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자식에게 (누군가를 만나서)자랑할 것 한가지를 뽑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구익균 선생님을 만난 것을 이야기 할 것이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시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당시 학생회장이었던 나는 우연히 구익균 선생님을 만나뵐 기회를 갖게 되었다.
만날 기회를 주신 교양과목 교수님을 비롯하여 3명의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들과 함께 낙원상가 근처에 있던 구익균 선생님께서 거처하고 계시던 아파트를 방문하였다.
처음 독립운동가로서 안창호 선생님의 비서실장을 지내셨던 분이란 이야기를 듣고, 조금 더 화려하고 아니 조금 더 번듯한 곳에서 거처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엄청 오래되고 허름한 20(당시 기억에 그리 넓진 않았는데 30평 같기도 하고 ㅋㅋㅋ)평 남짓한 아파트에 기거하고 계셨다.
생각보다 좋지 못한 환경에서 살고 계셨는데 100세가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시고, 강단있는 말투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2시간 정도를 독립운동하셨던 이야기와 이 나라 미래에 대한 이야기 젊은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었고,
나름 유쾌한 시간이었다. 안창호라는 인물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계기도 되었고, 독립에 대한 열망이 어떠하셨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본 처음이자 마지막 독립운동가였고, 책에서만 보던 이야기를 현장에 계신분에게 듣는 것은 정말 잊지 못할 기억이다.
오늘 인터넷을 하다가 구익균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듣고, 뭔가 기분이 착잡했다. 잘 알고 지내신 분도 아니고 몇시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것이 다였지만, 살아계셨던 역사로서 정말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하셨던 그분의 별세 소식은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런데 현충원에 들어갈 수 없을지도 모르신단다. 화가난다. 이 나라는 정말 어디까지 잘못 된 것일까?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그 분들을 위한 곳에 가지 못하고, 그곳에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자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니 정말 화가난다.
20분 정도를 룸메이트와 이야기 했다. 그러다 한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다. 이 나라는 이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하셨던 분들 중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 이 나라는 정말 처음부터 뼛속까지 잘못 되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