 K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 어갔다.
나와 할머니도 그 뒤를 따랐다.
거실로 들어가자 그 냄새가 더욱 심해졌다.
그곳에는 K가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K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가 필사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었다.
K는 의식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눈을 뜨고 있었지만 초점이 없었고 입은 반쯤 벌 리고
하얀 거품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자세히 봤더니 다들 K의 오른팔에서 무언가를 벗겨 내려 하고 있었다.
바로 그완장이었다.
그런데 아까와는 상태가 달랐다.
아름다웠던 매듭이 풀려서 풀린 실 한올한올이 K의 팔을 찌르고 있었다
완장에서부터 손이 검어져 있었고
그 검은 실들은 마치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완장에서 팔을 찌르고 있는 실들이 K의 팔 안에서 움직이 고 있는 것 같았다.
'발피상이구나 !!!'
할아버지가 큰소리로 외치고는 부엌으로 달려갔다.
나는 K의 팔에서 눈을 뗄수 없었다.
마치 피부아래에서 무수히 많은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 는 것만 같았다.
곧 할아버지가 돌아왔다.
손에는 사시미용 칼이 들려 있었다
'뭘 하시려는 겁니까?'
할아버지는 말리려는 K의 부모님을 뿌리치고 K의 할머니 에게 소리쳤다.
'이제 이놈 팔은 못쓴다 ! 아직 머리까지는 안갔어!!!'
K의 할머니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잠깐 망설이는 듯 하더니 칼을 K의 팔에 내리쳤다.
K의 부모님은 비명을 질렀지만, K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광경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K의 팔에서는 피 한방울 조차 흐르지 않았다.
대신 무수히 많은 머리카락이 잘린 팔에서 흘러나왔다.
잘린 팔 안에 있던 검은 것들은 이젠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서 근처 절에서 스님이 와주었다.
스님은 K를 침실로 옮기고, 밤새도록 불경을 읽었다.
K군에게 불경을 읽어주기 전에 나를 위해서도 불경을 읽어 주셨고
나는 할아버지 댁으로 돌아가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은 날, K는 얼굴도 보이지 않고 아침 일찍부터 부모님과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큰 병원으로 간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말하기를, 팔은 이미 못쓰게 되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몇번이고 '머리까지 안가서 다행이야..' 하고 말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발피상'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좀처럼 가르쳐주시지 않았다.
단, 髮被喪 이라고 쓰고 '칸히모'라고 읽는다는 것/
(※ 역자 주: 역자의 판단 상, '칸히모'를 한자 음독인 '발 피상'으로 번역)
그리고 그 도소신은 '아쿠'라는 이름이라는 것만은 할머니에게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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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를 인터넷에 투고하게 되고,
다시 한번 진상이 궁금해져서 지난 주말에 외갓집에 다녀왔다.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기 때문에 문헌과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내 나름대로 추측을 해본 것 에 지나지 않지만
사전을 찾아보며 열심히 알아내보려고 노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발피상'은 주술의 한 종류인 듯 하다.
그것도 별로 좋지 않은 계통
옛날, 아직각 마을이 다른 마을과의 소통없이 살아가던 시절
그때는 주로 마을내에서 혼인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흔히들 '피가 진해진다'고 하듯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많았다.
지금처럼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
그런 아이들은'흉한 아이' 라고 불리며 꺼려졌다.
그리고 그 '흉한 아이'를 낳은 여자도 '흉한 어미'라고 불렸다.
그러나 '흉한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도 태어나자마자 분별 할 수 있었던게 아니었고,
어느정도 아이가 성장하고 나서 '흉한 아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그 '흉한 모자 母子'는 마을에 재앙을 불러온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게다가 그 살해방식이라는 것이
'흉한 어미'가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죽이게 하고
그 '흉한 어미'또한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당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