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발사체에 관한 글을 적다보면 늘 보시는분들이 아마도 내용의 상당 부분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실텐데요...
몇가지 간단한 기초지식만 있으면 설명도 더 쉬울텐데 그 부분을 글마다 계속 설명하기도 힘들고요..
우주발사체의 종류마다 위키 등에서 검색만 해도 아주 자세히~ 스펙이 나옵니다. (왜냐면 공개된 정보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저도 심심하면 여러 발사체의 스펙을 살펴보는데요... 스펙 도표만 봐도 그 로켓의 외형, 성능, 그리고 목적이 대충 머리에 떠오릅니다.
가장 중요한 세가지 지표.
1. 델타브이 (Delta-V, ΔV, dV 라고도 표기) : 속도(Velocity)의 변화량(Delta)을 말합니다. 단위는 m/sec. => 자동차로 치면 주행가능거리.
2. 비추력 (Specific Impulse, Isp 라고도 표기) : 단위중량(kg)의 연료를 1초(sec) 연소했을때 얻을 수 있는 추진력. 단위는 sec. => 연비.
3. 추력 (Thrust) : 단위는 뉴턴(N). => 자동차로 치면 엔진의 마력.
로켓의 핵심은 엔진입니다. 그리고 엔진을 연소시키기 위한 거대한 연료통(이륙중량의 대부분을 차지), 최종적으로 위성궤도에 안착하는 매우 적은 중량의 위성체(페이로드)로 구성이 됩니다. 로켓엔진의 성능과 주입된 연료량, 그리고 전체 무게를 알면 그 로켓의 성능을 거의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유명한 새턴V 로켓(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보낸 발사체)을 예로 들어봅시다. 한국어 위키에 검색하면 떡~하니 스펙이 옆에 도표로 나옵니다.
그걸 예제로 한번 살펴보죠.
- 1단 : 추력 34.02 MN, 비추력(SL) 263sec, 엔진 F-1 x 5개, 연료 RP-1/LOX, 연소시간 150초.
- 2단 : 추력 5 MN, 비추력(SL) 421sec, 엔진 J-2 x 5개, 연료 LH2/LOX, 연소시간 360초.
한국 위키는 영문 위키를 번역한게 많은데 번역과정에서 오역, 의역이 많고 수치도 다소 부정확합니다.
위 수치는 영문 위키에는 정확히 표현된건데요, 한글 위키에서는 오타까지 있습니다. (옮긴이가 스펙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을 가능성이 높음)
저걸 해석하면.. 1단 로켓은 추력이 34메가뉴턴.. 즉, 약 3,471톤의 무게를 움직일 수 있는 힘입니다. (9.8N = 지표면에서 1kg중량을 들 수 있는 힘)
로켓엔진의 추력은 반드시 단위가 뉴턴이어야 합니다. 흔히 뉴스에서는 80톤추력엔진.. 이런식으로 표현하는데, 무게단위는 중력권에 따라서 달라지므로 절대단위인 뉴턴을 써야 우주 어디에서나 엔진의 힘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죠. 지표면에서 80톤은 달에가면 15톤입니다... 화성에서는 31톤에 불과하고요.그러므로 추력은 지구 해수면에서의 중량을 기준으로 하는 뉴턴을 써야 맞습니다.
지표면에서 이륙하는 로켓은 추력이 로켓전체의 무게보다 더 높아야 상승하죠. 그걸 TWR(Thrust -to-Weight Ratio : 추력대중량비)으로 표시.
TWR이 1.0이면 로켓은 상승도 하지 않고 공중에 정지할 수 있습니다. TWR 1.3이면 로켓은 1.0은 중력을 이겨내는데.. 나머지 0.3으로 상승.
새턴은 발사시 무게가 무려 3,000톤입니다. 위 스펙을 보면 엔진추력이 3,471톤(해수면 기준)이므로 TWR이 1.14입니다. 이륙 가능~
간신히 이륙하고 연료가 계속 소모되면서 로켓무게는 급속히 가벼워집니다. 반면 엔진추력은 오히려 증가합니다!
로켓엔진은 대기압 영향으로 기압이 높을때 효율이 조금 낮아집니다. 반면 진공상태(고고도, 우주)에 나가면 효율이 극대화되죠.
그래서 새턴 1단의 F-1엔진은 이륙초기에 최대효율의 85%정도를 내게됩니다.
로켓은 처음 이륙시 TWR은 보통 1.2~1.4 정도로로 세팅됩니다. 너무 높을 필요도 없고요.
이륙하고 연료소모가 극심해서 무게가 마구 줄고, 엔진의 추력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증가하므로 TWR은 1단 연소종료시 보통 3.0~4.0도 넘기곤 합니다.
비추력 표시에 SL이라고 되어있는건 Sea-Level을 뜻합니다. 해수면 기준의 비추력입니다.
추력과 마찬가지로 로켓엔진은 대기압 영향으로 해수면고도에서 효율이 제일 낮고, 진공에서 제일 좋습니다.
새턴1단은 해수면고도 근처에서 발사되니 초기 발사시 비추력을 표시해줘야 맞습니다. 그래서 SL 표시를 했고요...
그러고도 상승하면서 60km고도 이상에서 분리가 되니까 연소막판에는 비추력이 더 높아질겁니다. (30km 고도부턴 사실상 진공이니까요)
진공상태 비추력은 Vac (Vaccum)이라고 표시해줘야 하는데 뭐 대기하층부에서 주로 연소하므로 중요하진 않죠.
새턴2단은 본격적으로 진공영역에서만 연소하니까 비추력은 반드시 Vac단위로 해줘야 합니다.
위 스펙은 잘못 표기된건데요... J-2엔진은 SL비추력이 360sec 정도~ Vac비추력이 421sec 입니다. (해수면 고도에서 연소시킬 일은 없지만요..)
마지막으로 연료표시가 RP-1/LOX는 케로신을 연료로 쓰고,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쓴다는 말입니다.
케로신을 쓰는 로켓엔진들은 해수면 비추력이 250sec 부터 진공 비추력이 최대 320sec까지 다양하죠...
J-2엔진은 LH2/LOX라서 액체수소 연료 + 액체산소 산화제입니다..
해수면 비추력이 350sec 부터 진공 비추력은 최대 450sec 정도인 연료를 쓰는 엔진입니다.
하지만 케로신 연료는 비중이 0.8이고, 액체수소는 비중이 0.07 이라서 같은 중량의 연료를 연료통에 넣을때 연료통 부피가 액체수소를 쓰면 무려 11배 이상 커야 합니다. 액체산소 산화제도 절반이상 차지하는걸 감안해도 새턴V의 1단의 크기를 보면, 새턴V의 2단은 크기에 비해 훨씬 가볍다는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크기에 비해 로켓의 각단 무게는 보기완 전혀 다를 수도 있음)
위 그림을 보면 새턴 1단의 크기에 비해 2단은 절반 크기죠... 하지만 정작 무게는 1단이 2,300톤... 2단은 480톤 정도입니다.
로켓은 각단의 무게와 각단의 추력(해수면, 진공 상황에 따른..)을 봐야 합니다. 처음 이륙시에는 반드시 중력을 이겨내고 추가로 상승할 힘을 20~40%정도 가져야 하므로 해수면 TWR을 세팅해야 합니다. 이륙할 수 있는한 연료도 많이 탑재해야 유리합니다.
그리고 2단부터는 이미 상승했고, 가속이 실시되었으므로 2단 연소초기에는 TWR이 1.0도 안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습니다.
이미 관성이 붙어서 계속 상승하고 있으니 적당히 연료를 더 넣어서 최대한 2단을 써먹는거죠. (물론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아까 스펙을 보면 새턴-V의 2단은 1단 분리후 처음 연소시 TWR이 0.74입니다... (1단 분리시 잔여무게가 700톤, 추력은 5.1메가N 이니까요)
역시 이후에는 연료가 계속 소모되면서 연소막판에는 TWR이 3.0을 넘어서 급증하여 우주비행사들이 중력가속도를 3G 이상 느껴서 힘드니까 엔진 한개를 꺼서 억지로 추력을 줄이기도 합니다.
자~~ 추력과 중량의 관계는 대충 설명했고요.... 추력을 보려면 엔진의 점화시 고도(해수면, 진공)와 상태별 추력을 파악해야 합니다.
흔히 뉴스들에 발사시 추력을 몇톤 추력이라고 하는데 고도에 따라 중력의 세기가 다른걸 유념해야 하고요~
추력, 연료의 종류, 로켓의 각단 중량을 알면 대충 덩치와 형태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여러 로켓발사체 보면 패턴이 있거든요.
다음은 비추력입니다.... 로켓엔진 성능은 추력과 비추력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연료에 따라 또 연소효율이 틀려지는데요....
이상적인 로켓엔진은 적은 연료로 더 오래 연소(더 멀리간다는 뜻) 하는게 좋겠죠?
그러면서도 발사후 위성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중력을 이겨낼 추력도 동시에 내야 합니다.
이온엔진같은 경우는 연소효율이 기존 화학엔진에 비해 월등이 높습니다만.. 추력이 형편없습니다. 그래서 발사시에 안쓰이고 위성이 중력을 이겨내고 위성궤도를 돌면서 추락 안하는 상태에서만 궤도수정용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비추력은 반드시 SL(해수면) - Vac(진공) 기준으로 다르게 표시해야 하며... 1단은 보통 발사초기이므로 SL비추력이 거의 적용이 되고, 2단부터는 진공상태에서만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Vac비추력을 봐야 합니다.
같은 엔진도 해수면-진공 비추력은 10%이상 차이가 나기 쉽고... 노즐의 팽창비(노즐의 형상을 바꿈)를 진공에 최적화해서 키우면 동일 엔진도 비추력이 더 증가합니다.
스페이스X의 주력엔진 멀린1D 엔진은 SL비추력 282sec~ Vac비추력 311sec, 진공용개조시 Vac비추력 342sec가 됩니다.
비추력은 자동차엔진 설명할때 연비(L/km)하고 마찬가지 개념이라서 높은 엔진이 효율이 좋은 엔진이지만, 로켓연료에 따라서 다르고 또 연료의 부피가 달라지므로 구조역학적인 문제가 달라져서 복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케로신엔진이 연비가 액체수소보다 나쁘지만 아직도 널리 쓰이는 이유죠.
새턴V로켓은 1단은 케로신, 2단은 액체수소를 연료로 쓰는 이유는.. 만약 1단도 액체수소를 썼으면 크기가 2~3배 커져서 로켓을 세워놓는것도 힘들었을겁니다.. (물론 액체수소엔진이 더 만들기 힘들고, 추력을 높이기도 더 힘든 이유도 있죠)
마지막으로 델타브이 (ΔV)..
사실상 로켓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델타브이는 정지상태(상대적개념이죠)의 물체에 힘을 작용했을때 상대속도 변화량을 뜻합니다.
위 스펙 설명에서는 델타브이가 안나옵니다. 하지만 전문자료들 찾아보면 해당 로켓의 각단별 델타브이, 총 델타브이까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추력과 비추력, 연료량, 각 중량을 알면 델타브이도 어느정도 계산해낼 수 있지만 좀 복잡해지죠. 대기권내에서는 추력과 비추력이 변화하니까요.
새턴 1단은 무게가 2,300톤이라 전체 이륙중량의 76%를 차지합니다만... 해당단의 델타브이는 약 3,500m/sec 수준입니다.
즉, 위성궤도에 있는 위성은 지구에 추락하지 않고 초속 7.8km/sec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새턴1단의 델타브이를 적용하면 초속 11.3km/sec까지 가속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새턴1단의 입장에서 보면 윗쪽으로 무려 700톤이 있으니... 700톤짜리 위성을 초속 3.5km/sec 가속시킬 수 있는 엄청난 괴력이죠.
새턴 2단은 무게가 480톤 이지만 그걸로 낼 수 있는 델타브이가 약 5,500m/sec 입니다. 1단에 비해 훨씬 높죠?
다단로켓을 만드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새턴 2단은 윗쪽으로 고작 180톤만 있어서 이걸 가속시키는게 1단처럼 700톤보단 훨 쉽죠.
새턴의 1, 2단은 합계 9,000m/sec 정도의 델타브이를 냅니다. 보통 로켓이 지구저궤도(200~300km 고도 정도)에 인공위성을 올리려면 델타브이가 9,500~1,000m/sec 가량 필요합니다. 새턴V는 1, 2단 로켓으로 윗쪽에 180톤의 무게를 지닌 3단과 아폴로우주선을 적재하고 9,000m/sec의 상대속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뜻이죠. 지표면에서 발사해서 인공위성이 되는데 필요한 최소 델타브이에서 고작 500~1,000m/sec가 부족합니다.
만약 10,000m/sec의 델타브이로 200km 고도에 위성속도인 7.8km/sec의 속도로 이동하는 위성체를 올린다면...
순수하게 수평속도(지평선기준)가속하는데 델타브이가 7,800m/sec가 소모되고 나머지 2,200m/sec는 200km고도까지 상승시키면서 중력에 의해 손실되는 델타브이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다른 종류의 손실이 더해집니다, 지구의 자전속도는 덤으로 얻는 경우도 있고요..)
즉, 로켓의 마지막 위성체(페이로드)단 이전까지의 로켓 각단의 델타브이 총합이 1만m/sec가량이 되면 그 로켓은 지구저궤도에 위성을 띄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지구저궤도에서 달천이궤도(달까지 가는 호만전이궤도)를 형성하는데 이상적조건에서는 3,100m/sec의 델타브이가 또 필요합니다. 달 근처에 도착해서 달위성궤도 형성하는데 다시 900m/sec 정도의 델타브이가 필요하고요..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려면 가는데 3,600m/sec, 화성에 도착해서 위성궤도 형성하는데 2,700m/sec 정도의 델타브이가 필요합니다.
델타브이는 페이로드의 중량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데요... 만약 같은 중량의 페이로드를 탑재할때 델타브이가 1만m/sec짜리 로켓과 2만m/sec로켓을 설계한다면... 이륙중량은 아마도 2배가 아니라 8배까지도 커질겁니다... 그만큼 델타브이의 총합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단로켓의 원리상 아랫단에 막대한 희생을 강요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중량이 증가합니다.
새턴-아폴로는 사실상 6단로켓입니다... 델타브이의 각단별 총합계는 2만m/sec를 넘겼습니다. 달까지 왕복하기 위해서였죠..
마지막에 지구로 돌아온 귀환선은 고작 5.8톤인데요.. 그걸 달에 왕복시키느라 처음 이륙시 3천톤이었습니다.
우주왕복선의 특이한 형태, 요즘 나오는 여러 새로운 로켓아이디어들은 모두 같은 연료로 더 멀리가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죠.
그걸 위해서 연비가 좋은 엔진(비추력)을 개발하고, 그 연료때문에 부피문제로 덩치가 달라져서 생기는 구조적, 공기역학적 문제를 극복해야 하며, 추력도 로켓이 이륙할 만큼 확보해야 하고... 그 결과 얻어지는 델타브이가 목표하는 궤도에 페이로드를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부 상관관계가 깊지만... 하나하나 따로 이해는 쉽고, 합쳐서 상관관계를 연상하면 어려운게 로켓공학이죠.
우주로켓이 균형의 예술이라는게 이런 면에 기인한것 같습니다.
추력 - 비추력 - 델타브이를 이해하면 어떤 로켓의 스펙을 가져다 줘도... 머릿속에서 이넘이 어디까지 날아가고, 어떤 용도로 쓸 수 있는지 대강 감이 오게 되실겁니다. 그걸 자동으로 연상하려면 KSP 라는 게임을 추천드리고요... 몇달 하시다 보면 왠만한 로켓기술자들 만큼 금방 이해하실 수 있음.
이 글은 쉽게 쓴건 맞는데, 제가 봐도 알쏭달쏭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