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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철학을 좋아하는 이유...
게시물ID : phil_53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종이커피
추천 : 12
조회수 : 71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4/09 12:39:35

철학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는 막연한 궁금증에서

누구에게는 어떤 지식의 필요성에서

누구에게는 삶의 진리를 구하고자 해서 필요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철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진 것은 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난 그렇게 많지 않은 나이에 많은 아픔을 경험 했다.

그것이 내 개인적인 이유로든 다른 사람 때문이든 어떤 배경 때문이든 그런 가시 무성한 시련은

어쨌든 내 삶에 암 덩어리 같은 존재로 들러붙어서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마저 없게 만들었다.

 

가슴을 쥐어짜는 것만큼 힘든 고통에, 닥치는 시련에 ‘나‘라는 인간이 땅에 기어 다니는 개미새끼 한 마리 보다 못하다고 느꼈을 때

그래서 하루하루 남들과 비교하고 열등감과 자괴감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듣게 된 어떤 인문 강의 한편이 내 인생을 참 많이 달라지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 이런 게 철학이라는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삶의 답안지 같은.

답안지는 백지였지만 그 안에서 나는 무한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보았다.

 

철학은 지식만을 가르쳐주는 학문이라고 나는 생각 해 본 적 없다.

누군가에겐 학문의 창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어차피 시작을 그렇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게 철학은 그저 인생을 지혜롭게 잘 살기 위해 옆에 두는 친구 같은 존재다.

좋은 대학 가서 많이 배우고 좋은 직장 얻어서 돈 많이 벌어 성공하고... 잘 산다는 기준이 마냥 그랬던 나였기에

그 기준에서 점점 멀어지는 나를 감당할 수 없어서 힘들어 했던 그때...

철학은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을 통째로 바꿔준 고마운 친구다.

 

철학은 내게 많이 아프라고 한다. 더 고독해 지고 더 외로워도 된다고.

물론 아픈 것 고독한 것 외로운 것을 이겨내는 방법도 함께 가르쳐 준다.

아파야 아는 게 인생이라고...

많이 아프고 나면 더 많이 보이고 더 많이 읽히고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위로하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고 보니 아프고 나서는 모든 아픈 사람이 하나 하나 눈에 들어온다.

지나는 길에 파지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를 봐도 가슴이 허하고

한 밤에 들리는 구급차 소리만 들어도 그 안에 타고 있을 가족의 마음이 읽혀서 진심으로 가슴이 아프다.

시도 읽히고 소설도 읽히고 슬픈 노래를 들어도 다 하나 하나 내 이야기로 다가 온다.

 

나는 내 삶의 경험이 가져다 준 지혜나 깨달음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내 속에 난 상처를 들킬까 가리기에 급급했지.

그런데 이제는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에게 내 상처를 먼저 내 보일 줄 알게 되었다.

그게 아마 철학을 접하고 부터인 것 같다.

백 마디 위로보다는 한 번의 동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위대한 일이다.

 

자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인간이 겪는 고통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극복해 내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어떤 고통이든 그것을 감내하고 극복하고 있는 사람이나 이미 극복한 사람이나 모두

아무런 고통도 겪어본 적 없는 이 보다는 위대한 존재라고.

 

물론 바람 없는 온실 속 화초처럼 아름답고 향기롭게 살아갈 수 있다면 또 그러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또 어디 있겠냐만...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이 결코 힘든 사람을 대변하는 직업은 갖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시련은 내가 선택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

시련이 오는 것을 막을 권리는 내게 없다.

처음부터 내게 선택권 따위는 없으니까...

그러나...

그 시련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은 내 몫이고 내 선택이다.

 

나는...

하나의 시련을 겪어서 하나의 슬픔을 얻었고...

두개의 시련을 겪으며 두개의 좌절을 얻었지만

하나의 시련에 두개의 행복을 얻었고

두개의 시련에 네개의 행복을 얻었다.

 

감동은 좋은 책을 끝까지 읽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줄거리를 모두 알고 있다고 해서 책을 읽은 사람과 같은 감동을 느끼기란... 어려운 거니까

 

누군가가...

최고의 행복은 최악의 불행 다음에 오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는 길...

암흑에서 벗어난 자에게 자연은 새삼스레 너무도 소중한 보물이 된다. 유치할 만큼 소중해 진다.

 

내게 빛을 주는 태양에게

나를 스치는 바람에게

길가에 만발한 개나리들에게

그런 거리를 걸을 수 있는 두 다리에게 그리고 그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의 여유에

그 모든 것에게 나는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같은 책을 공부하고도 무언가를 깨닫는 사람도 그렇지 못하는 사람도 있듯...

시련이든 행복이든 그 안에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행복 속에서도 시련만 찾는 사람이 있고 시련 속에서도 행복을 찾아내는 사람도 있다.

행복하고 싶은 거니? 행복해 보이고 싶은 거니?....

라는 질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정말 마음속에 있는 것 같다.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 참인 행복이다.

 

이 4월의 봄바람과 봄 꽃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가슴이 있음에, 근심이 없음에 나는 감사한다.

 

그리고 근심있는 자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극복하자. 시간은 아무리 말려도 결국 우리를 또 다른 곳으로 데려가고 현실의 고통 또한 과거로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뜬다.

오늘의 고통을 극복한 그대의 내일 위에는 그 어떤 날보다 아름다운 태양이 뜰거라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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