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발음 : 선비] 명사

1 .예전에,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던 말.

2 .학문을 닦는 사람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3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이르는 말.

4 .품성이 얌전하기만 하고 현실에 어두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우리 오유. 선비들 많잖아. 그지?
나쁜 말로는 10.선비라고도 하고
좋은 말로 해 봐야, '정색하고 진지 드시는' ...그러니까
위의 [4번]의 뜻으로 쓰이는 선비겠지?

 

...

 

아, 진짜!
쪼꼬만 여자애 하나, 힘 내라고
위로 한 하기가 뭐 이렇게 힘드냐?

 

우리, 오늘 그냥 선비질이나 한 번 하자.

 

분위기도 모르겠고
취소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겠고
언론들이 관심을 가져 줄는지도 모르겠고
화영이한테 힘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냥 모여서 병신짓이나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선비질 한 번 하자.

틀린 거 틀렸다고 한 번은 말 해 주고 오자.
잘못된 거, 고치자고 한마디는 하고 오자.

그게 선비 아니냐?

되든 안 되든간에 맞는 건 맞는 거고, 틀린 건 틀린 거고
맞는건 맞다고 해야 하고, 틀린 건 틀리다고 고개 저어 줘야 하는 거
그게 선비질 아니야?

 

그래서 나, 그냥 코어 앞에 가 볼란다.

월요일이면 출근해서, 매일매일 퇴근시간 기다리고
일 하다 지루하면 오유나 접속해서 키득거리고
회의 하면 소심하게 남이 주장하는 거 받아들이려고만 하는
그저 그런 30대 아저씨거든.

 

그래, 왕소심한 인간인지라 막 피켓 들고 외치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까만 넥타이 하나 손목에 감고 가려고.
선비질 한 번 해 볼려고,

까만 넥타이 손목에 감고
사람들 있으면 수고하라고 말이라도 한 마디 건네고, 생수라도 하나 사 주고
껴도 괜찮을 거 같으면 같이 서서 힘내자고 옆 사람 어깨라도 두드리고
사람 없으면 코어나 한바퀴 돌아보면서 개새끼 소새끼 중얼거리다 올란다.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나마 편하겠다.

 

몇명이라도 있으면 끝나고 밥이라도 먹든가
맥주라도 한잔 하면서 속풀이라도 하고.

그러고, 가는 방향이라도 맞으면
낡은 차지만, 에어콘 빵빵하게 틀어서 데려다 줄란다.

 

...

 

우리, 선비질 한 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