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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타락(墮落)-Remake <8>
게시물ID : pony_395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과자는칸초
추천 : 8
조회수 : 52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4/12 00:29:53

<지난화 보기>

[Prologue]

[1][2][3][4]

[5][6][7]






8.


“내가... 용의자?”

“네가 감히 공주님을 모독하는가?”


일갈과 함께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의 허리에서 시작된 빛이 미네스의 목 앞에 멈춰섰다. 미네스는 인식하기도 전에 목에 닿아있는 칼날에 기겁했다.


“지지지...진정하십시요. 진정. 범인이 아니라 용의자입니다요”

“네놈이 그래도!”


미네스는 따끔한 느낌과 함께 그의 목에서 뭔가가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뜨겁고 찬 느낌에 진저리치며 몸을 뒤로 뺐으나 칼날은 그만큼 다가왔다.


“멈추세요. 대쉬 경.”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의 발굽에 쥐어진 칼이 보라색 빛에 감싸여 빠져나갔다. 그의 눈앞에서 칼이 빙글 돌더니 칼집으로 들어갔다.


“공주님?”

“미네스 경. 타당한 이유가 있겠죠?”


목을 잠시 어루만지던 미네스는 트와일라잇을 바라보았다.


“제가 모든 사건현장을 가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젤더경의 시체에 난 상처와 그가 발견된 현장을 검증한 결과 공주님을 용의자로 지목하게 됐습니다요. 헤헤.”


손을 비비며 간사하게 웃는 미네스를 향해 트와일라잇은 계속해 보라는 턱짓을 했다.


“일단 젤더경의 몸에 난 상처중 날카로운 원통형의 무언가에 찔린 상처가 가슴에 있습죠. 마치... 뿔과 같은...”


모두의 시선이 트와일라잇의 뿔에 머물렀다.


“그리고 젤더경의 시체가 발견된 그날 저녁 갑작스런 비가 왔다고 들었습니다. 분명 비가 올 예정은 없었죠. 모든 기후가 페가수스들에 의해 조종되는 이 곳 이퀘스트리아에선 누군가에 의해 비가 왔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마법이라든가...”


미네스가 곁눈질로 트와일라잇의 표정을 살폈지만 그녀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젤더경은 로얄가드. 정예중의 정예죠. 그가 기습을 당했다치더라도 그렇게 쉽게 당하리란 생각은 안 듭니다. 대쉬경. 만약 그대가 무방비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암습 당해서 즉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미네스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곧 고개를 흔들었다.


“로얄가드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공격에 반응할 수 있는 훈련을 받는다. 설사 잠든 상태라도 그건 쉽지 않다.”

“바로 그렇습니다! 로얄가드는 왕국의 최정예. 그들의 훈련량은 상상을 초월하죠. 그래서 저는 그가 믿을 수 있는 누군가와 같이 있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 그 외에 다른 누군가의 흔적은 전혀 없었습죠. 그래서 전 그가 하늘에서 공격 받았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미네스의 시선이 트와일라잇의 날개로 향했다. 다른 이들의 시선도 그녀의 날개에 집중됐다.


“그대의 말은 타당하다“

“공주님!”

“그만 대쉬경. 나서지 말라. 그럼 미네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건이 해결되거나 공주님의 결백이 증명될 때까지 능력을 봉인하고 격리되셔야 합니다.”


거침없는 미네스의 말에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가 다시 나서려 했지만 트와일라잇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하지.”

“공주님!”

“사건 해결에 있어서 어떤 의혹도 있어선 안된다. 이미 여럿의 신민이 살해당했네. 대쉬경. 이것이 사건해결에... 아니 범인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따르겠다.”


선언한 트와일라잇은 미네스를 향해 말했다.


“이것으로 됐는가? 미네스.”

“공주님의 결단에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나이다.”


미네스는 트와일라잇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트와일라잇은 선언한대로 시청의 방 하나를 빌려 스스로를 가뒀다. 미네스의 제안에 따라 마법사용을 막기 위해 뿔엔 링처럼 생긴 구속구가 3개가 끼워졌고, 하늘을 못 날게 하기위해 네 개의 다리에도 족쇄가 채워졌다. 이퀘스트리아의 최상위의 존재로선 치욕적이었지만, 트와일라잇은 그 모든걸 허락했다. 그리고 그녀가 감금된 방은 로얄가드에 의해 24시간 감시하기로 결정되었다.

그 모든걸 지켜본 미네스는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대쉬경. 다른 사건 현장에 가봅시다.”


목이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급격하게 고개를 꺽은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미네스를 노려보았다.


“왜 그러시나요? 대쉬 경. 무섭습니다만?”


말과 다르게 미네스의 음색에 두려움은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가 뭔가 생각난 듯 손을 내리쳤다.


“아하! 공주님을 의심한다는 것 때문에 그러시는군요. 하지만 대쉬경. 제 주장에 반박할 증거가 있나요?”

“......”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물론 그의 주장을 반박할 증거는 없었다.


“공주님은 아직 용의자일 뿐이죠. 저도 공주님이 범인이 아니길 바랍니다. 새로운 희생자가 나타난다면 공주님은 당연히 혐의를 벗겠죠. 물론 그걸 바라진 않지만 말이...”

“그리츠!”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가 노려보던 말던 상관없이 자신의 말만 하던 미네스는 갑작스런 그의 외침에 말을 멈췄다. 잠시 후 로얄가드 하나가 다가왔다.


“Sir.”

“이 자를 사건의 현장에 안내하도록. 당장!”

“알겠습니다.”

“어? 대쉬경. 이건 무슨...? 어? 어어...”


그리츠에 의해 끌려가는 미네스를 일별하며,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돌아섰다. 트와일라잇이 들어간 방의 문을 잠시 바라보던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시청을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공주님의 결백은 내가 반드시 증명하겠다.’


결심한 그는 곧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애플 볼스는 눈을 떴다.


“볼스!”


흐릿한 시야에 하얀 천장에 보였다. 잠시 눈을 깜박이자 곧 시야가 또렷해졌다. 고갤 돌리자 어머니 애플잭이 눈가에 눈물을 매단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애야. 정신이 드니?”

“어..머니?”


약한 소독약 냄새. 새하얀 이불과 새하얀 천정. 병원인가? 내가 왜 여기있지? 분명 블루베리와 저녁을 먹고 집에 데려다 주다가 엉겁결에 고백을 하고......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블루베리! 윽!”


급히 몸을 일으키던 볼스는 신음을 흘렸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아직 일어나면 안된단다. 머리를 심하게 다쳤어.”


애플잭은 볼스를 다시 침대에 눞혔다. 힘없이 침대에 다시 누운 볼스는 지끈거리는 머리의 아픔을 애써 무시하며 물었다.


“어머니. 블루베리는요?”


볼스의 말에 애플잭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하하.”

“볼스.”

“잠시 혼자 있게 해주세요.”

“볼스...”

“부탁이예요.”


애플잭은 크게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지만 볼스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점차 그의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블루베리.”


나직하게 읊조리는 그의 음성은 젖어있었다.


“블루베리. 크윽. 블루...베리. 미안해... 미안해. 흐윽... 블루베리.”


깊스로 감싸인 양 앞발로 눈을 가린 볼스의 얼굴을 따라 눈물이 흘러내렸다. 적막한 병실엔 사랑하는 이를 잃은 한 포니의 흐느낌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문에 기대 선 애플잭은 작게 들려오는 흐느낌에 다시 한 번 한숨을 쉬며 모자를 고쳐 썼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건 볼스만이 아니었다. 언제나 웃음을 주던 친구를 뇌리에 떠올리며 애플잭은 그녀가 있는 병실로 걸음을 옮겼다.



흐르던 눈물은 멈췄지만, 볼스는 여전히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볼스의 뇌리엔 블루베리가 죽던 그날의 기억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계속해서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는 볼스의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있게 해주세요.”

“나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애플잭이 아니었다. 볼스는 친구의 목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여긴 어쩐 일이야? 대쉬.”

“정신을 차렸다는 얘길 들어서 들렸다. 네게 듣고 싶은 말도 있고...”

“역시... 그 날의 일이겠지?”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다.”

“아냐.”


볼스는 이를 악물었다.


“블루베리를 죽인 놈은 내가 반드시 잡아내겠어.”

“수사관이 도착했다. 이퀘스트리아에서 최고라더군.”

“하. 그거 기대되는데.”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말도 안되는 판단을 내렸으니까.”


볼스는 그제서야 친구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볼스는 알 수 있었다. 그의 친구는 화를 내고 있었다.


“어떤 판단인데?”

“공주님이 유력한 용의자라는군.”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의 목소리엔 안타까움과 씁슬함이 배어있었다.


“트와일라잇 공주님은 그런 일을 저지를 분이 아니다. 그건 오랫동안 곁을 지켜온 내가 보장한... 볼스?”


볼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앞발을 들어 얼굴을 감싼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 그래. 공주였어. 왜 이제야 깨달았지?”

“볼스?”


볼스는 친구의 어깨를 잡았다. 부러진 곳에서 통증이 몰려왔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리고 외쳤다.


“공주야! 대쉬. 오 셀레스티아님. 맙소사. 어떻게 이제야 그걸 알 수 있지? 그날 밤 나와 블루베리를 습격한 건 공주였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뿔이 있었다.”

“잠깐 볼스... 무슨 소리냐?”

“정신을 잃기전에 봤어. 블루베리를 죽이고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것을... 그녀의 심장을 들고... 희미하지만 분명 뿔도 있었다. 뿔과 날개! 이곳에 둘 모두를 가진 건 공주밖에 없어. 대쉬! 공주가 범인이다!”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잘못 찾아왔군. 볼스. 네가 착각하고 있는거다. 공주님은 범인이 아냐.”


그는 곧바로 병실을 나섰다. 문을 닫기 전 잠시 멈춰 선 그는 볼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빨리 회복하길 빌지. 네 녀석의 망상증도 완치되길 빈다.”


문을 완전히 닫기 직전 ‘블루베리를 죽인건 공주야!’ 라는 볼스의 고함이 들려왔지만 그는 무시했다.


“이놈도 저놈도 도움이 안되는군.”


투덜거리며 병원을 나선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산 너머로 기울어 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저물어가는 해를 보던 그가 시선을 내리자 멀리 트와일라잇이 거주하던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그는 트와일라잇이 지내던 그곳에 한번도 들어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스파이크 경은 어디에 있지?”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의 뇌리에 아기드래곤의 앙증맞은 모습이 떠올랐다. 트와일라잇의 친구이자 보좌관인 아기 드래곤은 트와일라잇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의 기억엔 포니빌에서 그 드래곤을 본 기억이 없었다. 분명 같이 출발한 걸로 아는데?


“이상하군.”


그는 결국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한 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를 반기는 것은 오래된 책 특유의 냄새와 캄캄한 어둠이었다. 그는 뭔가 밝힐것을 찾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구조의 도서관 내부는 그의 손길을 거부했다.

잠시 후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했다. 발에 채이는 책들을 조심하며 계단에 도착한 그가 조심스럽게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은 어두웠다. 2층의 문은 닫혀 있는지 계단엔 단 하나의 빛도 없었다. 암흑 속에서 계단을 오른 그가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다행히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흠칫 멈춰섰다. 뭔가 역한 냄새가 그의 코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읔. 제길. 무슨 냄새지 이건?”


숨을 짧게 들이마시며 창가로 가 창문을 열고 돌아선 그의 눈에 달빛에 비춰진 탁자에 놓인 랜턴이 보였다. 부싯돌과 함께...


“다행이군. 이제야 제대로 수색을 할 수 있겠어.”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는 부싯돌을 부딛혀 랜턴에 불을 밝혀 들어올렸다. 방의 어두운 부분을 향해 불을 비추던 그가 그대로 멈춰섰다.


“Oh my Celestia...”


이퀘스트리아의 정신적 지주 셀레스티아를 부르는 그의 눈엔 사지가 떨어져 나가고, 가슴엔 커다란 구멍이 뚫려 내용물이 온통 파헤쳐진 어린 용의 시체가 있었다.


“마...맙소사...”


사고가 정지된 그가 휘청거리며 용의 시체에 다가가려 할 때, 그의 등 뒤로 큰 굉음과 함께 창문을 통해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번엔 또 뭐야?”


서둘러 창문으로 다가간 그가 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가 본 것은...

마법의 힘이 분명한 보라색의 빛 기둥이 하늘의 구름을 뚫고 일직선으로 솟아오르는 것과 무너지고 있는 포니빌의 시청이었다.


“......공주님.”


넋을 잃고 빛을 바라보는 레인보우 대쉬 주니어의 입에서 안타까움이 가득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 연재 주기를 좀 줄여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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